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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G 연속 대타 끝내기' 키움 주효상, 짜릿한 이틀의 기억

[KBO리그] 18일 롯데전 이어 19일 SK전에서도 대타 끝내기 안타 작렬, 키움 3연승

20.06.20 09:19최종업데이트20.06.2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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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이 3일 연속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거두며 3연승을 내달렸다.

손혁 감독이 이끄는 키움 히어로즈는 1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SK 와이번스와의 홈경기에서 9회에 터진 대타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2-1로 짜릿한 역전승을 따냈다. 3일 연속 끝내기 승리로 3연승을 달린 키움은 이날 LG 트윈스를 18-8로 대파한 3위 두산 베어스와의 승차를 반경기로 유지하며 4위 자리를 지켰다(23승17패).

키움은 선발 한현희가 8회 2사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7피안타1볼넷5탈삼진1실점으로 호투했고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1.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김태훈은 시즌 3승째를 챙겼다. 키움은 이날 18일 롯데 자이언츠전에 이어 이틀 연속 같은 선수가 대타로 나와 끝내기 안타를 터트리는 활약으로 승리를 따내며 기세를 올렸다. 올 시즌 단 2개의 안타로 2개의 결승타를 기록하고 있는 프로 5년 차 포수 주효상이 그 주인공이다.

 

1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키움 히어로즈 주효상이 0-1로 뒤진 9회말 1사 만루상황에서 끝내기 적시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히어로즈가 박동원의 후계자로 점 찍은 유망주 포수

각 구단의 전력 평준화를 위해 지난 2010년 신인 드래프트부터 전격 실시됐던 전면 드래프트는 프로 구단들의 지역 학교 투자 중지 등 많은 부작용을 낳은 채 4년 만에 폐지됐다. 그리고 나란히 서울에 연고를 가지고 있는 두산 베어스와 LG트윈스,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는 해마다 번갈아 가면서 1차 지명권을 우선적으로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서울 지역 최고 투수로 꼽히던 서울고 에이스 최원태를 지명한 히어로즈는 이듬 해 서울 연고구단 중에서 지명순위가 가장 뒤로 밀렸다. 1순위를 가진 두산이 청소년 대표팀 에이스 이영하를, LG가 이영하의 선린 인터넷고와 청소년 대표 동기인 김대현을 지명한 가운데 히어로즈는 고민 끝에 서울고 포수 주효상을 지명했다. 히어로즈는 주효상이 박동원의 뒤를 이을 차세대 안방마님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히어로즈가 주효상을 선택했을 때 팬들 사이에서는 환영보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더 컸다. 주효상이 좋은 유망주인 것은 분명하지만 1차 지명권을 소모할 정도의 대형 선수는 아니라는 의미였다. 실제로 넥센은 주효상을 선택하면서 호타준족의 대형 내야수 최원준(KIA 타이거즈)을 비롯해 '즉시전력감'으로 꼽히던 대졸 사이드암 김재영(한화 이글스), 김주한(SK 와이번스) 등을 그냥 지나쳤다. 

현존하는 최고의 포수 양의지(NC 다이노스)와 통산 골든글러브 5회 수상에 빛나는 강민호(삼성 라이온즈) 등 대부분의 포수들은 짧게는 2~3년, 길게는 4~5년의 적응 및 성장을 위한 기간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포수 유망주들이 입단 초기부터 1군에서 활약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주효상이 아무리 중학교 때부터 4번타자로 활약하고 고교 시절 전국대회 2관왕을 달성한 유망주라고 해도 프로 1군에서 곧바로 활약하기는 매우 힘들다는 뜻이다.

루키 시즌 1군에서 12경기에 출전한 주효상은 2017년 64경기에 이어서 2018년에는 80경기에 출전하며 1군에서 점점 자리를 잡아가는 듯 했다. 특히 2018년 5월에는 주전 포수 박동원이 성폭행 사건에 연루되면서 포수 자리에 큰 구멍이 뚫렸고 장정석 감독(KBS N SPORTS 해설위원)은 백업포수인 주효상을 1군에서 중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주효상은 자연스럽게 히어로즈의 안방을 차지하는 듯 했다.

1·2군 오가던 제3의 포수, 이틀 연속 대타 끝내기로 강렬한 인상

히어로즈는 2018년 주효상과 함께 안방을 지켰던 김재현(상무)마저 군에 입대하며 포수 자리가 더욱 허전해졌다. 이는 주효상에게는 희소식이었지만 히어로즈는 2018년 12월 SK, 삼성과의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강민호에게 자리를 빼앗긴 삼성 왕조 시절의 주전 포수 이지영을 영입했다. 여기에 박동원마저 작년 1월 검찰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2019 시즌 경기 출전이 가능해졌다. 키움의 포수 고민이 순식간에 해결된 것이다.

이지영 영입과 박동원의 무혐의 처분은 히어로즈 안방에는 큰 희소식이었지만 내심 주전 포수를 노리던 주효상에게는 반가울 수만은 없는 소식이었다. 실제로 이지영과 박동원은 작년 시즌 각각 74경기와 64경기에서 선발 마스크를 나눠 쓰며 히어로즈의 안방을 든든하게 지켰고 주효상은 선발 출전 6경기를 포함해 1군에서 단 18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기회가 부족했으니 타격 성적(타율 .207 6안타5타점3득점)도 만족스러울 리 없었다.

1년 늦게 프로에 입단한 이정후는 4년 만에 연봉 3억9000만원을 받는 슈퍼스타가 됐지만 프로 5년 차가 된 주효상의 올 시즌 연봉은 여전히 4000만원에 불과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지영이 3년 총액 18억 원에 FA계약을 맺으면서 주효상의 입지는 여전히 불안했다. 게다가 박동원 역시 시즌 개막 후 37경기에서 타율 .328 8홈런29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면서 주효상이 끼어들 자리는 더욱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키움 제3의 포수로 1군과 2군을 오가던 주효상은 지난 18일 롯데전에서 연장 10회말 대타로 출전해 원바운드로 우측 담장을 때리는 끝내기 2루타를 때리며 시즌 첫 안타를 신고했다. 주효상은 19일 SK와의 주말 3연전 첫 경기에서도 선발 출전하지 못했지만 0-1로 뒤진 9회말 1사 만루에서 대타로 출전했다. 주효상은 SK 마무리 하재훈의 5구째를 잡아당겨 우중간을 가르는 통쾌한 끝내기 안타를 터트리며 경기를 끝냈다. 

5월까지 6경기에 출전해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던 주효상은 6월 들어 2경기 연속 대타 끝내기 안타를 터트리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데 성공했다. 물론 2경기 연속 대타 끝내기 안타를 터트렸다고 해서 주효상이 당장 박동원과 이지영을 밀어내고 키움의 안방을 차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뛰어난 재능을 인정 받으면서도 1군에서 별다른 실적을 올리지 못하던 주효상이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기엔 더할 나위 없이 짜릿했던 이틀 간의 활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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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주효상 끝내기 안타 1차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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