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팬서비스 논란 유감, 결국 고개 숙인 KIA

[주장] 팬서비스, 프로의 기본적 의무로 여기는 인식 전환 필요해

20.11.04 11:11최종업데이트20.11.04 11:11
원고료로 응원
또다시 팬서비스 논란에 휩싸인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성난 팬심에 결국 고개를 숙였다. KIA는 3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임직원 및 선수단 일동 명의로 사과문을 게재하며 "지난 10월 31일 정규시즌 최종전이 끝난 뒤 선수단이 팬 여러분께 인사를 드린 후 퇴장하는 과정에서 실망을 안겨드린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논란은 지난달 3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NC와의 시즌 최종전이 끝난 뒤에 발생했다. NC에 4-3 승리를 거두며 유종의 미를 거둔 KIA 선수단은 감사 플래카드를 들고 팬들에 인사하는 자리에서 무성의한 태도로 도마에 올랐다. 당시 장내 아나운서가 "올 시즌 응원해준 팬들을 향해 마지막으로 손을 흔들며 인사해 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팬들을 외면하고 그대로 퇴장해 버렸다.

이 장면은 당일까지만 해도 크게 이슈가 되지 않았지만, 경기후 SNS와 온라인 야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부 팬들이 KIA 선수단의 팬서비스 태도에 지속적으로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면서 뒤늦게 공론화됐다. 여론이 심상치 않게 악화되자 KIA 구단은 결국 3일만에 공식 사과에 나서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사과 자체도 늦은 데다가 진정성보다는 당장 팬들의 비난 여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변명에만 급급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KIA 구단이 올린 사과문에 따르면 "응원단상 위의 스피커가 관중석으로 향해 있어 대부분의 선수들이 장내 아나운서 멘트를 듣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선수단이 손을 흔들어 작별 인사를 드리지 못한 것이 팩트다. 이는 어떤 이유로도 변명이 될 수 없다. 팬 여러분의 애정 어린 말씀에 깊이 뉘우치고 반성한다"고 덧붙이며 잘못을 인정했다.

이번 팬서비스 논란의 핵심은 단지 손을 한번 흔들어줬느냐 아니냐를 따라 평소에 팬들을 대하는 '성의'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의 스포츠팬들은 단지 운동만 잘하는 것을 넘어서 팬서비스 문제에 대단히 민감하다.

프로농구 전주 KCC의 경우, 지난해 11월 안양 KGC와의 리그 경기에서 패한 이후 선수단이 퇴장하면서 관중석에서 손을 내밀던 어린이 팬의 하이파이브 요청을 대부분 무시하고 지나갔다가 큰 논란에 휩싸이며 결국 구단 차원의 공식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해프닝으로 이어졌다. 이 사건은 국내 프로스포츠에의 팬서비스 문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에 하필 팬들이 더 실망한 이유는 "KIA가 또?"라는 이미지를 남겼다는 점이다. KIA는 이미 그동안에도 여러 차례 팬서비스 문제로 도마에 오른 전적이 있다. 2018년에는 KBS 스포츠뉴스에서 KIA 선수들이 경기 후 팬들의 사인 요청을 여러 차례 무시하고 지나는 장면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전체 프로야구 선수들의 팬서비스 의식이 공론화되는 계기가 됐다. 2019년에는 KIA 내야수 김선빈이 역시 팬들의 사인요청을 외면하는 장면이 공개되어 비판을 받기도 했다.

KIA 선수단 스스로 팬서비스 논란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한 지난 2~3년 동안 문제의 심각성을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는지 자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팬들이 기대하는 것은 과도한 친절이나 배려가 결코 아니다. 선수들에게는 단지 몇초의 수고만 들이면 되는 사인과 사진 한 장, 손인사 한 번, 친근한 말 한 마디가 팬들에게는 오랫동안 남을 아름다운 추억이 될 수도 있다. 설사 개인사정으로 일일이 사인이나 인사를 다 해주지는 못한다고 할지라도, 최소한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거나 이유를 설명해주면 대부분의 팬들은 납득한다. 하지만 팬들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예의없는 언행, '운동선수는 운동만 잘하면 그만'이라는 무성의하고 오만한 행태에 팬들은 분노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팬서비스는 개인차를 떠나 고유의 팀분위기나 문화도 무시할 수 없다. KIA만 해도 모든 선수들이 다 팬서비스에 소홀한 것은 아니며, 양현종 같이 톱스타이고 베테랑인데도 팬서비스 또한 좋은 평가를 받는 선수들도 있다. 

단체와 위계 문화에가 강한 국내 스포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전급 선수가 모범을 보이지 못한다면 자연히 후배나 동료 선수들도 그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팬서비스를 개인의 성향 차이로 치부할 게 아니라 프로로서의 기본적인 의무로 여기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무엇보다 올해는 코로나19사태로 장기간 무관중 경기가 이루어지면서 팬들을 접할 기회도 많지 않았다. 대부분의 야구인들은 무관중 경기로 오히려 팬들의 소중함을 다시 절실하게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특히 KIA는 올시즌 6위로 가을야구 진출조차 실패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않은 팬들이 코로나 위험을 딛고 최종전까지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따뜻하게 응원해줬다. 

아무리 개인 타이틀을 차지하고 좋은 기록을 남겼거나, 팀에서 오랫동안 뛴 선수라고해서 '진정한 스타'는 아니다. 프로로서의 '존중'은 기록만이 아니라 팬들을 대하는 진정성에서도 나온다. KIA가 자꾸 이런 사건으로 이슈가되는 것은 명문구단으로의 위상을 스스로 깎아먹는 자충수가 될 뿐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IA타이거즈 팬서비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