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최서현 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조 고졸 일자리 보장 실천단장이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동조합
"핵심은 정부가 선제적으로 공기업과 대기업, 공공기관 등에 고졸 출신 노동자 3% 채용 기준을 설정하는 거다."
최서현 특성화고졸업생노동조합 고졸 일자리 보장 실천단장이 '코로나19로 사회 전반적인 어려움이 큰 상황에서 정부 주도로 양질의 일자리가 과연 만들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오마이뉴스>의 말에 한 답이다.
최 단장은 "3개월 뒤(2021년 2월께)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실업자가 되는 건 이미 정해진 일"이라면서 "몇만 명의 실업자가 생기는 게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서 그에 대한 대책을 만드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이는 정부가 발표한 기준에도 부합한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15일 오후 최 단장은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 앞에서 '고졸 일자리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주도했다. 이 자리에서 최 단장이 속한 특성화고졸업생노조는 "지난해 10월 대비 올해 대졸 이상 실업자는 3만 6000명이 늘었지만 고졸 실업자는 약 3.5배인 12만 7000명이 늘었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1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고졸취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특성화고 취업률을 2022년까지 60%까지 올리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정부는 "직업계고(특성화고)에서 미래 신산업과 지역전략 산업 등과 연계한 산업 맞춤 학과가 추진될 것"이라면서 "매해 100개 이상, 2022년까지 약 500개 학과를 만든다"라고 발표했다.
교육부 홈페이지에는 '특성화고'가 "특정 분야의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로서,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교육을 통해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고 좋은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학교"라고 소개됐다.
<오마이뉴스>는 16일 최 단장과 전화와 SNS 메신저 등을 통해 인터뷰했다.
특성화고 졸업반의 자조 섞인 한탄 "저주받은 2002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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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성화고권리연합회 토론회에 참석한 특성화고 학생들이 21일 오후 자신들의 바람을 적어놓았다. ⓒ 윤근혁
최 단장은 "양질의 일자리가 하나도 없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그는 "요즘 특성화고 선생님들도 학생들에게 '대학 가라'라는 말을 먼저 한다. 취업하려고 특성화고에 온 친구들도 결국 취업하지 못해서 진학을 고려하는 경우도 많아졌다"라고 말했다.
"특성화고 3학년 학생들이 요즘 많이 하는 말이 '저주받은 2002년생'이라는 한탄이다. 초등학교 때 신종플루, 중학교 때 메르스, 지금은 코로나를 겪고 있으니 다들 서로에게 저주받은 2002년생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달 9일 국회 교육위 소속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직업계고 졸업생 10만 103명 중 33.3% 수준인 3만 3295명만 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졸업생 3명 중 1명만 취업에 성공한 셈이다. 2017년에는 전체 졸업생 10만 9051명 중 5만 4908명이 직장을 구해 취업률 50.4%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2018년 42.8%로 줄어들었고 지난해에는 30%대까지 감소했다.
반면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연보에 기재된 내용에 따르면 특성화고의 대학진학률은 2015년 36.1%, 2016년 35%, 2017년 32.8%, 2018년 36%로 꾸준히 30%대를 웃돌다 지난해 42.5%를 기록했다. 전문직업인을 양성한다고 만들어진 특성화고 학생들 중 절반 가까이가 대학 진학을 선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해 최 단장은 "양질의 일자리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통계로 잡히는 취업률도 실제로는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알바 사이트 등을 통해 카페와 패스트푸드, 콜센터 등에 취업한 것이 태반"이라면서 "구직활동지원금 등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이 이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학력사회 극복 위해 인식 변화가 우선"
▲ 최서현 단장은 매일 아침 특성화고를 찾아 고등학교 3학년 졸업반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사진은 학생들에게 건네는 선전물. ⓒ 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동조합
그러나 최 단장은 "정부가 정책을 만들고 방침을 세움에 있어 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면서 "대학에 가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관점을 갖고 특성화고 졸업생과 고졸 노동자를 위한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인식 변화 없이는 학력사회를 극복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15일 기자회견 때 참석한 조합원이 말하더라.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었는데, 특성화고 출신으로서 과연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해서 돈 벌 수 있을지 두렵다'라고. 고졸 취업자리가 기본적으로 부족하고, 있어도 대부분 비정규직 열악한 일자리뿐이다."
최 단장의 우려는 현실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특성화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일선 학교에서부터 '공고'와 '상고' 등 기존의 이름을 버리고 있다.
지난해 경기지역 광명공업고는 경기항공고, 안양 근명여자정보고는 근명고, 군포 산본공업고는 경기폴리텍고, 시흥 시화공업고는 경기스마트고, 서울지역 경기여자상업고와 고명경영고, 단국공업고 등은 각각 서울의료보건고와 고명외식고, 단국대학부속소프트웨어고 등으로 이름을 바꿨다.
최 단장은 "2018년 전국특성화고졸업생 노동조합이 탄생한 것도 같은 이유"라면서 "특성화고를 나온 구의역 김군, 제주 이민호군, 전북 콜센터에서 자살한 홍양 등 특성화고 졸업생들은 대부분 열악하고 위험한 현장에서 취업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고자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최 단장은 "정부가 실질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때까지 매주 일요일 조합원과 함께 도보행진을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이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 단장은 매일 조합원과 함께 아침 특성화고등학교를 돌며 졸업을 앞둔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한편 교육부 관계자는 17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특성화고 현장에서 학생들이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들을 꾸준히 발굴해 이어가고 있다"면서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부터 운용되는 '취업지원관' 제도다. 취업처를 발굴해 연결하는 전담 인력이다. 전국에 500여 명 이상 배치가 됐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육부 관계자는 "중앙취업지원센터를 지난 6월에 개소해 운용 중이다.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나갔을 때 월 60만 원의 현장수당도 지원하고 있다"면서 "기재부 등과 협력해 '고졸 출신 공공부문 취업'에 관해서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숫자를 늘려가고 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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