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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출루형 9번 타자' 아시나요? 그가 맹활약 한다

[KBO리그] 16일 롯데전 시즌 첫 홈런 포함 3출루 3타점 맹활약, 키움 위닝 시리즈

20.08.17 10:06최종업데이트20.08.1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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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이 롯데를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만들며 선두 NC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손혁 감독이 이끄는 키움 히어로즈는 1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1방을 포함해 장단 9안타를 터트리며 6-3으로 승리했다. 롯데와의 원정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마친 키움은 LG 트윈스에게 스윕을 당한 선두 NC 다이노스와의 승차를 반 경기로 좁히며 선두 등극을 눈앞에 두게 됐다(52승35패).

키움은 선발 최원태가 3.1이닝3실점으로 일찍 강판됐지만 김상수, 오주원, 안우진, 이영준, 조상우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5.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으며 승리를 지켰고 2번째 투수 김상수는 시즌 3승째를 챙겼다. 타석에서는 6회 적시 2루타를 때린 허정협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가운데 9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출루형 9번 타자' 박춘태가 시즌 첫 홈런과 함께 3출루에 성공하며 키움의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동명이인의 비애

평범한 이름을 가진 사람은 세상을 살다가 이름이 같은 '동명이인'을 만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KBO리그에서도 이름이 같은 선수가 제법 많이 있는 편이다. 그래도 삼성 라이온즈의 내야수 김상수와 키움 히어로즈의 투수 김상수, KIA 타이거즈에서 활약했던 투수 윤석민과 SK 와이번스의 내야수 윤석민처럼 포지션이 다를 경우엔 서로 직접 비교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하지만 동포지션에 동명이인이 있을 경우 본의 아니게 비교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삼성에서 데뷔했다가 1999년 두산 베어스로 트레이드됐던 우완 투수 이상훈은 프로에서 15년 동안 활약하면서 23승33패12세이브9홀드를 기록했다. 하지만 LG 트윈스의 영웅인 '삼손' 이상훈(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과 동명이인이라는 이유로 선수생활 내내 비교를 당했다. 심지어 두 이상훈은 1971년생으로 나이도 같고 은퇴 시기(2004년)마저 같았다.물론 은퇴할 때까지 우완 이상훈이 좌완 이상훈보다 돋보였던 시즌은 한 번도 없었다.

LG의 영구결번 선수인 '적토마' 이병규(LG 타격코치)와 동명이인인 롯데 자이언츠의 외야수 이병규 역시 이름 때문에 손해를 많이 본 경우다. 2006년 육성선수로 LG에 입단해 2016년까지 '적토마' 이병규와 함께 8년 동안 함께 선수 생활을 했던 '작은' 이병규는 2014년 3할타율에 16홈런87타점을 기록하며 '빅뱅'이란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부진한 시즌엔 여지 없이 통산 타율 .311를 기록한 LG의 '레전드'와 비교될 수 밖에 없었다.

키움의 박준태에게도 같은 포지션에 같은 이름을 가진 동명이인 선수가 있다. 바로 1989년 태평양 돌핀스에 입단해 1998년 LG에서 은퇴한 외야수 박준태가 그 주인공이다. 광주일고 시절 2년 연속 황금사자기 MVP에 선정되면서 '야구천재'로 불렸다던 박준태는 프로 입단 후 활약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1992년 LG의 간판타자 중 한 명이었던 윤덕규와 트레이드됐을 정도로 재능을 인정 받았다.

박준태는 현역 시절 언제나 시즌 초반 뛰어난 활약을 펼치다가도 중반 이후 체력저하로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에 90년대 중반부터 김재현(SPOTV해설위원)과 심재학(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병규 등 LG에 쟁쟁한 외야수들이 입단하면서 입지가 좁아졌고 결국 박준태는 1999 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그래도 여전히 올드팬들은 '박준태'하면 시즌 초반에 유독 강했던 1967년생 박준태를 떠올리곤 한다.

상위타선과 연결고리 역할 해주는 '출루형 9번 타자'

최근의 야구팬들에게 익숙한 키움의 1991년생 박준태는 인하대를 졸업하고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6라운드(전체61번)로 KIA에 지명됐다. 프로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대부분 한창 시절에 한가닥 하던 유망주 출신인 것과 달리 박준태는 대학시절 하계리그 결승전에서 끝내기 안타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것을 제외하면 아마추어 무대에서도 크게 내세울 만한 실적이 없었다.

KIA에서도 박준태의 활약은 크게 돋보이지 못했다. 수비가 좋고 타율 대비 출루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타율이 워낙 낮아 선구안의 장점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박준태는 경찰 야구단에서 군복무를 마친 2018년 85경기에 출전해 5홈런24타점32득점을 기록했지만 작년 시즌 타율 .171로 떨어지면서 1군에서 완전히 자리를 잃고 말았다. 결국 박준태는 지난 1월 장영석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결과적으로 박준태에게 키움은 '약속의 땅'이었다. 키움은 외국인 선수 제리 샌즈(한신 타이거즈)의 일본진출과 임병욱의 부상으로 외야가 매우 약해져 있었고 손혁 감독은 타석에서 투수들의 공을 끈질기게 고르는 박준태를 주목했다. 그렇게 키움의 주전 외야수가 된 박준태는 올 시즌 .248의 평범한 타율에도 .405의 높은 출루율을 기록하며 히어로즈의 외야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16일 롯데전은 박준태의 가치를 잘 보여준 경기였다. 박준태는 2회 2사만루에서 서준원에게 11개의 공을 던지게 하며 밀어내기 볼넷을 골라 타점을 기록했다. 4회에는 2사 2루에서 서준원의 4구째를 받아 쳐 중월 투런 홈런을 터트렸다. 2018년10월3일 삼성전 이후 약 1년 10개월 만에 나온 시즌 첫 홈런이었다. 박준태는 6회 세 번째 타석에서도 몸 맞는 공으로 출루하며 1안타로 3출루 경기를 완성했다.

사실 이정후, 김하성, 서건창, 에디슨 러셀, 박병호 같은 쟁쟁한 강타자들이 즐비한 키움 타선에서 9번 타순의 박준태가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이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야구는 라인업에 포함된 9명의 선수가 모두 홈런을 때릴 필요는 없다. 해결 능력을 갖춘 강타자들이 상위타선에 차고 넘치는 히어로즈 타선에서 박준태처럼 끈질긴 유형의 '출루형 9번 타자'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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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박준태 출루형 9번타자 마수걸이 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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