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자 맛 카파로 비치 키르기스스탄 문화부장관.
키르키스스탄 정부 누리집 갈무리
그는 장관 취임 초기 수십 년동안 전직 장관들이 해내지 못한 일을 해냈다. 부패 고리에 있던 국가서커스단장을 전격 해임시킨 것. 국가서커스단장은 차관급으로 휘하 공무원들과 함께 반발했으나 아자맛 카파츠 장관은 단장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환기해 그를 퇴진시켰다. 아자맛 카파츠 장관은 "나는 최선을 다해 국가와 국민를 위해 일해왔고 지금도 일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 뒤 건물을 빠져나갔다. 주변 인사에 따르면 17명의 현직 장관 중 유일하게 야당연합 인사들로부터 정상근무를 인증받은 장관이었다고 한다.
이번 혁명적 사건은 '조용함'이 특이점으로 꼽힌다. 상대를 제거해야 혁명에 성공한다는 통념과는 사뭇 다르다. 서로 죽기살기식으로 부딪히는 게 아니라 협상을 동반해 유혈사태를 최소화하는 '유목 키르기스식 혁명'이란 인상이다. 쉽게 말하자면 '조용한 혁명'이다.
선관위 "총선무효", 총리·검찰총장·주지사·시장 등 줄사퇴... 앞으로는?
혁명의 대상인 현 정부는 시위대에 대해 격렬히 반발하고 있지 않다. 대통령은 무력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저 모처에서 "부정선거라면 선거를 다시 할 수 있다"는 애매한 성명만 냈다. 화이트하우스 점령 이후 누르잔 샤일다베코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총선 원천무효"를 선언했다. 중앙선관위의 발표 이후 쿠바트베크 보로노프 총리를 비롯해 검찰총장, 주지사, 시장 등이 줄줄이 사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원집정부제인 키르기스스탄은 대통령이 국가를 대표하지만 행정부의 수반은 보로노프 총리다. 그는 시위대가 화이트하우스를 점령하자 저항도 없이 언론을 통해 "책임을 지고 사임한다"라고 조용히 발표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일각에서 제기된 '모든 정당의 연석회의'는 실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그들대로 권력의 정통성을 갖고 있고, 시위를 주도한 야당연합도 승리를 주장하며 현 정부의 주요인사들을 교체하고 있다. 또한 12개 야당연합 내에서도 주요직책 등 '전리품'을 둘러싸고 내부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다르기 때문에 당장 모든 정당들이 함께 '향후'를 논의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 시국은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가능한 시나리오는 현 소론바이 대통령이 야당연합과 협상을 통해 잔여임기 2년을 스스로 단축하고 대선과 의회 재선거 일정을 만드는 것이다. 소론바이 대통령의 정치적·법적 정통성 때문에 대통령으로서는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미 중앙선관위가 부정선거를 인정하고 선거무효를 상태여서 의회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 경우, 현 대통령의 잔여임기를 2년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보장해줘야 소론바이 측도 받아들일 만하다. 소론바이 측도 자신들의 부정선거 기소문제가 걸려있어 의회 재선거엔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시나리오는 시위대와 야당연합들이 여세를 몰아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면서 의회 선거를 압박하는 형국이다. 당장 대통령의 하야는 주변세력들과의 충돌이나 반발이 예상된다. 게다가 현재 야당연합에 의해 지명을 앞두고 있는 총리, 국회의장, 검찰총장, 비쉬켁 시장, 지역 단체장 등은 권력을 위해선 법적 효력을 가져야 한다. 야당연합은 현직 대통령과 현재 의회의 협조 하에서만 법적 효력이나 정당성을 갖출 수 있어 현재의 권력자들과 타협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양측간 무력충돌 가능성이다. 현재의 권력공백과 권력의 법적장치 문제 때문이다. 대통령과 여당은 자신의 법적 지위를 강조하고 있는데 현행법상 이는 옳다. 시위대와 야당연합은 총리와 검찰총장, 국회의장을 자기 쪽 인사로 임명해놓고 의회를 통해 법적 효력을 밀어부칠 기세다. 시위대와 야당연합이 발표하고 있는 고위층 인사들은 의회의 인준을 받지않아 법적으로 유효하지 않다.
만일 대통령과 여당이 협상테이블에 앉지 않고 권력을 계속 행사하고, 야당연합은 이를 제지하기 위해 자신들의 인사를 밀어 부치는 경우 양측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현 대통령측도 그만큼 세가 있고 기득권층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정치분석가들, "소론바이 현 대통령 임기단축 후 의회 재선거" 전망

▲마나스 동상앞 부정선거 규탄 시위 키르기즈스탄 야당연합 지지자들과 시위대들이 지난 5일 밤 비쉬켁 알라토 광장에 있는 마나스동상 앞에서 키르기즈 국기를 흔들며 의회 재선거를 외치고 있다.
유민
키르기스스탄 언론에 따르면 야당연합이 이번 혁명에 대한 법적 보장을 위해 소론바이 현 대통령을 '탄핵'하거나 '자진사임'시키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탄핵을 하게 될 경우, 기득권층의 반발도 만만치 않게 전개될 전망이다.
혁명 이후엔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혁명에 성공한다고 해서 반드시 정의로운 세상이 열릴까. 쉽지 않다. 이번에 정부를 향해 함께 기치를 든 세력에는 부패와 연루된 인사들도 적지 않다. 이번 혁명과정에서 정부는 대규모 시위에 놀라 감옥에 있던 인사들을 석방했다.
아탐바예바 전직 대통령이 석방된 데 이어, 비쉬켁 난방에 사용할 큰돈을 횡령했다는 전직 총리, 전직 비쉬켁 시장 등도 풀려났다. 물론 금광비리 폭로하다가 투옥된 자파로프 전 의원도 포함됐다. 석방된 이들은 부패 연루 여부에 관계없이 자의반 타의반 반정부 선봉에 섰다. 혁명전선에 서 있어도 모두 정의롭고 모두 뜻이 같은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정부를 향해 반기를 든 세력이 정권을 잡는다면 국민들 입장에서는 '옥석'을 가릴 후일도 만만치 않다.
키르기스스탄 혁명을 바라보는 외국의 시각은 '힘 센 편이 우리 편' 정도다. 미국은 주 키르기스스탄 대사관 성명을 통해 "질서유지"를 촉구하고 "경제적으로 도울 일, 키르기스스탄의 발전을 위해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유럽연합도, 돌발사태를 위한 독립국가연합 안보기구 모두 "폭력은 안된다. 우리는 민주주의 발전을 지지한다"는 수준의 성명을 냈다. 소론바이 대통령과 가까웠던 푸틴 대통령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을 통해 "정치적 안정을 속히 찾길 원한다"라는 외교적 수사로만 대응했다. "소론바이 대통령와 전화통화를 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푸틴 대통령은 "소론바이 대통령에게 전화를 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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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화이트하우스' 점령한 시위대... 키르기스의 앞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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