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마켓에서 판매한 옷장 퇴직 후 귀농하신다는 분께 판매한 옷장. 거래 매너도 좋으셨지만 무엇보다 좋은 물건을 싸게 판매해서 고맙다는 인사를 남겨주셔서 중고거래가 이익을 떠나 사람 간의 소통임을 느끼게 해주었다.
박은정
한 남성분은 원룸에 혼자 사는데 무드등으로 둘 거라며 무료로 나눔한 종이갓 스탠드를 가지고 가셨다. 핸디 청소기를 가져가신 분은 아들이 만들기를 좋아하는데 모터가 필요해서 구매를 하신다고 하셨다. 가게를 창업하는데 필요해서 인테리어 소품을 사 가신 분도 계셨다.
이사 들어올 때 조합원 지급 품목으로 받은 새 TV는 인터넷 최저가에서 한참을 내린 가격으로 올려두었는데도 판매가 되지 않았다. 고민 끝에 가격을 10만 원 내려 게시물을 다시 끌어올렸다.
제일 처음 연락이 온 분에게 판매했는데, 갑자기 TV가 고장이 나서 인터넷으로 다른 상품을 산 상황이었다고 했다. 내 판매글을 보고 부랴부랴 주문 취소를 하셨다고 한다. 순간 '너무 싸게 판 것은 아닐까?' 약간의 후회도 들었지만, 필요한 곳에서 제 용도를 다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 또한 심적, 경제적 이익을 얻으니 윈윈(WinWin)인 셈이다.
또 하나 놀라고 감사한 것은 대부분의 거래자가 별 불만 없이 거래를 위해 우리 동네까지 와줬다는 점이다. 아이가 어려서 이동이 불편하다 보니 직거래를 하면서 우리 동네로 장소를 한정했는데, 흔쾌히 방문해서 물건을 받아가셨다.
물론 누군가와 시간을 맞추고 가격을 조율하는 일이 번거롭고, 낯선 사람과 처음 마주할 때 쑥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거래를 마치고 돌아갈 때 '고맙다'는 한마디를 나누면, 꽤 할 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고거래를 하며 인생을 배웠다
물론 거래를 하면서 훈훈한 경우만 있었던 건 아니다. 저렴하게 올린 가격인데도 거기서 더 깎아달라고 무리하게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충분히 설명을 들은 후 구매했는데도 시간이 지나 이런저런 이유로 불만을 표하는 사람도 있었다. 구매하겠다고 연락이 와서 외출도 못하고 한참 기다렸는데 연락두절이 되거나, '마음이 바뀌었는데 깜빡하고 말을 못했다'는 사람들도 무수히 많았다.
여러 번 중고거래를 하면서, 한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고 타인을 대하는 방식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이익에 연연해 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거래 후 가져간 물건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친절하게 사진으로 남겨주는 사람도 있다.
중고거래는 단순히 내게 필요 없어진 물건을 '정리'하고 '비우는' 행위에 그치지 않았다. 일면식도 없던 사람과 물건을 매개로 연락하며 적든 많든 금전 거래가 오갔다. 이 과정에서 나는 인생과 사람을 배우며 나를 돌아보게 됐다.
거래가 성사되면 늘 감사한 마음으로 거래평을 작성한다. 인터넷 상품 구매가 일상화되었지만 상품평을 거의 써 본 적 없다. 중고 거래 후에는 꼭 평을 남긴다. 대부분 수 분 내에 상대로부터도 따스한 거래평이 도착한다. 이 맛에 중고거래를 하게 된다.
더이상 필요 없는 물건을 거래하며 정리를 했다는 충족감을 느끼고, 무언가를 그냥 버렸다는 죄책감을 덜어낸다. 작은 수익에 뿌듯함을 느끼면서, 동시에 누군가와 느슨하게나마 이어졌다는 감각이 따스하게 차오른다.
거래 전까지는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누군가가 나의 한 시절을 담은 물건을 가져간다. 그 물건은 나의 역사를 담은 채 내 곁을 떠난다. 그 물건이 부디 그들의 삶에 의미 있게 쓰이길 바라며, 떠나는 뒷모습을 향해 조용히 되뇌인다.
"만나서 반가웠어요. 그리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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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난리난 중고마켓, 거래 후 꼭 남기는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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