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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이재학, KS 엔트리 탈락... 창단 에이스 위한 자리 없었다

[2020 프로야구] 데뷔 이래 최악 시즌 보내... 젊은 투수 급성장 속 위기에 몰리다

20.11.17 08:27최종업데이트20.11.17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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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와 창원 NC 다이노스의 경기. 1회말 NC 선발투수 이재학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20년 프로야구 최강자를 가리는 한국시리즈가 17일부터 펼쳐진다. 1차전을 앞두고 발표된 NC와 두산 양팀의 엔트리를 살펴보면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정규시즌 3위 자격으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친 두산이 명단 변동 없이 한국시리즈에 나선데 반해 NC는 팀 창단 이래 오랜 기간 토종 선발 에이스로 활약했던 이재학을 제외한 것이다. 

그의 KS엔트리 탈락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지난주 소속팀 이동욱 감독이 몇몇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프로 2년차 송명기를 4선발로 발탁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이재학 제외 가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4년전과는 다른 엔트리 탈락 속사정

이재학의 포스트시즌 엔트리 탈락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6년 한국시리즈에서도 그의 이름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때와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당시 이재학은 12승 4패 평균자책점(ERA) 4.58이란 수준급의 성적을 올렸지만 당시 야구계를 강타한 승부조작 사건 조사 문제로 플레이오프에 이어 한국시리즈 참가가 불발됐다. 반면 2020년 이재학은 성적 부진이 탈락의 이유가 되었다.   

올해 이재학은 NC 이적 후 가장 적은 이닝(90.2이닝)을 소화했다. 기본적인 기록 역시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ERA 6.22, 주자출루허용률(WHIP) 1.63은 데뷔 이래 최악의 성적이기도 하다. 지난 2017년 단 5승에 그치며 규정 이닝 미달, 생애 첫 ERA 5점대를 나타낸 이후 2018~19시즌 회복세 보이며 팀 주축 선발로 활약했음을 감안하면 팀과 팬들 모두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시즌이 아닐 수 없었다. 

다른 팀 같았으면 오랜 기간 선발로 맹활약한 고참 투수에게 한 번 정도의 기회를 부여했겠지만 NC는 과감히 이재학을 제외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그를 대신할 전력을 마련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선택이다. 이재학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올해 NC는 창단 첫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는 등 순항을 거듭했다. 여기엔 급성장한 젊은 투수들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젊은 선발진 급성장...위기에 몰린 왕년 에이스

부상으로 인해 3개월 자리를 비우긴 했지만 구창모는 전반기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면서 9승 무패, ERA 1.74의 빼어난 성적을 달성하는 등 '영건 좌완'으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프로 2년차 우완 송명기는 10월 한달에만 선발 5승을 달성하며 NC의 약점으로 거론되던 토종 우완 선발 투수로 급성장하며 루친스키와 라이트 등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은 팀 전력에 보탬이 되어줬다.

그동안 이재학은 오랜 기간 리그 정상급 서클 체인지업을 구사하며 2013년 NC가 1군 리그에 참가한 이래 붙박이 토종 선발로 큰 역할을 담당해 준 바 있다. 다른 스리쿼터형 또는 사이드암 계열 투수들이 슬라이더 위주 변화구 구사를 한 것과 다소 차이가 있다. 보통 슬라이더가 우타자 기준 바깥 코스로 휘어져 들어간다면 서클 체인지업은 반대 코스, 즉 우타자의 몸쪽으로 떨어지는 성향을 보이기 마련이다. 이러한 구종의 특성에 힘입어 이재학은 좌타자 상대로도 좋은 승부를 펼치면서 변변한 토종 선발투수가 부족했던 NC에서 오랜기간 우완 에이스 역할을 맡아줬다.

반면 서클체인지업과 직구, 두가지 구종 중심의 투구는 그에겐 약점이 되기도 했다. 지난 2017년 첫 번째 부진 당시 체인지업의 위력이 반감되면서 이재학은 큰 위기에 봉착한 바 있다. 절치부심 끝에 이듬해 그는 2013년 이후 한동안 구사하지 않았던 슬라이더를 섞어 가며 변화를 추구했다. 투구 패턴이 달라지면서 지난해엔 10승 복귀 뿐만 아니라 ERA 3.75라는 제2의 전성기급 성적도 달성했다.  

하지만 올해의 이재학은 다시 2017년 수준으로 뒷걸음을 치고 말았다. 6월 2일 SK전 4이닝 7실점, 8월 15일 LG전 2.1이닝 10실점 등 대량 실점이 빈번해진 데다 구속, 제구, 구위 모두 예전 대비 하락세를 드러낸다. 2016년 평균 138km/h 대를 기록했던 직구의 구속은 올해 134km/h 수준으로 소폭 하락했고 주무기였던 서클체인지업은 타자들의 몸쪽 대신 가운데 실투성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결국 이재학은 타자들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8월~9월 사이 한달 가량 2군으로 내려가는 어려움도 겪었다. 1군 복귀 후에도 떨어진 구위와 제구는 끝내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결국 한국시리즈 참가가 좌절되고 말았다. 아쉬움이 가득할 이재학이 다음 시즌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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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이재학 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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