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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추락' 한동민, 잃어버린 자존심 찾을까

[KBO리그] 41홈런에서 12홈런으로 추락 경험한 비룡군단의 좌타거포

20.04.20 09:38최종업데이트20.04.2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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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한동민 ⓒ SK 와이번스

 
프로 입단 후 9년 동안 1군에서 통산 홈런이 13개에 불과했던 두산 베어스의 김재환은 김현수(LG트윈스)의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주전 좌익수로 활약하며 2016년 37홈런124타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주전이 된 지 3년째가 되던 2018년 김재환은 타율 .334 44홈런133타점의 성적으로 홈런과 타점 타이틀을 차지하며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다.

하지만 한국야구위원회는 타고투저 현상을 줄이기 위해 작년부터 공인구의 반발력을 줄였고 이는 김재환에게 직격탄이 되고 말았다. 김재환은 작년 타율 .283 15홈런91타점으로 전년 대비 홈런수가 29개나 줄어 들고 말았다. KBO리그 역대 홈런왕 중에서 이듬해 김재환 만큼 홈런이 많이 줄어든 선수는 없었다. 김재환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의 좋은 성적이 '반발력이 좋은 공인구 덕분'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딱히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작년 시즌 김재환은 홀로 외로운(?) 몰락을 경험하진 않았다. SK 와이번스의 좌타거포 한동민 역시 김재환과 마찬가지로 2018년 41홈런에서 작년 12홈런으로 홈런 수가 무려 29개나 줄어드는 엄청난 하락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한동민이 2017년 29홈런, 2018년 41홈런을 때린 대활약이 과소평가 받지 않기 위해서는 올 시즌 부활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만수 감독이 찜한 차세대 거포, 박정권의 계보를 잇다

이호준, 박경완, 최정, 제이미 로맥 등 뛰어난 장타력을 가진 우타 거포가 꾸준히 등장했던 SK는 상대적으로 거포형 좌타자가 부족했다. '캐넌' 김재현(SPOTV해설위원)이 이적 첫 시즌이었던 2005년 19홈런을 때렸지만 SK 이적 후에는 홈런보다 정확도에 신경을 쓴 중장거리형 타자에 가까웠다. 4년 연속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했던 '국민우익수' 이진영(SK타격코치) 역시 거포보다는 '호타준족'에 가까운 타자였다.

그나마 SK가 배출한 거포형 좌타자는 작년 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한 '가을 사나이' 박정권(SK 타격코치) 정도를 꼽을 수 있다. 2009년 25홈런 76타점, 2014년 27홈런 109타점을 포함해 커리어 내내 세 번이나 20홈런을 넘겼던 박정권은 통산 178홈런 679타점으로 비룡군단의 대표적인 좌타거포로 활약했다(실제로 박정권은 SK 프랜차이즈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때린 좌타자이기도 하다).

따라서 박정권의 후계자가 필요한 시기에 때 마침 등장한 한동민은 SK팬들을 들뜨게 하기 충분했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9라운드 85순위 지명을 받고 조용히 프로 생활을 시작한 한동민은 2년 차 시즌이었던 2013년 99경기에 출전해 타율 .263 14홈런52타점을 기록하며 야구팬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당시 SK를 이끌던 이만수 감독(라오 J 브라더스 구단주)은 한동민을 '차세대 4번타자감'이라고 극찬했다.

2014 시즌이 끝난 후 상무 야구단에 입대한 한동민은 2015년 21홈런 71타점, 2016년22홈런 85타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퓨처스리그 홈런왕을 독식했다. 같은 시기 상무와 경찰 야구단에는 김선빈(KIA 타이거즈)과 안치홍, 전준우(이상 롯데 자이언츠) 등 많은 1군 스타들이 퓨처스리그에서 활약했다. 하지만 쟁쟁한 1군 주전 선수들 사이에서도 한동민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한동민은 전역 후 본격적인 첫 시즌이었던 2017년 좌익수와 우익수를 오가며 103경기에서 타율 .294 29홈런73타점을 기록하며 대폭발했다. 당시 리그에서 한동민보다 더 많은 홈런을 때리고 있던 선수는 팀 동료 최정 뿐이었다. 하지만 한동민은 8월8일 NC다이노스전에서 도루를 시도하다가 왼쪽 발목이 돌아가는 큰 부상을 당하며 그대로 시즌 아웃됐다. 시즌 30홈런에 단 하나 만을 남겨두고 있었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2018년 '몬스터 시즌' 이후 믿기 힘든 추락, 2020년 명예회복 노린다

강한 2번타자를 중시하던 SK의 트레이 힐만 감독(마이애미 말린스 내야코치)은 2018시즌 한동민을 2번 우익수로 고정시켰다. 그리고 한동민은 136경기에 출전해 타율 .284 41홈런 115타점 97득점을 기록하며 '몬스터 시즌'을 보냈다. SK는 2017년 팀 홈런 234개에 이어 2018년에도 233개의 홈런을 터트리며 자타가 공인하는 KBO리그 최고의 '홈런군단'으로 거듭났는데 여기에는 한동민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한동민은 그 해 가을 야구에서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알토란 같은 홈런을 계속 터트렸다.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와의 플레이오프에서는 타율 .143 7삼진으로 부진했지만 5차전 끝내기 솔로 홈런을 터트리며 SK를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한동민은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도 6차전 연장 결승 홈런을 터트리며 '가을의 영웅'에 등극했다. 한동민이 시리즈 타율 .190 8삼진의 초라한 성적으로도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될 수 있던 비결이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한동민도 공인구 변화로 인한 투고타저의 바람은 피해가지 못했다. 한동민은 작년 시즌 125경기에 출전해 타율 .265 12홈런 52타점으로 전역 후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601에 달하던 장타율이 .396로 추락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사실 작년의 한동민은 '거포'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공식 경기가 아닌 올스타전에서 MVP를 받은 것이 작년 한동민이 보여준 가장 인상적인 활약이었다.

40홈런 시즌과 함께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되면서 3억3000만원까지 치솟았던 한동민의 연봉은 작년 시즌 부진으로 2억5000만원(-24.2%)으로 삭감됐다. 한동민은 작년 시즌의 부진을 공인구 변화에 따른 외부적인 곳에서 찾으려 하지 않고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타이밍을 앞으로 당기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그 결과 한동민은 최근 자체 청백전에서 팀 내 가장 많은 3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2017~2018년 한창 좋았던 때의 '감'을 찾고 있다.

SK는 한동민 외에도 고종욱, 김강민, 노수광 등 테이블 세터로 활약할 수 있는 뛰어난 외야수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장타력을 갖춘 '거포형 2번타자' 한동민이 있어야만 로맥, 최정과 최고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작년 팀 홈런(117개)이 반토막 나며 홈런군단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SK는 '동미니칸' 한동민의 부활과 함께 무시무시한 홈런군단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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