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TV조선 앞에서 포에버21 협력업체 대표와 직원들이 TV조선 2대 주주인 장도원씨에게 납품대금 지급을 요구하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선대식
20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TV조선 앞. 포에버21 협력업체 대표와 직원 20여 명은 피켓을 들고 "납품하고 돈 못 받고 노동자는 죽어간다", "TV조선 주식 팔아 노동자들 월급 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포에버21 채권단협의회 회장인 마흥삼 A사 대표가 집회를 주도했다. 그의 말이다.
"4월 초부터 집회를 하고 있다. 장도원씨가 TV조선에 투자한 돈은 협력업체의 눈물·피·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부도덕한 돈을 투자받아 운영되고 있는 TV조선이, 진정으로 중소기업을 위한다면 당장 2대 주주인 장도원씨에게 연락해서 협력업체들의 대금을 지불하라고 해야 한다."
한국 협력업체 14곳은 포에버21로부터 7390만 달러(908억 원)의 납품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마흥삼 대표가 운영하는 A사는 협력업체 중 가장 많은 1531만 달러(188억 원)를 받지 못했다.
"우리 회사의 한해 수익은 20~30억 원이다. 그런데 1531만 달러를 받지 못했다. 현재 빚을 내서 겨우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에 있는 공장을 70억 원에 내놓았다. 납품대금을 받지 못하면 망할 수밖에 없다."
베트남 호치민과 서울에 사무실을 둔 B사는 더욱 어렵다. 납품대금 438만 달러(53억 원)를 받지 못한 B사는 60명의 직원 중 55명을 내보냈거나 내보낼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엎친데 덮친 격이다. B사 박아무개 대표의 말이다.
"12년 전에 베트남에 와서 일하면서 베트남 업체들과 신용을 쌓아서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 장도원씨에게 납품대금을 받지 못하면 우리 회사는 파산할 수밖에 없다. (의류를 공급하는) 베트남 업체들에 조금만 기다려주면 대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는데, 베트남 업체에서 돈 달라며 나를 쫓아올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회사 회생을 위해 납품했건만..."
협력업체 대표들은 큰돈을 받지 못한 것뿐만 아니라 포에버21의 회생을 위해 납품을 계속한 것이 더 큰 피해로 이어진 것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포에버21은 지난해 9월 파산보호신청을 한 후, 협력업체들에게 물품을 계속 납품하면 그때까지 밀린 납품대금의 30%를 6주에 걸쳐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또한 나머지 70%도 반드시 갚겠다고 했다. 협력업체 대표들은 포에버21의 회생을 위해 납품을 계속했다.
올해 2월 미국 연방 파산법원은 포에버21을 경매에 내놓았고, 사이먼 프로퍼티 그룹 등이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사이먼 프로퍼티 그룹 등은 채무를 승계하지 않았다. 협력업체들은 파산보호 신청 전에 받지 못한 납품대금은 물론, 그 이후의 납품대금까지 떼인 것이다.
마흥삼 대표는 "미국 법에 따르면, 파산보호를 신청한 회사가 매각되거나 경매에서 낙찰될 때 인수업체는 채무를 승계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보통 인수업체는 기존 협력업체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파산보호신청 이후의 납품대금은 지급하는데, 우리는 전혀 받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경매 직전 장도원씨 쪽이 경매에 참여해 다시 포에버21을 인수하거나 몸값을 올려 협력업체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면서 "하지만 장도원씨 쪽은 경매에 참여하지 않고 연락도 끊었다, 우리한테 사기를 친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력업체 대표 가운데 2명은 연락이 안 된다. 자살을 했는지 어땠는지 모르겠다. 장씨가 망해서 돈이 없으면 모르겠지만 우리가 확인한 장씨 재산만 2000억 원이 넘는다. 협력업체들은 도산 위기다. 먹튀하지 말고 협력업체들에 납품대금을 꼭 지급해달라. TV조선 지분이라도 팔아서 지급해줬으면 좋겠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장도원씨 쪽 인사인 옥창호 전 포에버21 사장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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