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10월 국정감사 때 작성된 국회 법사위의 감사원 감사 속기록 56쪽에 있는 이춘석 의원 발언
국회 국정감사
○이춘석 위원 : "이 범죄행위가 누구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 그 열쇠 역시 감사원의 문답서에 나와 있습니다. 다음 파워포인트 올려 주세요. 자, 자료 한번 보여 주십시오. 대운하 포기 선언 이후 시점에 현대건설 손문영 전무가 장석효 도로공사사장이자 인수위 시절 한반도 대운하TF 팀장에게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해체해야 하느냐?' 하고 문의하자 장석효 사장은 그 자리에서 바로 VIP에게 전화를 합니다. 그리고 VIP하고 통화한 후에 '포기하지 말라'고 하여 현대컨소시엄은 그대로 유지됐다고 하는 것이 현대건설 손문영 전무의 진술입니다. 이 장석효 도로공사사장이 지금 서울중앙지검에 4대강 공사와 관련해서 구속됐습니다."
제가 이 속기록에 주목했던 이유는 국민을 두 번 속인 'MB의 기막힌 사기술' 때문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첫 번째 사기는 한반도대운하 1단계 사업을 하면서 '4대강살리기 사업'으로 속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름만 바꾼 게 아니었습니다.
MB는 국민을 두 번 속였다
제가 확인한 국감 속기록은 두 번째 사기에 해당합니다. 국민 세금 한 푼도 들이지 않고 민간자본을 유치해서 한반도대운하사업을 하겠다고 했는데, 혈세를 투입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건설재벌들이 있었습니다. 현대 등 한반도대운하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건설재벌들이 '사업성이 없다'면서 사실상 포기선언을 한 뒤에 이뤄진 결정이었습니다. 건설사들이 자기 돈을 투자하지 않겠다고 버티자, 국민 세금을 투입하고 불법 담합을 통해 나눠준 셈입니다.
4대강사업은 민자 유치가 아니라 경쟁 입찰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국가 재정사업으로 변경됐기에 컨소시엄은 해체돼야 했습니다. 하지만 컨소시엄은 유지됐고, 그 배경에는 MB가 있었다는 게 위의 속기록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손문영 전 전무뿐만 아니라 속기록에 등장한 장석효 전 도로공사 사장의 집에까지 찾아가서 반론을 실었습니다. 우선 장 전 사장은 손 전 전무의 문답서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MB와의 통화'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손 전 전무는 통화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MB에게 직접 전화를 건 게 아니라 그 밑에 있는 사람과 통화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속기록과는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손 전 전무는 컨소시엄 유지를 청와대의 뜻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저는 사실을 기록하면서 반론 취재에 임했고, 이를 기사에 담아서 독자들의 판단을 구했습니다.
[난, 영상 취재 허락하지 않았다?] "이익 못 챙겼다"는 주장도 기록해야 했다
손 전 전무는 자기가 허락하지 않은 인터뷰 영상이 영화 <삽질>에 들어있기에 초상권과 음성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최근 법원에 영화를 증거자료로 제출했습니다. 씁쓸했습니다. 불법담합을 통해 국민 혈세를 낭비한 건설재벌들의 행태를 파헤치고, 불법과 탈법, 편법과 속임수를 총동원해서 국민을 속인 MB정권의 4대강 부역자들의 민낯을 최초로 고발한 영화가 되레 고발을 당해 법정에 서게 된 것이 아이러니입니다.
손 전 전무가 제기한 초상권과 음성권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습니다. 이 영화는 4대강사업을 둘러싸고 13년 동안 벌어진 사실을 기록한 다큐멘터리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담합의 빌미를 제공하는 바람에 불법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막대한 세금이 낭비된 것임을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제 개인의 사익이 목적이 아니라 공공의 이해에 천착한 내용입니다.
손 전 전무는 이명박과 긴 세월 동안 각별하게 지냈습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운영위원장이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한반도 대운하 T/F팀장이었던 장석효와 긴밀히 접촉했던 핵심 인물이기에 그의 증언을 청취하는 것 역시 공익을 위한 취재로 볼 수 있습니다. 또 손 전 전무는 오랜 기간 현대건설의 임원을 지냈을 뿐만 아니라, 2012년 4월 총선에 출마했기에 일반 대중들에게 알려진 공인입니다.
특히 영화에 포함된 인터뷰 내용은 대부분 손 전 전무에게 유리한 것들입니다. 불법 담합을 했지만 "낙찰률이 높을 수밖에 없고, 공사로 인한 이익은 취득하지 못했다" "정부가 당초 예상가액을 터무니없게 낮게 잡아서 오히려 손해 봤다"는 등의 반론 위주의 인터뷰 내용을 담았습니다. 당시 대형 비자금 의혹 사건이 불거지기도 했던 현대건설이 4대강사업을 통해 한 푼도 벌지 못했다는 그의 주장조차도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게 바로, 저널리즘 다큐멘터리의 정신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정작 제가 억울한 건?] 1억 5천만 원 vs. 1만 5천 명
"94분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간다. 숨소리도 안 들릴 만큼 몰입해서 저 비극의 현장을 지켜보았다. 주변 모든 사람에게 보여주어야 할 영화다."
지난해 11월 영화 <삽질> 시사회 때 참석한 노혜경 작가의 영화평 중 일부입니다. 명진 스님(전 봉은사 주지)은 "영화를 보고 4대강을 망가뜨린 작자들의 머리를 삽질하고 싶다"고 했고, 이외수 작가도 "온 국민이 봐야 하는 영화"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가수 이승환씨도 영화 홍보영상에 음원을 기꺼이 제공해주셨습니다.
하지만 흥행 성적은 좋지 않았습니다.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했던 일부 인사들은 "100만 명, 아니 전 국민이 보아야할 영화"라고 극찬했지만, 현재까지의 관객 수는 1만5천여 명입니다. 13년 동안의 취재비와 영화 제작비는 차치하더라도 관객 수입만으로도 손 전 전무가 청구한 금액 1억5천만 원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IPTV 수입도 저조합니다.
투자비를 한 푼도 건지지 못하고 소송 등으로 되레 피해를 입힌 저의 20년 직장 오마이뉴스에는 미안하지만, 부끄럽지는 않습니다. 돈을 벌기위해 시작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아무도 기록하지 않는 4대강 부역자들, 누구도 책임을 묻지 않는 그들의 민낯을 러닝타임 94분의 다큐멘터리 영화에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여겼습니다.
영화 관련한 여러 자리에서도 강조하듯이 이렇게라도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할 수 없고, 기억하지 않으면 책임을 물을 수 없으며, 책임을 묻지 않으면 제2, 제3의 삽질이 계속될 것이라는 경고음을 울리고 싶었습니다.
아직도 삽질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기에 지금도 매년 4대강사업을 유지보수하고 관리하는 데 수천억 원의 혈세가 투입되고 있습니다. 금강의 4대강 수문은 열렸지만, 낙동강의 수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습니다. 흐름이 멈춘 강은 썩고, 그 강물을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으로 쓰고 있습니다.
이런 황당하고 비참한 악순환이 종식될 때까지 오마이뉴스는 4대강 취재를 끝내지 않겠습니다. 4대강에 녹조라떼가 아니라 평화가 흐르는 그날까지 지치지 않고 4대강으로 달려가겠습니다. '삽질'을 기록한 대가로 1억5천만 원의 청구서를 받아들었지만, 22조 2천억 원과 지금도 계속되는 혈세 낭비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묻겠습니다.
https://youtu.be/26b9YaAg5OE
마지막으로 부탁드립니다. IPTV와 유튜브를 통해 영화 <삽질>을 한 번 보아주시고, 4대강 흑역사를 주도한 부역자와 이에 맞섰던 저항자들을 기억해 주십시오. 국민 모두가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터널을 지나고 있지만, 여력이 되신다면 오마이뉴스를 후원하는
10만인클럽 http://omn.kr/1hsfh에도 가입해주십시오.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을 제작한 오마이뉴스는 매년 이어온 4대강사업에 대한 심층 기획 보도를 이달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30
환경과 사람에 관심이 많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입니다. 10만인클럽에 가입해서 응원해주세요^^ http://omn.kr/acj7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