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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에 빠진 '하이바이 마마'의 아쉬운 종영

[TV 리뷰] 모성애 신파 코드 도구로 다뤄... 각 캐릭터 개연성 부족도 문제

20.04.20 14:48최종업데이트20.04.2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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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주말드라마 <하이바이 마마>의 한 장면 ⓒ tvN

 
김태희는 한때 한국을 대표하는 '미녀 스타'의 대명사로 불렸다. 황신혜-이영애-김희선-전지현 등의 계보를 잇는 우아하고도 세련된 미모, 여기에 명문대 출신의 학벌이 주는 지성미가 더해지며 김태희에게 또래 세대 여배우 중에서도 독보적인 '만인의 이상형'으로서의 아우라를 입혔다. '김태희급 미모' 'OOO에는 길거리에도 김태희가 다닌다'는 식으로 김태희라는 이름 자체가 미모의 기준처럼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을 정도다.

하지만 높은 인기와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정작 '스타가 아닌 배우' 김태희의 연기력에 대한 평가는 늘 엇갈리는 편이었다. 그녀를 본격적인 스타덤에 올린 <천국의 계단>을 비롯하여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아이리스>, <장옥정 사랑에 살다>,<용팔이>, 영화 <중천>, <싸움>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흥행 여부와는 별개로 김태희는 늘 연기력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슬픔, 기쁨, 분노, 놀람, 질투 등 희로애락의 다양한 감정을 언제봐도 늘 비슷비슷한 표정 연기와 발성으로 소화해내는 김태희 특유의 표현력은 한동안 시청자들의 패러디 대상이 되어 놀림을 받기 일쑤였다.

비슷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지현에게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가, 송혜교에게 <태양의 후예>의 강모연같이 '인생 캐릭터'가 있는 것과 달리, 김태희의 경우 극중 '캐릭터'로 강렬하게 기억되는 작품은 선뜻 떠올리기 힘들다. 이처럼 제한된 연기폭은 그녀가 다양한 작품에서 활동하며 배우로서 성장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최근 종용한 tvN 주말드라마 <하이바이, 마마>는 김태희에게는 결혼과 출산 이후 무려 5년만의 브라운관 복귀작이었다. 흐른 세월이나 자연인 김태희의 인생굴곡만큼 그녀가 맡은 배역에도 변화가 있었다. 로맨스물에서 항상 '만인의 연인'으로서 동경의 대상이 되는 히로인 캐릭터를 전담하던 것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엄마' 역할을 맡았다. 다만 일반적인 엄마나 가정주부 역할이 아닌 불의의 사고로 가족의 곁을 떠나게 된 이후 남편과 딸아이 옆을 맴도는 '고스트'라는 설정에서 보듯 평범하고 전형적인 캐릭터와는 조금 결이 달랐다.

<하이바이 마마>를 이끌어가는 이야기의 중심축은 '모성애'다. 극중 주인공 차유리는 만삭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 남편과 딸을 비롯한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제대로 정리할 시간조차 갖지 못한 것이 한으로 남아 고스트가 되어버린 인물이다. 이런 설정은 차유리가 환생 기회를 얻은 이후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의 삶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차유리는 죽은 지 5년 만에 49일간 환생의 기회를 얻어 가족 앞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차유리는 정작 삶에 대한 미련이나 자신의 자리를 되찾고 싶다는 욕심보다는 딸과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는데 만족한다. 여기에 중간중간 '민원해결사'처럼 자신의 주변을 맴도는 다른 귀신들의 사연에 끼어들게 되기도 하고, 남편의 새 아내이자 서우의 새 엄마가 되는 오민정(고보결)의 친구가 되어주는 등 갈수록 '오지라퍼'이자 대인배에 가까운 행보를 거듭한다.

문제는 이러한 차유리의 행보가 캐릭터의 일관성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차유리가 연적이라고 할 수 있는 오민정을 친구로서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이나, 오민정이 조서우에게 새엄마로서 모성애를 느끼는 과정, 차유리가 끝내 환생을 포기하고 다시 가족과 이별을 선택하는 장면 등에서 개연성이 부족하다보니 공감대를 얻지 못한다. 

차유리는 떠나야할 날짜가 임박해와서야 다시 생에 대한 미련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정작 자신이 계속해서 살아갈 경우 딸이 평생 귀신을 봐야 한다는 조건이 뒤늦게 갑자기 튀어나오며 결국 환생을 포기하게 되는 상황으로 몰린다. 초반부터 일관된 설정이나 복선을 제시한 것도 아니다보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뜬금없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장면들이었다.

비록 드라마에서는 아름다운 모성애로 포장되어있지만, 결과적으로 보자면 죄없는 차유리만 희망고문을 겪다가 억울하게 '두 번 죽게 된' 셈이나 마찬가지다. 모성애라는 테마를 극중 감동과 신파 코드를 극대화하기 위한 도구로서 다루다보니 '엄마는 항상 누군가를 위하여 포기하고 희생해야만한다'는 전형적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차유리를 연기한 김태희는 오랜 공백기나 발연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전작들에 비하면 그래도 무난한 연기를 보여줬다. 다만 차유리가 꼭 김태희라는 배우를 빼고 생각할 수 없을만큼의 궁합을 보여준 캐릭터인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김태희의 매력이 빛난 순간은 딸 조서우의 엄마를 표현할 때보다는 조강화-오민정과의 삼각관계에서 빚어지는 러브라인이거나, 아니면 엄마 전은숙(김미경)과의 모녀 관계에서 딸로서의 역할을 표현할 때였다. 

어쩌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문제는 김태희의 연기력보다 오히려 극중 인물들 대부분이 후반부로 갈수록 개연성을 잃으면서 자연스럽게 배우들의 연기도 허공에 뜬 것 같은 느낌을 피할수 없었다는 점이다. 차유리의 절절한 서사에 집중해야할 상황에서 주변 귀신들의 이야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졌다는 점도 이야기를 산만하게 만들었다. 

결국 초반부터 차곡차곡 쌓여가야할 차유리의 감정선 변화가 설득력 있게 그려지지 못하면서 끝까지 주변 상황에 휘둘러 갑자기 이랬다 저랬다하는 인물처럼 그려진 것은 극중 캐릭터의 매력을 반감시켰다. 김태희 역시 흔들리는 스토리라인의 중심을 잡아줄 정도의 흡인력은 보여주지 못한 게 사실이지만 극본과 연출의 한계가 더 컸을뿐 주연배우에게만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대목이다.

<하이바이 마마>는 극초반의 독특한 설정이나 팬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힐링로맨스로서의 매력에 비하여 후반부의 뒷심이 아쉬운 작품으로 남았다. 그나마 김태희에게는 연기폭의 진화를 기대할 수 있는 과도기적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는 위안을 삼을 수 있는 작품으로 보인다. 
하이바이마마 김태희 발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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