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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리그 인천 현대제철 8년 독주, 골대 앞에서 멈추는가?

[2020 WK리그 챔피언결정 1차전] 경주 한수원 0-0 인천 현대제철

20.11.13 09:42최종업데이트20.11.1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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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축구 역사상 전무 후무한 8년의 대기록이 이제 마지막 게임만을 남겨놓게 되었다. 홈 & 어웨이 시스템으로 끝나는 챔피언 결정전이기에 한 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흐름이었는데 일단 첫 게임 홈 팀 경주 한수원 선수들이 한 번도 아니고 네 번이나 골대 덕분에 가쁜 숨을 몰아쉴 수 있었다.

송주희 감독이 이끌고 있는 경주 한수원 여자축구팀이 12일 오후 6시 경주 황성 3구장에서 열린 2020 WK리그 챔피언결정 1차전 인천 현대제철 레드앤젤스 여자축구팀과의 홈 게임에서 득점 없이 비기고 나흘 뒤 열리는 2차전에서 최초의 우승 트로피를 노리게 됐다.

'골대' 슈퍼 세이브 넷 진기록

이 게임 어웨이 팀 인천 현대제철은 지난달 15일 열린 2020 WK리그 21라운드 화천 KSPO와의 홈 게임을 2-0으로 이겨 승점 1점 차로 정규리그 8년 연속 1위(승점 55점 18승 1무 2패)라는 놀라운 역사를 완성시켰다. 그리고 챔피언 결정전 두 게임 일정을 거의 한 달 가까이 기다렸다. 

챔피언 결정 1차전은 수원도시공사와의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온 정규리그 2위 경주 한수원(승점 54점 17승 3무 1패)의 홈 구장에서 열리게 됐다. 그동안 한국 여자축구 최고의 자리에 늘 그녀들이 우뚝 서 있던 것처럼 이번에도 인천 현대제철의 독주가 이어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인천 현대제철의 8년 연속 챔피언 역사는 결코 장담할 수 없는 흐름이었다. 이번 시즌 인천 현대제철이 정규리그에서 이기지 못한 세 게임 모두 그 상대 팀이 바로 경주 한수원이었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흥미진진했던 WK리그 일정 중 세 차례 맞붙어 경주 한수원이 2승 1무(5득점 2실점)로 라이벌 인천 현대제철을 압도한 것이다.

8년 연속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것도 딱 승점 1점 차로 이루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렇게 이번 시즌 정규리그 무승의 한을 인천 현대제철 선수들이 챔피언 결정전에서 풀어낼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인천 현대제철은 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 홈 팀 경주 한수원 골문을 쉼 없이 두드렸다. 노련한 국가대표 풀백 김혜리를 중심에 두고 브라질에서 데려온 네넴을 활용하여 오른쪽 측면을 줄기차게 파고든 것이 효과를 나타낸 것이다. 

그렇게 인천 현대제철은 국가대표 골키퍼 윤영글이 지키고 있는 경주 한수원 골대를 무려 네 번이나 때렸다. 바꿔 말하면 경주 한수원 입장에서 골키퍼가 아닌 골대가 슈퍼 세이브를 네 번이나 맡아준 것이다.

인천 현대제철의 골대 불운은 33분에 시작됐다. 네넴이 오른쪽에서 낮고 빠르게 올린 크로스를 따라서 감각 좋은 공격형 미드필더 장슬기가 이동하며 이마로 방향을 살짝 바꾼 헤더 슛이 왼쪽 기둥에 맞고 나온 것이다. 

두 번째 기록은 후반전 교체 선수 엘리(스페인)의 헤더였다. 오른쪽에서 김혜리가 크게 감아올린 크로스를 엘리가 헤더 슛으로 골을 노렸지만 크로스바를 때리고 나왔다. 교체 후 1분 만에 드러난 엘리의 존재감이 놀라웠지만 골대 불운은 그녀들의 발목을 잡았다.

세 번째 기록도 엘리의 헤더였다. 78분, 이번에도 네넴의 크로스가 날카롭게 반대쪽으로 넘어왔고 엘리가 뛰어난 탄력을 자랑하며 헤더 슛을 날렸다. 하지만 공은 윤영글 골키퍼 손끝을 스치며 또 한 번 크로스바를 때렸다.

경주 한수원 구성원들이 모두 가슴 철렁했던 마지막 순간에도 골대 슈퍼 세이브가 나왔다. 후반전 추가 시간도 거의 다 끝날 때 인천 현대제철 미드필더 이세은이 왼발로 감아찬 오른쪽 코너킥이 크게 포물선을 그리며 반대쪽 기둥을 때렸다. 기둥에 맞은 공은 골 라인을 따라 반대쪽으로 흘러 다른 선수의 밀어넣기 극장 골도 예상할 수 있었지만 끝내 경주 한수원 수비수가 걷어내고 말았다. 

이렇게 챔피언 결정 1차전은 지독할 정도로 공이 마지막 라인을 통과하지 못하고 끝났다. 이제 두 팀은 16일(월) 오후 6시 인천 남동경기장으로 장소를 옮겨 다시 만나야 한다.

지난 9월 7일 그곳에서 경주 한수원이 강유미와 나히의 득점에 힘입어 2-0으로 이긴 좋은 기억이 있기에 그녀들은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꿈을 꾼다. 반면에 남자 축구에서도 보기 드문 8년 연속 완벽한 우승 드라마를 이루기까지 인천 현대제철 선수들은 단 90분 한 게임만을 남겨두고 있다.

2020 WK리그 챔피언결정 1차전 결과(12일 오후 6시, 경주 황성 3구장)

경주 한수원 0-0 인천 현대제철

챔피언 결정 2차전 일정
인천 현대제철 - 경주 한수원(11월 16일 월요일 오후 6시, 인천 남동 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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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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