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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강승호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 강정호와는 다를까

[주장] 구단, 음주운전 물의 강승호 임의탈퇴 해제 요청... 팬들 마음 돌릴 수 있을까

20.08.15 09:46최종업데이트20.08.1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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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SK 와이번스가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내야수 강승호를 다시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SK는 14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강승호의 임의탈퇴 해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승호는 천안북일고를 나와 지난 2013년 LG 트윈스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하여 차세대 내야수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경찰청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2018년 7월에는 트레이드로 SK에 이적했고, 4개월 만에 준수한 활약으로 소속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데 기여했다.

하지만 2019년 4월 새벽에 음주운전을 하다 도로 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일으키면서 촉망받던 야구인생에 먹구름이 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고 본인도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혈중알코올농도 0.089%로 면허 정지 수준의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승호는 처음에 경찰에 적발된 사실을 숨기다가 뒤늦게 구단에 알렸다.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과 유명 야구선수들의 일탈에 대한 비판 여론이 한창 높아지던 상황에 벌어진 사건이라 여론의 반응은 냉담했다.

KBO는 상벌위원회를 열고 강승호에게 90경기 출장 정지, 제재금 1천만 원, 봉사활동 180시간의 징계를 내렸다. SK는 곧바로 강승호에게 임의탈퇴 처분을 내렸다. 강승호는 징계가 내려진 후 꾸준히 봉사활동에 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임의탈퇴 기간동안 지속적으로 강승호의 상태를 체크해왔으며 선수가 충분히 반성하고 있으며 재기에 대한 의지나 봉사활동에 임하는 태도 등에 진정성이 있다는 판단 하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열어주는 길을 선택했다.

임의탈퇴가 해제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강승호는 육성선수로 신분이 전환되며 14일부터 추가로 KBO로부터 부여받은 징계인 90경기 출전 정지가 적용된다. 강승호는 빨라도 내년 5월쯤에나 1군 경기에 출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강승호의 임의탈퇴 해제 소식에 대한 팬들의 여론은 좋지 않다. 최근 음주운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극도로 나빠진 상황이다. 역시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는 최근 KBO에 임의탈퇴 해제를 신청하고 KBO리그 복귀를 추진하다가 여론의 거센 반발로 끝내 복귀 의사를 접었다.

강정호는 공식적으로 적발된 음주운전만 3회에 이르는데다 사고 전후에 보여준 태도나 한참 뒤늦은 사과 등에서 진정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이 대중들의 분노를 더욱 자극했다는 평가다.

강승호의 경우도 죄질이 좋지 않았다. 물론 음주운전 자체만으로도 큰 잘못이지만, 더 큰 문제는 사고를 저지르고도 구단에 사실을 은폐하고 심지어 경기에까지 출전했다는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구단은 언론보도가 나오고 나서야 겨우 음주운전에 대한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할 때 팬들이 강승호의 복귀추진이나 SK의 '진정성' 해명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필이면 복귀하는 타이밍도 좋지 않았다. 지난해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던 SK는 올시즌 역대급 성적 폭락을 경험하며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데다, 염경엽 감독의 경기중 실신, 퓨처스리그에서 벌어진 선수단 내부 체벌 사건 등 악재가 겹치면서 구단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팀 분위기나 전력상으로도 크게 득 될 것이 없는 강승호를 굳이 무리해서 품는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었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SK 구단은 일각의 우려를 고려한 듯, 강승호의 내년 시즌 신분전환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선수단 합류 이후에도 KBO 징계이수와 함께 봉사활동에 임하는 진정성이나 생활태도 등을 꼼꼼히 검토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앞으로 누구라도 음주운전 등 프로야구 선수로서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했을 경우 KBO와 함께 면밀히 검토하고 사안에 따라 퇴단까지 제재하는 '원아웃' 제도까지 적용해 선수단 내 음주 운전이나 불미스러운 사건사고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으로 SK 입장에서 강승호 사건은 어차피 한 번은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할 문제였다. 당시 SK가 강승호에게 내린 임의탈퇴 징계는 그동안의 선례를 감안하면 결코 가벼운 수위는 아니었다. 야구선수에게 1년 이상의 공백은 꽤 큰 처벌이다. 강승호를 아예 야구계에서 퇴출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어느 시점에서는 다시 기회를 줘야할지 말아야 할지 분명한 결단을 내려야할 수밖에 없었다. SK는 결국 정면돌파를 선택했고 그 이후의 결과에 대한 책임은 강승호가 어떤 행보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구단과 공통으로 짊어져야할 몫이다.

강정호-박한이 등 내로라하던 스타급 선수들도 이제는 음주운전으로 유니폼까지 벗게되는 상황에 몰릴만큼 분위기가 엄격해진 프로야구계에서, 물의를 일으키고도 기회를 얻은 강승호는 대단한 행운아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당연히 임의탈퇴 해제가 끝은 아니다. 팀과 동료들, 구단 이미지에 큰 피해를 끼친 점도 반성해야하지만, 특히 화가 난 팬들의 마음을 돌리고 인정을 받으려면 꽤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팬들의 질타와 의구심의 시선도 당연히 감수해야할 벌이라는 마음가짐을 지녀야한다. 강승호를 다시 품은 SK의 선택은 과연 시간이 흘러 어떤 평가를 받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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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호음주운전 임의탈퇴 SK와이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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