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내쉬에서 허재까지... NBA 스타 출신 감독이 드문 이유

[NBA] 브루클린 네츠, 스티브 내쉬 감독 깜짝 선임... 지도자 경력 전무

20.09.04 14:07최종업데이트20.09.04 14:07
원고료로 응원
미국 프로농구(NBA) 브루클린 네츠가 최근 신임 감독으로 MVP 2회 수상에 빛나는 슈퍼스타 출신 스티브 내쉬를 영입해 화제가 되고 있다.

캐나다 출신의 내쉬는 2000~2010년대 NBA를 풍미한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꼽힌다. 1996년 NBA 드래프트 전체 15번으로 피닉스 선스에 지명된 내시는 댈러스 매버릭스-LA 레이커스 등에서 총 18시즌을 활약했다. 최전성기를 보낸 피닉스 소속으로 2005-2006년 연속으로 정규시즌 MVP를 수상한 것을 비롯하여 올 NBA팀에 7회, 퍼스트 팀에만 3회나 선정됐다. 도움 부문에서는 무려 5번이나 1위에 오르며 통산 1만 335어시스트로 존 스탁턴과 제이슨 키드에 이어 역대 3위에 올라 있다.

비공식 기록이지만 일급 슈터의 상징인 180클럽(야투 50%+3점슛 40%+자유투90% 이상)에 가입한 시즌도 4번이나 될 만큼 뛰어난 슈터이기도 했다. 현역 은퇴 후 2018년에는 네이스미스 농구 명예의 전당에도 입성했다. 다만 백투백 MVP 출신임에도 우승반지는 커녕 유일하게 NBA 파이널 무대조차 한번도 밟아보지 못한 비운의 선수로도 회자된다. 농구 외적으로는 축구광으로도 유명한 내쉬는 한국 축구의 간판스타 손흥민의 소속팀인 토트넘 홋스퍼의 광팬으로 알려져 있어서 국내 팬들에게 친숙하다.

1967년 창단하여 2012년부터 현재의 브루클린에 자리잡은 네츠는, 전신인 뉴저지 네츠 시절 동부 컨퍼런스 우승만 2회(2002, 2003) 차지했지만 파이널에서는 아직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2019-20시즌에는 동부 컨퍼런스 7위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으나 시즌 중인 3월에 케니 앳킨슨 감독과 선수단과 불화 끝에 사임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결국 브루클린은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전년도 우승팀 토론토 랩터스를 만나 4전 전패로 허무하게 탈락했다.
 

2018년 농구 명예의 전당 헌액 당시의 내시 감독. ⓒ AP/연합뉴스

 
비록 올시즌은 용두사미에 가까웠지만 브루클린은 내년 시즌이 더 기대되는 팀이다. 올 시즌 팀의 에이스 역할을 했던 카이리 어빙에 이어 다음 시즌에는 NBA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인 케빈 듀란트도 복귀한다. 듀란트는 지난 시즌 골든스테이트 소속으로 나선 NBA 파이널에 당한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1년간 재활에 전념해왔다. 올 시즌에는 한 경기도 뛰지 못했지만 건강한 듀란트와 어빙의 원투펀치는 정상 가동된다면 NBA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주목할 것은 역시 스티브 내쉬의 깜짝 감독 선임이다. 내쉬는 설명이 필요없는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슈퍼스타 출신이지만, 은퇴 이후 전문적인 지도자 경력은 전무하다. 2015년부터 약 4년여간 골든스테이트에서 선수 육성 컨설턴트라는 코칭보다 프런트에 더 가까운 보직을 맡아본 것이 전부다.

한국과 달리 미국 프로스포츠에서는 슈퍼스타 출신이 감독이 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다. 농구황제로 유명한 마이클 조던은 구단주가 됐고, 매직 존슨은 CEO로 더 유명하며 샤킬 오닐이나 찰스 바클리는 방송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반면 NBA 골든스테이트의 3회 우승을 이끈 스티브 커 감독은 현역 시절 조던이 이끌던 시카고 불스의 백업 멤버에 불과했고, 그렉 포포비치(샌안토니오)나 마이크 댄토니(휴스턴), 빌리 도노반(오클라호마) 등도 현역 시절보다 지도자로서 더 두각을 나타낸 사례들이다.

현역 NBA 감독중에는 프로 출신이라고 해도 오히려 선수 시절에는 평범한 현역 시절을 보낸 사례가 훨씬 많다. 이러한 배경에는 감독이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는 동양과 달리, 슈퍼스타 선수들의 영향력이 막강한 미국 스포츠에서는 감독이 선수단을 장악하고 통제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것과 무관하지 않다. 슈퍼스타들의 비위를 거슬렀다가 감독이 쫓겨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미 선수시절 충분히 부와 명예를 누렸고 누구보다 자존심도 강한 스타 출신들이 굳이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지도자로 나설 필요가 없는 이유다. 스타 출신들이 감독을 지망하는 경우도 드물지만 오랫동안 장수하는 사례는 더욱 희귀하다.

NBA 사상 드물게 MVP 출신이 감독까지 된 경우는 빌 러셀, 래리 버드, 매직 존슨, 밥 페티트 등이 있다. 역대 최고의 수비형 센터로 꼽히는 러셀은 정규시즌 MVP만 5회 수상했고 선수와 감독으로 보스턴에서만 총 11회나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다만 완전한 감독은 아니고 선수 겸 감독 신분으로서 우승한 경력이 2회다. 러셀은 미국 프로스포츠 최초의 흑인 감독이기도 하다.

'백인의 우상' 래리 버드는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역시 감독으로도 꽤 성공한 케이스다. 1998년과 2000년까지 인디애나 사령탑을 맡아 팀을 NBA 파이널에도 한 차례 진출시켰다. 매직 존슨과 밥 페티트의 경우, 한 시즌도 채우지 못한 단기 임시 감독에 가까워서 지도력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브루클린 네츠는 지난 2013년 또 한 명의 레전드 포인트가드 출신인 제이슨 키드를 감독으로 선임했던 전례가 있다. 키드 역시 네츠를 맡기전까지 지도자 경력이 전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지도자로서는 성과가 그리 좋지 않았고, 밀워키 벅스 사령탑을 거쳐 현재는 LA 레이커스의 어시스턴트 코치를 맡고 있다.

키드(초짜+스타 출신 감독)와 애킨슨(라커룸 장악 실패, 선수단과 불화)이라는 두 전 감독의 실패 사례를 모두 겪었던 브루클린에서 또다시 내쉬라는 의외의 선택을 꺼내든 것은, 그야말로 '모아니면 도'의 도박이라고 할 수 있다. 내쉬는 슈퍼스타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지도자로서는 전혀 검증이 되지 않았다. 반면 현재 브루클린의 간판스타인 듀란트나 어빙은 내쉬도 못해본 NBA 정상까지 오르며 어지간한 슈퍼스타 출신이나 베테랑 지도자라도 아래로 내려다볼 수 있을 만한 위상의 거물들이다. 초짜 감독인 내쉬가 과연 이런 팀을 제대로 장악할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이유다.

한국 농구에서도 많은 슈퍼스타 출신들이 감독에 도전했지만 좌절을 맛봤다. 그나마 몇 안 되는 성공 사례는 역시 허재를 꼽을 수 있다. 허재는 프로 출범 농구대잔치 시절 두차례 MVP에 올랐고, 프로무대에서는 정규리그는 수상했지만 1997-1998 프로농구 챔피언전에서 MVP를 수상한 경력이 있다. 허재는 은퇴 후 전주 KCC에서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 정상에 오르며 KBL 역사상 최초로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해본 인물'이자 'MVP 선수 출신으로 우승한 감독'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허재는 KCC와 국가대표팀 전임감독까지 코치 경험없이 무려 13년간이나 오직 감독으로서 장수한 사례이기도 하다.

정규리그 MVP 출신의 프로 감독은 강동희 전 원주 DB 감독과 이상민 삼성 썬더스 감독 등이 있다. 강동희 전 감독은 2012년 원주에서 정규리그 최다승(44승) 기록을 세우며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나, 2013년 프로농구 승부조작 파문에 연루되며 실형을 선고받고 농구계에서도 영구제명 당하며 결말은 최악의 흑역사로 남았다.

이상민 감독은 삼성에서 2014년부터 7시즌째 지휘봉을 잡고 있지만 통산 성적은 313경기 129승 184패(승률 0.412)로 5할에도 못미치는 승률에 그치며 현역 시절 명성에 비하면 지도자로서의 능력은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많다. 유재학(울산 모비스)-추일승(전 고양 오리온)-전창진(전주 KCC) 등 아쉬웠던 현역 시절보다 오히려 지도자로서도 더 빛을 발한 인물들이 더 많다는 것은 KBL도 NBA와 크게 다르지 않은 부분이다.

다음 시즌에는 창원 LG의 지휘봉을 잡고 남자 프로농구 무대에서 첫 도전장을 던진 조성원 감독은 현역 시절 2000-2001시즌 LG에서 정규리그 MVP에 오른 경험이 있다. 문경은 서울 SK 감독은 프로 MVP 출신은 아니지만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명슈터로 불리우며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맛본 스타 출신 감독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은퇴 이후 지도자의 길을 밟고 있는 김주성(원주 DB 코치), 주희정(고려대), 양동근(전 울산 모비스) 등은 향후 프로 무대에서 스타 출신 감독의 계보를 이을만한 MVP 출신 지도자들로 꼽힌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스티브내쉬 허재 조성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