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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인상-김연경 복귀 속 여전한 여자배구의 그늘

[프로배구] 정선아-백목화-고유민 등 은퇴 선택, 입단 1년 만에 팀 떠나는 선수도 4명

20.07.02 09:21최종업데이트20.07.0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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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0일 한국배구연맹은 2020-2021시즌에 활약할 남자부 7개 구단, 여자부 6개 구단의 선수등록 명단과 연봉 계약 내역을 공개했다. 특히 2020-2021 시즌부터 연봉 상한선(샐러리 캡)이 남자부 26억 원, 여자부 23억 원으로 상승하면서 스타급 선수들을 중심으로 적지 않은 연봉 인상 혜택을 누리게 됐다. 샐러리 캡 인상은 프로배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리그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연봉(4억5000만원)과 옵션(2억5000만원)을 더해 총액 7억 원을 받을 수 있는 '거요미' 양효진(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은 무려 8년 연속 연봉퀸에 올랐다. 그 뒤를 새롭게 FA 계약을 체결한 이재영(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총액 6억 원)과 박정아(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5억8000만원)가 잇고 있다. 여자부에서는 작년 단 4명에 불과했던 3억 원 이상의 고액 연봉 선수가 샐러리 캡 증가로 인해 올해 11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샐러리 캡 인상과 '배구여제' 김연경의 복귀 등으로 호재가 많은 여자배구에도 그늘은 존재한다. 지난 6월 30일에 발표된 선수등록 명단 아래는 7명의 임의탈퇴 선수와 6명의 자유신분선수(은퇴)의 명단이 함께 있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이효희와 김해란(이상 FA 미계약)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아직 한창 뛸 수 있는 나이의 젊은 선수들이라 배구팬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프로 입단 4년 만에 코트 떠나게 된 전체 1순위 출신 유망주
 

정선아(왼쪽) 전체 1순위로 프로에 입단한 선수 중 역대 가장 이른 시기에 은퇴하는 선수가 됐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도로공사는 선명여고의 거포 지민경(KGC인삼공사)과 강릉여고의 세터 안혜진(GS칼텍스 KIXX) 같은 유망주들을 지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도로공사의 선택은 의외로 목포여상의 센터 정선아였다. 도로공사는 183cm의 좋은 신장을 가진 센터 유망주 정선아를 30대 후반을 향해 가던 노장센터 정대영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점 찍었다.

정선아는 입단 2년째가 되던 2017년 컵대회에서 주전 센터로 활약해 4경기에서 57.6%의 높은 성공률로 34득점을 올리며 라이징 스타상을 수상, 순조로운 성장 속도를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정작 V리그가 개막하면 대선배 정대영과 배유나가 건재함을 보였고 정선아가 경기에 나설 기회는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치열한 순위다툼 속에서 검증된 베테랑을 빼고 미래를 위해 유망주에게 충분한 기회를 줄 수 있는 지도자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신의 잠재력을 완전히 끄집어내지 못하던 정선아는 2019-2020 시즌 드디어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팀의 주전 센터 배유나가 2018-2019 시즌 종료 후 어깨 수술을 받으면서 2019-2020 시즌 정상적인 출전이 힘들어진 것이다. 마침 작년은 정지윤(현대건설)과 박은진(인삼공사),이주아(흥국생명) 등 리그에서 신예센터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시기였기 때문에 김종민 감독 역시 1순위 출신 유망주 정선아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정선아는 주전 센터로 많은 기회가 주어졌던 2019-2020 시즌 20경기에 출전해 32.35%의 저조한 공격 성공률로 52득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블로킹은 세트당 0.33개에 불과했고 시즌 내내 120번의 서브를 시도해 단 1개 밖에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시즌 중반 이후부터는 부상에서 돌아온 배유나와 2018년 6순위로 입단한 후배 최민지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결국 정선아는 2019-2020 시즌이 끝나고 현역 생활을 마감하기로 결심했고 도로공사도 정선아를 임의탈퇴 처리했다. 물론 임의탈퇴 선수는 1개월 후 소속 구단과 협의 후 복귀가 가능하지만 임의탈퇴 선수가 공백 없이 곧바로 팀에 복귀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만약 정선아가 이대로 코트를 떠나게 된다면 정선아는 역대 1라운드 1순위 지명 선수 중 가장 짧은 기간(4시즌) 동안 활약하고 은퇴한 선수가 된다.

2년 만에 코트 복귀한 백목화, 2년 만에 다시 은퇴
 

2년 만에 코트로 돌아온 백목화는 복귀 2년 만에 다시 코트를 떠나게 됐다. ⓒ 한국배구연맹

 
IBK기업은행 알토스의 백목화 역시 어렵게 코트에 복귀했기에 이번 임의탈퇴가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선수다. 인삼공사 시절 토종 주공격수로 활약하던 백목화는 2015-2016 시즌 종료 후 FA 협상이 결렬돼 아쉽게 코트를 떠났다. 실업팀에서 잠시 활약하다가 바리스타로 전업해 제2의 삶을 살던 백목화는 기업은행 이정철 전 감독의 권유에 따라 '사인앤트레이드' 형식을 통해 2년 만에 다시 코트에 복귀했다.

김미연(흥국생명)의 대안으로 영입된 백목화는 2년의 실전공백에도 불구하고 복귀 첫 시즌이었던 2018-2019 시즌 30경기에 모두 출전해 145득점을 올리며 공수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2019-2020에는 시즌 초반 리베로로 변신하며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2라운드부터 다시 윙스파이커로 돌아갔고 지난 2월에는 역대 5번째로 개인 통산 250개의 서브득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백목화는 지난달 30일 3명의 후배들과 함께 임의탈퇴 공시되면서 4년 전처럼 또 한 번 코트를 떠나게 됐다. 백목화는 임의탈퇴가 공시된 후 개인 SNS에 장문의 글을 통해 기업은행에서 보낸 짧지만 의미 있었던 시간들에 대한 소감을 남겼다. 물론 힘들게 내린 결정이었겠지만 백목화의 드래프트 동기들인 양효진, 배유나 등이 여전히 V리그의 스타로 활약하고 있어 백목화의 선택은 배구팬들에게도 많은 아쉬움을 주고 있다.

코로나19로 시즌이 중단되기 전부터 팀에서 이탈한 것으로 알려진 현대건설의 윙스파이커 고유민 역시 만25세의 젊은 나이에 코트를 떠나게 됐다. 2019-2020 시즌 후반 김연견 리베로의 부상으로 리베로로 변신했다가 부진 후 팬들의 많은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던 고유민은 2018-2019 시즌 후반기의 좋은 활약을 뒤로 하고 은퇴를 선택했다.

이 밖에도 기업은행의 김현지(임의탈퇴)와 GS칼텍스의 장지원, 도로공사의 이세빈 등 2019년 신인 드래프트 출신의 젊은 선수들도 대거 방출의 아픔을 피하지 못했다. 그 중에는 이상렬 KB손해보험 스타즈 감독의 장녀 이유안과 181cm의 장신 세터로 많은 주목을 받았던 구솔도 포함돼 있다. 아무리 고교 시절에 학교를 대표하는 선수로 활약했다 해도 경쟁이 치열한 프로 무대에서 생존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씁쓸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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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임의탈퇴 자유신분선수 정선아 백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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