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8일 오전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마을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해군기지 건설을 중단하기 위해 건설현장 진입을 시도하던 중 강정마을에서 영상을 찍는 활동가 임호영씨가 경찰들에게 사지가 들린채 강제연행되고 있다.
유성호
공사가 강행되며 끊임없이 저질러지는 불법과 탈법 그리고 거대한 공권력에 맞서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의 유일한 저항의 방법은 서로의 여린 팔을 붙잡고 제주해군기지 사업단 앞의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앉는 것이었다. 파괴된 구럼비 해변을 시멘트로 메우기 위해 끝도 없이 밀려오는 레미콘 차량을 잠시라도 멈출 수 있기를, 조금이라도 공사가 늦춰질 수 있기를 바라며.
하루에도 몇 번씩, 몇 배나 많은 경찰과 용역에 끌려 나오고 또다시 앉고를 반복했다. 여러 명의 경찰에게 끌려 나오는 과정에서 때론 목이 졸리고, 팔다리가 꺾이고, 아스팔트 위에 내동댕이쳐지고, 그때 그곳의 사람들의 몸엔 매일 푸른 멍과 생채기가 새겨졌다. (작년 7월 민갑룡 경찰청장은 제주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제도개선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7년 만에 이루어진 사과였지만, 그때 현장에서 아귀처럼 달려들던 경찰들, 그리고 그 지휘자들에 대한 처벌은 없었다.)
고단한 하루가 끝나면 해 질 무렵에 사람들은 강정마을 삼거리의 평화센터에 모였다. 30여 명 남짓 앉으면 꽉 차는 그 공간은 처음 강정마을을 찾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공간이었고, 하루 있었던 현장의 상황을 공유하는 공간이었고, 힘겨운 서로의 하루를 이야기하는 공간이었다.
제주해군기지는 만들어졌지만, 평화센터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있었다. 늘 작은 모임들이 있었고, 우리 사회 다른 곳의 아픔들이 전시되기도 하고, 연대하러 오는 사람들이 강정마을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지난 5월 평화센터는 사라졌지만, 새로운 평화센터를 만들려는 노력이 시작되었다. 새로 지어지는 평화센터에서 여전히 남은 이야기들과 여전히 나눌 이야기들이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