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회 수 늘리기 경쟁이라면, '진짜 뉴스'는 가짜 뉴스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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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유튜브의 최고 덕목은 재미다. 아무리 가치 있고 의미 있는 내용이라도 재미가 없으면 안 본다. 가짜 뉴스를 반박한 유튜브를 만들어 업로드 한다 한들 보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더욱이 가짜 뉴스와의 재미 경쟁에서 이기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모든 가짜 뉴스의 공통적인 특징이 자극적이라는 점에서다. 어차피 말하고자 하는 내용 자체가 거짓인 마당에 진행자의 웬만한 욕설쯤은 문제될 것 없다는 식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내용이 폭력적이고 선정적일수록 조회 수가 치솟는다는 건 유튜브 세계의 불문율이다.
앞서 말한 5.18 왜곡 유튜브 영상의 조회 수도 55만여 회(5월 2일 현재)였다. 우리나라 사람들로 한정한다면, 적어도 100명 중 한 명 이상이 시청한 셈이다. 참고로 그 영상의 내용을 논박하기 위해 5.18 기념재단에서 만든 유튜브의 조회 수는 1만5천회 남짓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그 두 영상을 함께 시청할 수도 없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전혀 상반된 주장을 담은 두 영상을 연이어 보도록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맞춤 동영상'이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성향의 채널을 소개하며, 무심한 시청자들의 확증 편향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일례로, 지인 중에 과거 '노사모'의 열혈 회원으로 활동하셨던 어르신이 한 분 계신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 그 해 주말마다 천릿길 마다 않고 봉하마을을 찾았던, 자칭 '실버좌파'시다. 나이가 들면 '꼰대'가 되고 정치적으로 보수화된다는 말이 가장 싫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은퇴 이후 요즘 그는 유튜브 보는 게 낙이라고 하셨다. 문제는 그가 볼 만하다고 말하는 영상 중엔 가짜 뉴스로 의심되는 자극적인 것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그의 '맞춤 동영상'을 따라가 보니, 죄다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종편 채널에 닿아 있었다.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을 시청한 뒤, 연이어 해당 종편의 뉴스를 듣고, 비슷한 성향의 유튜브 채널로 옮겨가며 여가를 즐기고 계셨다. 그렇다고 그가 노무현을 조리돌린 보수 언론을 두둔하고 보수 정당에 투표할 리는 없다고 믿는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을까 두렵기는 하다.
하물며 어린 아이들은 유튜브 알고리즘에 더욱 휘둘릴 수밖에 없다. 5.18을 책으로 배운 아이들조차 가짜 뉴스에 쉽게 현혹되는데, 유튜브로 처음 접한 경우라면 자칫 위험할 수 있다. 오로지 조회 수 늘리기 경쟁이라면, '진짜 뉴스'는 가짜 뉴스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
"글이든 영상이든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면 분명하게 책임을 묻는 강력한 처벌법이 제정되는 것, 그것만이 가짜 뉴스를 차단하는 가장 확실하고도 유일한 해법이라고 생각해요."
중학생 동생에게도 그대로 들려주었다는 아이의 이 말은, 빼거나 보탤 것 하나 없는 모범정답이다. 5.18은 더 이상 '팩트 체크'의 대상이 아니다. 표현의 자유 운운하며 합리적 근거도 없이 거짓말을 일삼는 건, 희생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유가족을 능멸하는 명백한 범죄 행위다.
사족 하나. 일부 정치인들과 학자들은 낡은 학교교육을 탓하며, 이른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훈계한다. 유튜브 등에 범람하는 수많은 정보들을 비판적으로 해석하며 취사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뜻이다. 백 번 지당한 말씀이긴 하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미디어 환경은 학교교육의 영향력을 훌쩍 뛰어넘은 지 이미 오래다. 옳고 그름보다 재미의 유무에 집착하는 요즘 아이들의 세태를 부실한 학교교육 탓으로 돌릴 수 없다. 단 10분의 지루함도 못 견뎌하는 아이들에게 최악의 교사는 수업이 재미없는 교사다.
이미 우리 사회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조차 예능 프로그램에 목매단 '예능지상주의' 사회다. 적지 않은 아이들이 장래 유튜버를 꿈꾸고, '예능감 있다'는 말을 최고의 칭찬으로 여긴다. 예능 프로그램으로 뒤덮인 미디어 환경이 횡행하는 가짜 뉴스의 숙주라고 여긴다면 과연 억측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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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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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만 명이 본 뉴스의 실체... 어느 학생의 촌철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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