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2연승' 인삼공사, 지민경 가세 후 확 달라졌다

[프로배구] 8일 지난 시즌 1위 팀 현대건설 3-0 완파, 3연패 뒤 2연승 질주

20.11.09 09:28최종업데이트20.11.09 09:29
원고료로 응원
인삼공사가 안방에서 현대건설을 제압하고 시즌 첫 셧아웃 승리(3-0)를 따냈다.

이영택 감독이 이끄는 KGC인삼공사는 8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0, 25-17, 25-22)으로 승리했다. 시즌 개막 후 3연패로 우울한 출발을 했던 인삼공사는 11월 들어 GS칼텍스 KIXX와 현대건설을 각각 3-1, 3-0으로 제압하며 최하위에서 단숨에 4위로 올라섰다(승점 6점).

인삼공사는 43.97%의 공격 점유율을 책임진 주포 발렌티나 디우프가 47.06%의 성공률로 27득점을 퍼부었고 최은지가 10득점, 박은진이 블로킹 4개를 포함해 8득점으로 뒤를 이었다. 개막 후 3연패를 당했던 인삼공사가 11월 들어 전혀 다른 팀으로 변모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부상으로 시즌 개막부터 함께 하지 못했던 지민경이 복귀하면서 어긋났던 인삼공사의 톱니바퀴가 맞아 떨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만장일치 신인왕 후 슬럼프에 빠진 거포 유망주
 

루키 시즌 만장일치 신인왕에 올랐던 지민경은 이후 두 시즌 동안 지독한 슬럼프에 빠졌다. ⓒ 한국배구연맹

 
인삼공사는 투자가 인색한 구단으로 유명하지만 외국인 선수를 고르고 영입하는 눈은 매우 뛰어나다. 실제로 인삼공사는 V리그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마델라이네 몬타뇨를 시작으로 조이스 고메즈 다 실바, 헤일리 스펠만, 알레나 버그스마, 그리고 현재의 디우프까지 V리그 득점왕만 무려 5명이나 배출했다(심지어 알레나는 외국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도 받지 못한 '대체 선수'였다).

하지만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인삼공사는 그만큼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이 심했던 팀이라는 뜻이다. 외국인 선수의 공격부담을 덜어줄 국내 공격수가 부족했기에 인삼공사는 몬타뇨 시대였던 2011-2012 시즌을 끝으로 지난 8시즌 동안 우승은커녕 봄 배구도 두 번 밖에 나가지 못했다. 심지어 헤일리가 득점왕을 차지했던 2015-2016 시즌에도 인삼공사는 최하위를 면하지 못했다.

매년 신인 드래프트 때마다 토종 거포 후보를 물색하던 인삼공사는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뛰어난 인재를 발견했다. '슈퍼쌍둥이' 이재영, 이다영(이상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졸업 후에도 유서연, 이원정 세터(이상 GS칼텍스)와 함께 선명여고를 전국 최강팀으로 이끌었던 거포 유망주 지민경이었다. 마침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가 센터 정선아를 지명하면서 인삼공사는 지민경을 지명할 수 있었다.

지민경은 루키 시즌 29경기에 출전해 176득점을 올리며 만장일치 신인왕을 차지했다. 지민경보다 한 해 앞서 신인왕을 차지했고 지금은 국가대표에 단골로 선발되는 강소휘(GS칼텍스)의 루키시즌(154점)을 능가하는 활약이었다. 신체조건(184cm)만 보면 오히려 강소휘(180cm)를 능가하는 지민경의 가능성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듯했다. 하지만 지민경은 배구팬들의 기대만큼 순조롭게 성장하지 못했다. 

루키 시즌 29경기에 출전해 176득점을 올렸던 지민경은 2017-2018 시즌 다시 윙스파이커로 돌아온 한송이에게 밀려 25경기에서 단 57득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FA 최은지가 가세한 2018-2019 시즌에는 7경기9세트 출전에 5득점이라는 굴욕적인 성적을 남겼다. 여자배구 전체가 주목하던 유망주가 프로 입단 세 시즌 만에 시즌 내내 웜업존만 지키는 '잉여 자원'으로 전락한 것이다.

40% 넘는 리시브 효율로 인삼공사 상승세 주도
 

부상에서 복귀한 지민경은 공격보다 수비에서 먼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지민경이 프로입단 후 자리를 잡지 못하고 헤매는 사이 입단 동기인 안혜진(GS칼텍스)은 프로에서 주전급 선수로 성장했고 유서연 역시 '에이유'라는 별명과 함께 도로공사의 히든카드로 쏠쏠한 활약을 했다. 고교시절부터 또래들 중 가장 뛰어난 기량과 높은 잠재력을 인정 받던 지민경이었기에 갑작스런 정체는 인삼공사 구단에서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하지만 지난 시즌 '리틀 김연경'으로 불리며 많은 기대를 받고 입단한 '슈퍼루키' 정호영이 윙스파이커 자리에 적응하지 못했고 고민지마저 부상으로 초반 결장하면서 지민경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지민경은 지난 시즌 23경기에 출전해 68세트 동안 119득점을 기록했다. 아주 만족스런 성적은 아니었지만 배구팬들로 하여금 잊힌 유망주 지민경의 이름을 다시 떠올리게 하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지민경은 지난 여름 다시 무릎을 다쳐 컵대회를 결장했고 V리그 개막까지도 몸을 완벽히 만들지 못했다. 이영택 감독은 시즌 초반 최은지의 윙스파이커 파트너로 프로 3년 차의 고의정을 중용했지만 고의정은 준수한 공격력에 비해 14.52%에 불과한 낮은 리시브 효율이 치명적이었다. 그렇게 인삼공사는 개막 후 승점을 1점도 따지 못하며 3연패에 빠졌고 부상에서 회복한 지민경은 지난 1일 GS칼텍스와의 경기부터 주전으로 출전했다.

지민경은 실질적인 부상 복귀전이었던 GS칼텍스전에서 9득점과 함께 40.91%의 리시브효율, 그리고 15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인삼공사 시즌 첫 승의 숨은 주역으로 활약했다. 지민경은 8일 현대건설전에서도 43.75%의 리시브효율과 9개의 디그, 그리고 공격에서는 7득점을 기록하며 인삼공사의 시즌 첫 3-0 승리에 기여했다. 프로 데뷔 후 20%대 초반에 머물렀던 지민경의 리시브 효율은 이번 시즌 41.94%에 달한다.

이재영이나 이소영(GS칼텍스), 고예림(현대건설) 같은 리그 정상급 윙스파이커들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전위에서 직접 리시브를 받아 공격으로 연결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1980년대 여자배구 최고의 거포 지경희를 고모로 두고 있는 지민경이 지금처럼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수비에 공격력까지 더 올라온다면 인삼공사는 그토록 기다리던 든든한 토종거포를 거느리게 될 것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여자배구 도드람 2020-2021 V리그 KGC인삼공사 지민경 윙스파이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