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고졸 신화' 임동혁, 대한항공 주포로 성장 중

[프로배구] 12일 KB손해보험전 51.92% 성공률로 30득점 폭발, 대한항공 4연승

20.12.13 09:09최종업데이트20.12.13 09:09
원고료로 응원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을 치르고 있는 대한항공이 파죽의 4연승을 내달렸다.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이 이끄는 대한항공 점보스는 12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KB손해보험 스타즈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5-21,25-27,25-23,30-32,15-10)로 승리했다. KB손해보험을 시즌 첫 연패에 빠트린 대한항공은 외국인 선수 카를로스 비예나가 무릎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4연승을 기록하며 선두 자리를 지켰다(승점 30점).

대한항공은 에이스 정지석이 47.62%의 성공률로 22득점을 기록했고 곽승석이 13득점, 신인 진지위가 9득점으로 뒤를 이었다. 센터 진성태는 4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중앙을 든든히 지켰다. 하지만 이날 대한항공의 공격을 이끈 최다득점 선수는 따로 있었다. 2명의 루키를 포함해 이날 출전했던 대한항공 선수들 중 나이는 가장 어리지만 홀로 30득점을 폭발하며 비예나의 빈자리를 완벽히 메운 임동혁이 그 주인공이다.

박철우-정지석 성공 후 점점 늘어나는 고졸 선수들
 

대한항공의 에이스 정지석은 고졸 선수도 V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 한국배구연맹

 
내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키움 히어로즈의 1차지명을 받은 장재영은 키움으로부터 역대 2위에 해당하는 9억 원의 계약금을 받았다. 반면에 대졸 선수 중 가장 먼저 지명을 받은 KIA 타이거즈의 박건우(2차1라운드 전체 4순위)가 받은 계약금은 고작(?) 1억3000만원이다. 이제 야구에서는 우수한 유망주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대학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프로에 뛰어드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반면에 배구에서는 여전히 선수들이 대학을 거쳐 프로에 입단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물론 대학에 입학했다가도 대학과정을 다 마치지 않고 프로에 도전장을 내미는 선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3년 러시앤캐시 베스피드(현 OK금융그룹 읏맨)의 창단 멤버였던 '경기대 3인방' 송명근,송희채(우리카드 위비),이민규를 비롯해 나경복,한성정(이상 우리카드), 황택의(KB손해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V리그의 고졸 선수 중에는 박철우(한국전력 빅스톰)라는 엄청난 성공사례가 있다. 지난 2004년 경북사대부고를 졸업하고 곧바로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에 입단한 박철우는 V리그 출범 후 후인정(경기대 감독)을 이어 현대캐피탈의 토종거포로 활약했다. 삼성화재 블루팡스를 거쳐 지난 4월 한국전력으로 이적한 박철우는 지난 6일 대한항공전에서 남녀부 최초로 5000 공격득점 기록을 세우는 등 여전히 건재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박철우의 성공을 계기로 2010년대 들어 V리그 남자부에도 고졸 선수가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6순위로 대한항공에 지명된 정지석은 3년 차 시즌이었던 2015-2016 시즌부터 주전 자리를 차지하며 공수에서 가파른 발전속도를 선보였다. 특히 35경기에서 548득점과 함께 50.95%의 리시브효율을 보였던 2018-2019 시즌에는 정규리그 MVP를 차지하며 남자배구의 새 시대를 열어갈 슈퍼스타로 도약했다.

V리그 역대 첫 1호 고졸선수(박철우는 실업배구 시절에 입단)였던 정지석이 이미 V리그를 주름잡는 대스타로 군림하고 있다면 후발주자들은 뛰어난 피지컬을 앞세워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의 최태웅 감독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육성하고 있는 허수봉은 일찌감치 군복무를 마치고 착실히 실전경험을 쌓고 있다. 그리고 1998년생 허수봉보다 한 살 어린 1999년생 임동혁은 이미 비예나가 없는 대한항공에서 주포로 활약하고 있다.

세계 U-19 대회 4강 주역, V리그 스타로 도약 중
 

임동혁은 비예나가 부상으로 빠진 틈을 타 대한항공의 주포로 자리 잡았다. ⓒ 한국배구연맹

 
임동혁은 제천산업고 1학년 시절이던 지난 2015년 만16세의 나이에 '돌고래' 장윤창을 제치고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되며 일찌감치 가능성을 뽐냈다. 2017년에는 세계 유스 남자 U-19 선수권에서 한국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한국을 4강으로 이끌었다. 당시 임동혁은 득점상과 BEST7을 휩쓸며 단연 독보적인 활약을 펼쳤다(당시 임동혁과 함께 함께 한국 대표팀의 '쌍포'로 활약한 선수가 한국전력의 신인 임성진이다).

임동혁은 대학을 가지 않고 곧바로 프로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전체 1순위 후보라는 예상과 달리 5순위까지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아포짓 스파이커(오른쪽 공격수)라는 포지션이 문제였다. V리그에서 오른쪽 공격수는 외국인 선수들이 전담하는 포지션으로 전성기의 박철우나 문성민(현대캐피탈)급 공격수가 아니면 벤치멤버로 전락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박기원 전 감독은 임동혁이라는 인재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루키 시즌 12경기에서 20득점을 기록하며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한 임동혁은 2년 차 시즌이었던 작년 3월 24일 현대캐피탈과의 챔피언 결정 2차전에서 '인생경기'를 펼쳤다. 2세트 중반부터 외국인 선수 미차 가스파리니 대신 코트에 선 임동혁은 62.07%의 성공률로 20득점을 올리는 맹활약을 펼쳤다. 비록 경기는 대한항공이 세트스코어 2-3으로 패했지만 '특급 유망주' 임동혁의 존재를 배구팬들에게 알리기에는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임동혁은 이번 시즌 비예나의 부상을 틈타 오른쪽 공격수로 활약하며 대한항공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실제로 임동혁은 4연승 기간 동안 3일 OK금융그룹전에서 21득점, 6일 한국전력전에서 29득점, 9일 삼성화재 블루팡스전에서 12득점, 12일 KB손해보험전에서 30득점을 기록했다. 임동혁은 4연승 기간 동안 50%의 공격 성공률로 경기당 평균 23득점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득점왕의 빈자리를 1999년생의 유망주가 메우고 있는 셈이다.

만약 임동혁이 3년 전 대학 진학을 선택하고 얼리 드래프티로 프로에 일찍 진출하지도 않았다면 지금쯤 대학 졸업반을 앞두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대학무대에서도 얼마든지 기량이 향상될 수는 있지만 지금처럼 V리그 선두팀의 주포로 성장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임동혁의 프로 조기 진출도, 대한항공의 임동혁 지명도 시간이 지난 후에 보면 선수와 구단 모두에게 더할 나위 없이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점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프로배구 도드람 2020-2021 V리그 대한항공 점보스 임동혁 고졸선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