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난기와 국망기에 온몸을 바쳐 구국과 독립을 위해 나섰는데, 역사가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국민에게 잊혀진다면 어찌 건강한 사회라 할 것이며, 그것은 누구의 책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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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6년 별세하기 직전의 나철 선생. ⓒ wiki commons
나철은 다양한 분야에서 선각자였다.
그 자신이 과거에 급제한 유학자로서 한문을 바탕으로 공부하고 활동한 지식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종교를 중광하면서 국문(한글)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종교인ㆍ독립운동가ㆍ국학자로서의 정삼각변을 이룰 수 있을만큼, 국학(국문ㆍ국어ㆍ국사)에 연구와 조예가 깊었다.
대종교인들에 지켜야 할 '봉교과규'의 다섯번 째 항목에서 "봉교인은 남녀 불문하고 문자를 해득하지 못하여서는 안 된다. 국문을 선습(先習)하되 만일 가난하거나 바쁜 사람이라면 강요하여서는 안 된다."고 제시하였다.
여기서 '국문을 선습하되'란 한글을 먼저 깨우치라는 뜻이다. 비록 단서가 붙긴했지만, 국치를 전후한 암담한 시기에 '국문선습'의 과제 역시 "나라는 망했어도 정신은 존재한다"는 '국망도존'의 일환이었다. 이 시기 그는 몇 편의 대종교 관련 노랫말을 한글로 지었다. 차례로 살펴본다.
▲ 나철 선생이 딸에게 남긴 유서(전남 보성 발교읍 '나철 선생 기념관' 게시 사진) ⓒ 나철기념관
한류풍(天樂)
한울길 열으사 열 달 사흘
한배님 나리사 세 검 한 몸
거룩한 큰 빛은 두루 쪼여 곧잘 해
저 한울 나라여 넓고 넓어
땅누리 열으사 세 즘 떼
저자에 모이 듯 아홉 겨레
우뚝한 큰 터는 홀로 서서 곧잘 해
저 한울 메이여 높고 높아
사람글 열으사 세한참결
석트고 일마쳐 네 큰 고동
끝없는 큰 샘은 늘히 흘러 곧잘 해
저 한울 물이여 깊고 깊어.
세 얼(三神歌)
어아 어아 우리 한배님은
한울 내어 만들어됨 차지하사
세 온 예순 여섯 고에
온갖 몬이 자랐도다
어아 어아 우리 한배검은
한울 열어 가르쳐됨 차지하사
세 온 예순 여섯 말에
온갖 결이 밝았도다
어아 어아 우리 한배검은
한울 베퍼 다스려됨 차지하사
헤 온 예순 여섯 일에
온갖 본이 박혔도다.
세 마루(三倧歌)
저 높은 늘 흰 메이여 곧잘 매 마를세
한배님 이에 나리사 검겨레 우릴세
검거레 우릴세 검무리 우릴세
한배님 이에 나리사 검겨레 우릴세
저 깊은 송아물이여 곧잘 물 마를세
한배웅 이에 나리사 검나라 우릴세
검나라 우릴세 검나라 우릴세
한배웅 이에 나리사 검나라 우릴세
저 빛난 배달나무여 곧잘 낡 마를세
한배검 이에 나리사 검무리 우릴세
검무리 우릴세 검무리 우릴세
한배검 이에 나리사 검무리 우릴세
어천가(御天歌)
어두움에 잠긴 누리 빛 밝혀 주시고
늦목숨이 없던 것을 모두 살렸도다
후렴
온누리 임이신 우리 한배
오르셨네 오르셨네 새검으로 한몸
크고 밝은 세한참결 가르쳐 주시고
아홉 겨레 세 즘떼를 오래 다스렸다
후렴
이 세상에 많은 일을 다 맡겨주시고
아사달메 빛구름 속 한울노래 높다
후렴 (주석 1)
나철이 단군교단으로부터 받은 「단군교 포명서」를 보면 우리말에 대한 애착이 두루 나타난다. 즉 조선이라는 말이 배달에서 나왔다는 설명과 더불어 배달목ㆍ태백산ㆍ패강ㆍ임검ㆍ이사금ㆍ이니금ㆍ나라ㆍ서울 등 우리말에 대한 어원을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군교단이 대종교 중광 이전에 이미 우리말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후일 한글 운동을 주도한 원인을 찾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주석 2)
주석
1> 강수원 편, 『대종교요감』, 260~271쪽, 대종교총본사, 1983.
2> 김동환, 앞의 책,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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