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랄라 활동가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인권이 어떤 이야기를 던져야 될까'라는 고민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
김민환
"복귀 후 '코로나19로 인해 침해된 인권과 관련해 뭘 해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이야기를 했어요. 인권 단체들하고 함께 성명을 좀 내볼까 했죠. 근데 성명만을 내기엔 사태가 심각해지는 거예요. 그래서 '시민사회가 시민들과 함께 정부에 제언하는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이런 이야기를 하다 인권단체 활동가들을 모아 고민을 나눠 보자고 했죠.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의 대장정도 이렇게 시작됐어요. 다양한 분야의 활동가들이 모여 각자의 영역에 대해 오랫동안 토론을 했어요. 토론이 보고서 집필로 이어졌고요. 집필하며 서로의 글을 확인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어요."
전례를 찾기 힘든 바이러스의 확산은 모두를 두렵고 불안하게 했다. 정부는 이런 불안을 잠재우고 코로나19의 확산세를 꺾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정부의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긴급조치와 재난지원은 종종 '성공적인 K-방역'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문제점 및 개선점들이 많았다.
랄라 활동가처럼 정부 조치에 대응하며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 활동가들이 모여 이야기를 시작했다. 방역 당국이 불필요한 확진자 개인정보와 과도한 동선을 공개하고,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집회가 금지되며, 격리되는 장애인들의 생활 지원 대책 없이 격리 건물이 지정되던 시기였다. 이 과정에서 정부, 언론 등은 감염 책임을 개인에게만 돌리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활동가들의 문제의식은 깊었고 토론은 열기가 있었다. 거듭 깊어지고 열기가 집약된 결과, 지난 6월 11일에 보고서 <코로나19와 인권: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위한 사회적 가이드라인>이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 이름으로 발표되었다. 보고서 첫 페이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기존에 존재해왔던 사회 구조적 문제가 특정한 위험 요소와 결합할 때 위험은 재난이 된다."
보고서를 읽으며 이 문장과 조응하는 수많은 사례, 상황들을 마주하게 된다.
(자료집은 누구나 다운받을 수 있다. https://www.sarangbang.or.kr/writing/73350)

▲ '코로나19와 인권: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위한 사회적 가이드라인' 보고서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
랄라 활동가는 보고서 작업에 '큰 욕심'을 냈다. 스스로 더 잘해야 한다고 말하며 더 좋은 생각, 더 좋은 내용을 담으려 애썼다. 그만큼 심적 부담도 커졌다. 이 모든 게 '인권이 어떤 이야기를 던져야 될까'라는 고민의 연장이면서 코로나19 상황에서 명료하진 않지만 필요한 '인권의 언어'를 함께 찾는 과정이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인권이 어떤 이야기를 던져야 될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전자밴드 부분이나 격리, 강제 행정 조치 등에 대한 이슈가 부각될 때 언론은 인권활동가를 찾아요. '인권단체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그런데 국가 기관은 인권단체에 물어보지 않아요. 이럴 때 우리는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하는 게 좋을까', '문제 제기를 위해 어떤 논리를 마련하는 게 좋을까' 그런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게 부담스럽기도 했고요.
이게 '법적으로 명확한 요건이 성립되지 않아서 문제야'라든지 '법적으로 명확한 요건이 성립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실은 기본권 침해야'라는 말은 쉽게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로 인해서 누군가의 삶이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지, 우리 사회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용납할 수 있는지, 우리 사회가 그 사람을 배제한 채 그냥 가는 건 아닌지'는 명료하게 끝나는 말이 아니잖아요."
코로나19로 다산인권센터는 어려움이 없는지 물어봤다. 단체의 주요 사업들이 사람들을 직접 만나 서로 알아 가고, 단체 활동을 소개하며 같이 일하는 방식인데 코로나19로 모두 차단되어 버렸다. 활동의 방식, 후원 모집의 방식이 '멈춤'에 와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근 비대면 온라인 활동들이 여기저기 소개되고 있지만, 단체 활동을 온라인으로만 할 수는 없다 보니 고민이 쉽사리 풀리지 않기도 했다. 비단 다산인권센터만의 상황이 아니다. 대다수 시민사회 단체도 비슷할 것이다.
단체 활동에 대한 고민은 인권운동이 대규모로 모여 목소리를 내는 방식 말고 다른 방식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로 이어졌다. 사회운동이 함께 모여 힘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한데 대규모로 모이기가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비대면 활동을 실험하고 도입하면서도, 비대면 활동이 담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해 고민을 했다. 결국 앞으로 인권운동이 같이 공동으로 모색해야 하는 과제라 여긴다며 올해 하반기 활동을 계획하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죽음을 애도한다는 것

▲ 수원시 연화장에는 2015년 메르스 상황에서 힘들게 장례를 치른 고 엄명환 활동가(필명 오렌지가좋아)의 유해가 있다.
김민환
인터뷰를 마치고 수원시 연화장을 찾았다. 이곳엔 다산인권센터와 인연이 있는 '오렌지가좋아'라는 필명을 쓴 고 엄명환 활동가가 잠들어 있다.
고 엄명환 활동가는 2015년 갑자기 쓰러져 세상을 떠났다. 당시 동료 활동가들은 치료비로 모은 돈으로 고 엄명환 활동가의 장례를 치르고, 남은 전액을 인권재단 사람에 기부했다. 두 단체는 그의 활동을 기억하고자 고인처럼 특정 단체에 소속되어 있진 않지만, 인권 현장에서 활동하는 개인 활동가에게 '오렌지 인권상'을 수여했다. 다산인권센터와 인권재단 사람은 지난 4년간 '오렌지 인권상'을 함께 진행해왔다.
고 엄명환 활동가가 세상을 떠난 2015년 한국에는 메르스가 확산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장례식장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찾은 곳이 수원시 연화장이었다. 조문객도 조문받는 이들도 조심스러운 장례식이었다.
"생소한 장례 경험이었죠. 이 친구가 신장질환자였어요. 투병 당시 신장병환우회 모임에서 친해진 친구들이 있었는데 감염될까 봐 엄명환 활동가가 입원한 병원에 와보질 못 했나 봐요. 분주하게 장례를 치르고 있는데 사람이 없는 밤에 친구라는 분이 와서 막 울다가 가셨어요."
수원시 '연화장'에서 오렌지가좋아 활동가를 조문하며, 더불어 코로나19로 먼저 떠나신 분들을 함께 애도했다.
랄라 활동가는 2015년 메르스, 2020년 코로나로 인한 죽음을 사회가 충분히 애도하고 추모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바이러스는 사회적 재난이지만, 죽음은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려져 개인이나 가족들이 감당하고 있다. 랄라 활동가는 코로나로 인한 죽음을 사회적으로 더 이야기하고 함께 죽음을 추모하는 것이, 바이러스 감염의 불안 때문에 약해진 사회적 신뢰를 복원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 코로나 감염자가 급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그의 목소리와 활동이 더 커질 수 있기를 바라고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