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3월 27일 오후 11시 15분께부터 28일 오전 0시 25분께까지 집무실에서 31개국 45개 주요 도시 시장들의 '코로나19' 공동대응 화상회의에 참여해 서울시의 방역 경험과 노하우를 소개했다.
서울시
서울시청 직원들에게 박 시장의 업적을 물어보니 공공자전거 따릉이와 미세먼지 시즌제, 노동자이사제, 서울로 7017, 그린벨트 사수, 강남북 균형발전 등으로 답변이 제각각 흩어졌다. 공 들인 사업들은 한두 가지가 아닌데 개개 사업들이 유기적 관계를 갖지 못하다 보니 '성공한 서울시장'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이는 다시 '지지율 부진'이라는 악순환으로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시장 재임 4년 동안 청계천 복원과 버스중앙차로 개편 같은 굵직한 사업에 집중했던 이명박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한 결과가 '스토리텔링의 부재'로 귀착된 것은 아이러니하다.
박 시장 주변에서는 "랜드마크를 만들라"는 조언을 물리적 조형물로 좁게 해석했다는 얘기가 뒤늦게 나온다. 시민운동 시절부터 박 시장과 호흡을 맞췄던 서울시의 전직 공무원은 "대규모 토목공사나 개발 사업으로 인기를 끌지 않겠다는 기본 방향은 옳았다"면서 "다만, '박원순식 시정'을 시민들이 이해하기 쉬운 메시지로 풀어내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안철수 등의 대선 캠페인을 거들었던 이상돈 전 의원도 박 시장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본 사람이다. 이 전 의원은 박 시장의 가장 큰 업적으로 2019년 11월 현대차그룹의 강남 신사옥에 건축 허가를 내준 것을 꼽았다.
이 전 의원은 "토목 공사 안 한다고 했던 박 시장이 그런 결단을 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전 세계 주요도시 시장들이 고층건물을 올려서 도시의 얼굴을 바꾸려고 하는데 세금 한 푼 안 들이고도 스카이라인을 바꿀 수 있는 결정을 그동안 미룬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기회가 사라진 건 아니다
박 시장은 총선이 끝난 뒤 정무부시장(김우영)과 비서실장(고한석), 정무수석(최택용), 소통전략실장(장훈), 정책보좌관(최병천) 등 정무라인을 대거 교체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정책 대안으로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에 맞서 박 시장이 '전국민 고용보험' 캠페인에 나선 것도 새로운 정무라인의 작품이다.
빅데이터 전문가인 고한석 비서실장이 "국민들은 서울시장이 한 일만으로 대통령감을 고르지 않는다"면서 박 시장에게 행정가의 틀을 깰 것을 직언한 것도 최근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박 시장의 핵심 참모는 "2017년 대선 캠페인을 접은 후부터 박 시장은 차기 대선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아야 할지를 계속 고민해왔다"면서 "시민운동 시절부터 익숙했던 동료들 대신 새로운 참모들을 기용한 것 자체가 '나부터 바꾸겠다'는 메시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 3월 대선, 5월 취임으로 예정된 일정을 기준으로 역산해보면, 여당은 내년 4/4분기(9~12월)에 후보를 확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에게 1년 2개월 남짓의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현재의 여론 지형만 보면, 박 시장은 여권 대선주자 중에 '대세'가 아니다. 그러나 '대안'으로 인정받을 기회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상돈 전 의원은 "박 시장의 노력만으로는 안 된다, 몇 가지 외부조건이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라며 "이낙연 의원과 이재명 지사의 지지도가 하락할 때 대안으로 거론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열 감독은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이낙연의 리더십이 의심받고, 이재명 지사의 거취가 흔들리고, 김경수 등 원조친문은 시기상조라는 여론이 만들어지는 등 조건들이 합쳐지면 '대통령감으로 누가 더 있나'라는 얘기가 나오는 시기가 올 것"이라며 "지금으로서는 대중이 부르는 날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2017년처럼) 싱거운 결과를 맛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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