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계에선 오랜 시간 같이 합숙하는 특성 탓에 동성 간 성폭력이 자주 일어난다. 지난해 1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초중고 학생선수 6만3211명 인권실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중고등학생 선수가 겪은 성폭력 가해자 중에는 동성이 많다고 밝혔다.
문제는 법원이 동성 간 성폭력을 심각하게 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017년 2월 대구지방법원 상주지원 1심 재판부(재판장 신헌기)가 무차별적으로 남학생들의 성기를 만진 복싱코치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판결 역시 그러한 지적을 받는다.
피고인은 오랜 기간 자신이 지도하는 체육관 남학생들을 상대로 사실상 무차별적으로 성기를 만지는 등의 강제추행 행위를 하였고, 그 과정에서 이를 문제 삼는 일부 피해자들에게 상해를 가하기도 하였다. 그 범행의 내용, 횟수, 피고인과 피해자들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을 엄히 처벌함이 마땅하다.
엄벌 필요성을 지적하면서도, 동성 간 성폭력인 점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 사유로 삼는 판결문 내용은 앞선 농구부 코치 판결과 크게 다르지 않다.
피해자들은 모두 남자 청소년들로서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으로 입은 정신적 충격이 상대적으로 경미한 점…
집행유예 판결에 피고인은 항소하지 않았다. 검사 역시 항소하지 않으면서, 1심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동성 성폭력의 경우, 피해자의 정신적 충격이나 성적 수치심이 작은 걸까? 2016년 2월 서울동부지방법원 재판부(재판장 김영학)의 판결에는 동성 성폭력 피해자의 목소리가 담겼다. 2014~2015년 서울 한 고등학교 야구부 3학년 선배가 2학년 후배를 상대로 6회에 걸쳐 유사성행위를 저지른 사건이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상당한 성적 수치심을 느끼고 피고인과 함께 같은 야구부 생활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큰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피해자의 목소리를 전했다.
피해자는 "남자로서 남자에게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수치스럽고 창피했으며, 부모님이 걱정하실까 봐 두려웠기 때문에 피해사실을 신고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못하였다"고 하여, 상당한 심리적 압박감도 느끼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로 인해 피해자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반복되는 피고인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계속 응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원민경 변호사는 "'동성 성폭력은 정신적 충격이 경미하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런 경우에 더 빨리 피해 사실을 드러내지 못하고 더 고통스러워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면서 "최근에는 동성 성폭력으로 죽음으로 이어진 사건도 있었다. 동성 성폭력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 사유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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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그곳에 많은 동성간 성폭력... 법원은 관대하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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