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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클롭 감독, 리버풀의 '30년 한' 풀었다

영국 1부리그 우승시킨 최초의 독일 감독

20.06.28 09:18최종업데이트20.06.2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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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2년에 창단한 리버풀FC는 지난 시즌까지 1부 리그에서 총 18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명문팀이다. 통산 20회 우승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함께 '축구종가'인 잉글랜드 프로축구를 이끌었다고 해도 전혀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하지만 리버풀의 마지막 우승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89-1990시즌이었다.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한 1992년 이후 리버풀은 한 번도 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런 리버풀이 2019-2020 시즌 드디어 30년 만에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각) 리그 2위 맨체스터시티FC가 첼시FC와의 원정경기에서 1-2로 덜미를 잡히면서 잔여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리버풀의 우승이 결정됐다. 잔여 경기를 무려 7경기나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 2위와의 승점 차이를 무려 23점으로 벌린 독보적인 우승이다. 리버풀은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경기를 남겨놓고 우승을 확정한 팀이 됐다.

축구는 전술과 선수기용 등 감독의 역량에 따라 팀 전력이 크게 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스포츠로 꼽힌다. 리버풀이 프리미어리그 출범 후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는데 있어 위르겐 클롭 감독을 일등공신이라고 평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2015년 리버풀에 부임해 5년 만에 리버풀을 프리미어리그 우승으로 이끈 클롭 감독은 영국 프로축구 131년 역사에서 최초로 1부리그 우승을 달성한 독일 감독이 됐다.

'몰락한 명가' 도르트문트를 부활시킨 40대의 젊은 명장

많은 위대한 감독들이 초라한 선수생활을 보낸 것처럼 클롭 감독의 현역생활 역시 화려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지동원의 소속팀인 분데스리가의 FSV 마인츠 05에서 10년 넘게 선수생활을 했지만 당시 마인츠는 2부리그 소속이었고 클롭 감독은 선수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독일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적이 없다. 클롭 감독 역시 "전술 이해도는 높았지만 기술적 역량은 5부리그 수준이었다"고 자신의 현역 시절을 회상했다.

2001년 현역에서 은퇴한 클롭 감독은 34세의 젊은 나이에 코치 경력 없이 곧바로 마인츠의 감독이 되면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00-2001 시즌 중반 감독으로 부임해 마인츠를 3부리그 강등 위기에서 구한 클롭 감독은 현역 시절 펼치지 못한 자신의 축구 철학을 마인츠에 녹여내기 시작했다. 물론 감독 부임 초기에는 두 시즌 연속 종이 한 장 차이로 1부 리그 승격에 실패하는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클롭 감독은 2003-2004 시즌 네 번의 도전 끝에 마인츠를 창단 99년 만에 드디어 1부리그 승격에 성공시켰다. 하지만 세계 4대 명문리그 분데스리가는 결코 만만한 무대가 아니었다. 마인츠는 승격 세 번째 시즌이었던 2006-2007 시즌 리그 16위로 세 시즌 만에 다시 2부리그로 강등됐고 클롭 감독도 2007-2008 시즌을 끝으로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친정 팀을 떠난 클롭 감독의 두 번째 둥지는 '몰락한 명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였다.

40세에 불과하던 클롭이 분데스리가 3회 우승에 빛나는 도르트문트의 감독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당시 도르트문트가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한 채 중위권을 허덕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클롭 감독은 도르트문트에 부임하자마자 대대적인 리빌딩에 돌입하며 팀의 재정에 맞춰 알짜배기 선수들을 영입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2008-2009 시즌 도르트문트에서 활약했던 '초롱이' 이영표(SPOTV해설위원)도 있었다.

클롭 감독은 2010년대 들어서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FC바이에른 뮌헨), 카가와 신지(레알 사라고사) 같은 알짜 선수들을 영입하고 마리오 괴체를 1군으로 불러 오면서 강한 전력을 구축했다. 그 결과 도르트문트는 2010-2011시즌과 2011-2012시즌 분데스리가 2연속 우승, 2012-2013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만들었고 그 중심에는 당연히 클롭 감독이 있었다.

부임 5년 만에 리버풀의 오랜 한 풀어준 독일 출신 감독

클롭 감독은 도르트문트를 7년 동안 이끌며 분데스리가 2회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DFB 포칼 우승 등의 커리어를 쌓으며 유럽 전체에서도 인정 받는 명장 반열에 올라섰다. 그리고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클롭 감독은 프리미어리그의 독이 든 성배를 들기로 결심했다. 바로 프리미어리그 출범 후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저주 받은 팀 리버풀의 지휘봉을 잡은 것이다.

클롭 감독이 부임하기 전 2014-2015 시즌 6위를 기록했던 리버풀은 클롭 감독 부임 후에도 2015-2016 시즌 8위에 머물며 반등을 하지 못했다. 성급한 일부 리버풀 팬들은 클롭 감독의 지도력을 의심하기도 했지만 클롭 감독은 흔들리지 않고 착실히 팀 전력을 다져 나갔다. 알리송 베케르,버질 판데이크, 사디오 마네,모하메드 살라 등 포지션마다 알짜 선수들을 영입했고 유스에서 젊은 윙백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를 과감히 1군으로 올렸다.

그 결과 리버풀은 2016-2017 시즌 4위를 차지하며 챔피언스리그 출전 자격을 따냈고 2018-2019 시즌에는 리버풀 창단 이후 최다 승점인 97점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시즌 리버풀은 리그에서 단 1패 만을 기록하고도 승점 1점 차이로 리그 우승을 놓쳤는데 클롭 감독은 이 아쉬움을 통산 6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달랬다. 리버풀은 2019년 UEFA 슈퍼컵과 클럽 월드컵까지 휩쓸며 명실상부한 유럽 최강팀으로 떠올랐다.

클롭 감독 부임 후 5번째 시즌을 맞은 리버풀에게는 적수가 없었다. 비록 챔피언스리그에서는 16강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게 덜미를 잡히며 조기 탈락했지만 리그에서는 31경기에서 28승2무1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면서 잔여 7경기를 남겨두고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 지었다. 클롭 감독은 '게겐 프레싱'으로 불리는 강한 전방 압박을 통해 31경기에서 단 21실점을 기록한 리버풀의 눈부신 수비 전술을 이끌었다.

클롭 감독은 우승을 확정 지은 후 인터뷰에서 눈시울을 붉히며 리버풀의 전설들인 케니 달글리시와 스티븐 제라드에게 우승의 공을 돌렸다. 영국으로 건너온 지 5년 밖에 되지 않은 독일인 감독이 팀의 전설들을 언급하며 우승의 공을 돌린 것은 자존심 강한 리버풀 팬들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이미 우승을 확정한 리버풀은 남은 시즌 동안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 기록인 맨시티의 승점 100점과 32승 기록 경신에 도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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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축구 2019-2020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FC 위르겐 클롭 감독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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