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쩔쩔매는 성동일-김희원, 추석을 훈훈하게 만들다

[리뷰] 영화 <담보>... 또야? 싶으면서도 선택하게 되는 익숙함

20.10.04 12:28최종업데이트20.10.04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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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담보> 포스터 ⓒ CJ 엔터테인먼트

 
포스터만 봐도 이야기가 뻔히 예상되는, 그런 영화가 있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영화 <담보>는 사랑스러운 아이와 웃음, 그리고 감동의 피날레로 추석 명절에 빠져서는 안 되는 송편처럼 익숙하고 안전한 맛을 보장한다. JK 필름 제작과 CJ 배급이 만들어 낸 전형적인 명절용 가족영화라는 말이다.

다 알고 있지만 또다시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는 눈물샘 공략도 성공한다. 두 회사가 손을 잡으면 그저 그런 신파도 으레 납득이 가는 가족영화로 탈바꿈된다. 뻔한 클리셰도 잘만 이용하면 흥행과 작품성을 쌍끌이 할 수 있다.

<담보>는 전형적인 명절 영화답지만 약간의 변주가 가미되었다. 익숙한 가족의 틀에서 벗어나 가족의 여러 형태를 보여준다. 피를 나눈 사이가 아닌, 경험과 시간을 함께한 이들이 유사 부녀, 유사 가족의 형태로 등장한다. 또한 1990년대를 배경으로 삼으면서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추억의 아이템을 곳곳에 배치해 레트로 느낌까지 더했다. 서태지와 아이들, 테이프, CD, 삐삐, 공중전화 등의 소품들이 아련함을 더한다.

담보에서 보물이 되는 이야기
 

영화 <담보> 스틸컷 ⓒ CJ 엔터테인먼트

 
1993년 인천, 사채업자 두석(성동일)과 종배(김희원)는 조선족인 명자(김윤진)의 빚 75만 원을 받으러 갔다 딸 승이(박소이)를 담보로 데려온다. 내일 아침까지 아이를 담보로 삼을 테니 돈을 가지고 오라는 협박 아닌 협박이다. 두석은 납치 아니냐는 종배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명자가 반드시 아이를 찾기 위해 빚을 갚을 거라며 의기양양한 태도를 보인다.

이튿날, 약속된 시간이 지나고도 명자가 나타나지 않자 담보 승이는 애물단지가 되어 버린다. 알고 보니 명자는 불법체류자 신고로 강제출국될 운명에 처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속 두석은 졸지에 아이의 보호자가 된다. 이후 출국 전날 아이가 부잣집에 입양 가기 전까지만 돌봐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예고 없이 찾아온 아이는 그렇게 두 아저씨의 담보에서 보물이 되어 간다.

영화는 풍요롭고 넉넉한 마음이 커지는 한가위와 어울리는 분위기로 가득차 있다. 특히 도토리 같은 눈망울로 바라보는 승이를 어느 누가 사랑하지 않을까 싶다. 승이를 연기한 아역배우 박소이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일찌감치 눈도장을 받았다. 앞선 영화의 우울함을 걷어내고, 사랑스러운 승이로 변신해 관객의 마음에 파고든다. 아이가 울고 웃을 때면 함께 승천하고 훌쩍이는 입꼬리를 감출 수가 없다.

배우들의 연기가 일품
 

영화 <담보> 스틸컷 ⓒ CJ 엔터테인먼트

 
성동일은 이번 작품에서 트레이드마크인 츤데레 분위기와 진한 부성애를 결합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사채업자로 변신했다. 떼인 돈을 받아야 하는 악덕 사채업자에서 아이로 인해 변모하는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틱틱거림에서 숨길 수 없는 따뜻한 마음 쓰임이 성동일 표 연기의 전매특허다. 거기에 김희원의 수수한 모습과 구시렁거리는 감초 입담까지 더해지니, 두 아저씨의 케미가 영화의 큰 몫을 차지한다. 김희원은 추석 극장가의 <국제수사>에서 정반대의 역할로 매력을 뽐낸다. 두 영화의 김희원을 비교하며 관람하는 것도 좋겠다.

졸지에 부모가 되어버린 아저씨들은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몰라 쩔쩔매고 발을 동동 굴렀지만 그 과정을 즐기며 가족의 의미를 찾아간다. 또한 남녀와 혈연으로 이루어진 가족의 형태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유쾌하게 조명하며 변화된 우리 시대 가족상을 반영한다. 악연에서 천륜이 되는 이들의 이야기는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올해 추석은 어느 때보다 간소하게 지나갔다. 멀리 이동하는 풍습을 자제하고, 몸은 멀지만 마음은 가까이하는 변화된 명절 문화를 반영한 첫 사례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도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분위기가 큰 것으로 보인다. 극장가도 익숙한 패턴을 반복하는 눈물, 웃음, 감동의 3대 조건을 갖춘 영화가 추석 대전의 승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따뜻한 가족 이야기는 아직까지 통하는 안전한 길이 아닐까 싶다. 맵고 강력한 최루성 눈물 폭탄은 아닐지라도 파블로프의 개처럼 자동 반응하는 수도꼭지 눈물을 유발한다. 그 눈물은 그간 쌓여 있던 다양한 스트레스를 날려 줄 계기가 될지 모른다.
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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