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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들 혼쭐낸 아우들의 반란, 압박-속도 싸움에서 앞섰다

올림픽팀, 스페셜매치 1차전에서 국가대표팀과 2-2로 비겨

20.10.10 09:32최종업데이트20.10.10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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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민규-정승원 올림픽팀에 처음 선발된 송민규가 국가대표팀과의 스페셜매치에서 동점골을 터뜨린 이후 팀 동료 정승원과 세레머니를 펼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아우들의 반란은 무서웠다. 23세 이하로 구성된 올림픽팀이 성인 국가대표팀을 상대로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장밋빛 미래를 예고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국가대표팀과 김학범 감독의 올림픽대표팀이 9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0 하나은행컵 스페셜매치 1차전에서 2-2로 비겼다.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오는 12일 2차전에서 다시 격돌한다.
 
올림픽팀, 국가대표팀 상대로 기대 이상의 선전
 
24년 만에 형과 아우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은 이날 경기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대한축구협회는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한 차례도 A매치를 소화하지 못한 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친선경기를 기획했다.
 
이번 스페셜매치 1차전에서 국가대표팀은 4-1-4-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최전방 원톱에 김지현, 2선은 나상호-이영재-한승규-이동경이 포진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손준호, 포백은 이주용-권경원-원두재-김태환, 골키퍼 장갑은 조현우가 꼈다.
 
올림픽대표팀은 4-2-3-1로 나섰다. 원톱 조규성 밑으로 송민규-정승원-조영욱이 받쳤다. 김동현-이승모가 3선을 맡았고, 포백은 강윤성-김재우-정태욱-윤종규, 골문은 송범근이 지켰다.
 
두 팀은 경기 초반부터 좁은 공간에서 치열한 공 다툼을 벌였다. 스페셜매치란 말이 무색할 만큼 선수 개개인의 플레이가 매우 거칠었고 절실함이 묻어났다.
 
초반 주도권은 올림픽대표팀이 좀 더 잡아가는 형세였다. 국가대표팀은 하프 라인 위로의 전진이 여의치 않았다. 하지만 수비에서 공격으로의 빠른 전환 플레이로 아우에게 한 수 가르쳤다. 전반 14분 공격에 가담한 이주용이 중앙으로 좁혀 들어오며 오른발 슈팅을 시도해 골망을 갈랐다.
 
승부의 균형추가 깨지면서 흐름은 국가대표팀으로 넘어왔다. 중앙 미드필더 이영재의 플레이메이킹이 원활하게 전개됐으며, 이동경도 중앙으로 좁혀오며 공을 소유하는 빈도를 늘려갔다. 이에 상대 진영에서 공간 창출이 용이하게 이뤄지면서 이영재, 한승규가 중거리 슈팅을 시도할 수 있었다.
 
올림픽팀은 전반 30분 송민규의 헤더슛을 제외하고는 좀처럼 국가대표팀의 수비진을 위협하지 못했다. 원톱 조규성이 센터백 권경원에게 완전히 묶였고, 공격형 미드필더 정승원도 상대 진영에서 고립됐다.
    
국가대표팀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김지현, 이영재, 한승규 대신 윤빛가람, 이동준, 이정협을 한꺼번에 교체 투입했다.
 
후반 들어 경기 양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흐름을 반전시킨 것은 올림픽팀에 새롭게 소집된 송민규였다. 후반 4분 폭발적인 돌파에 이은 강력한 왼발슛으로 형들을 위협하더니 1분 뒤에는 손준호, 권경원, 원두재를 한꺼번에 무력화시키는 득점을 성공시켰다.
 
국가대표팀은 동점골을 헌납한 이후 극심한 난조를 보였다. 후반 13분 조규성이 머리로 밀어준 패스를 권경원이 제대로 걷어내지 못하며 자책골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김학범 감독은 후반 13분 1, 2선에 포진한 공격 자원을 모두 교체했다. 조영욱, 송민규, 조규성, 정승원을 불러들이고 엄원상, 오세훈, 김대원, 한정우 등 무려 4명의 선수를 투입해 실험을 감행했다.
 
국가대표팀은 전반과 비교해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일관하며 주도권을 내줬다. 후방 빌드업의 세밀함이 떨어졌고, 선수들간의 호흡이 맞지 않는 모습을 노출했다.
 
후반 중반에는 교체 투입된 오른쪽 윙어 엄원상이 독보적인 파괴력을 선보였다. 후반 18분 빠른 가속으로 권경원을 제친 뒤 골키퍼와 맞서는 상황를 만들었고, 후반 37분에는 오세훈과의 원투 패스 이후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지만 조현우 선방에 막혔다.
 
후반 들어 고전하던 국가대표팀은 후반 44분 간신히 한 골을 만회하며 체면을 지켰다. 역습 기회에서 김인성이 내준 패스를 이정협이 침착하게 오른발로 마무리지었다.
 
한국 축구의 밝은 미래 예고한 아우들
 
벤투 감독은 지난해 12월 동아시안컵 이후 약 11개월 만에 국가대표팀을 소집했다. 특히 해외파들이 모두 제외됨에 따라 순수 K리거들을 중심으로 팀을 꾸려야 했다.
 
벤투 감독의 철학이라 할 수 있는 빌드업 축구에 익숙하려면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일까. 새 얼굴들이 대거 포진한 이날 국가대표팀은 불협화음을 일으키기 일쑤였다. 김지현, 원두재, 한승규, 이동준, 윤빛가람 등이 벤투 감독 체제에서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에 나섰으나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국가대표팀은 전반에는 점유율과 슈팅수에서 앞섰는데, 정작 후반 들어 급격한 조직력 난조와 잦은 실수를 범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반해 올림픽팀은 전반에는 다소 부진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랫동안 손발을 맞춘 조직력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특히 김학범 감독의 전술적 역량이 뛰어났던 경기다. 빠른 기동력, 콤팩트한 대형 유지, 팀 단위의 조직적인 압박으로 형들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또 올림픽팀에 처음 발탁된 송민규는 패기 넘치는 경기력으로 후반 13분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동점골을 터뜨려 합격점을 받았다. 이미 풍부한 2선 공격진을 보유한 김학범 감독으로선 행복한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팀의 가장 큰 장점은 주전과 비주전의 기량 차이가 적은 데 있다. 지난 1월 열린 2020 AFC U-23 챔피언십에서 로테이션 시스템으로 우승을 차지한 위력을 이번 스페셜매치에서도 십분 발휘했다. 후반 중반 새롭게 교체 투입된 4명의 공격진은 큰 시너지를 발휘했다. 

비록 종료 1분을 남기고 아쉽게 동점골을 허용했으나 형들을 패배 직전까지 몰고간 경기력은 박수 받을만 했다.  
 
내년으로 연기된 2020 도쿄 올림픽 본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임과 동시에 한국 축구의 밝은 청사진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2020 하나은행컵 스페셜매치 (2020년 10월 9일, 고양종합운동장)
국가대표 2 – 이주용 14' 이정협 89'
올림픽대표 2 – 송민규 50' 권경원(OG) 58'
 
선수명단
국가대표 4-1-4-1/ 조현우 – 김태환, 원두재, 권경원, 이주용 – 손준호 – 이동경(65'김인성), 한승규(46'이동준), 이영재(46'윤빛가람), 나상호 – 김지현(46'이정협)
 
올림픽대표 4-2-3-1/ 송범근 - 윤종규, 정태욱, 김재우, 강윤성(68'김진야) – 이승모, 김동현 – 조영욱(59'엄원상), 정승원(59'한정우), 송민규(59'김대원) – 조규성(59'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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