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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중독자 위로한 고양이 이야기... 2편이 아쉬웠던 까닭

[리뷰]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2>

20.12.17 11:40최종업데이트20.12.1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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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2> 포스터 ⓒ (주)누리픽쳐스


아무런 희망도 미래도 없이 살던 제임스(루크 트레더 웨이 분)는 우연히 길거리에서 발견한 상처 입은 고양이 밥과의 만남 이후 마약을 끊고 거리공연을 하거나 빅이슈 판매원으로 어렵사리 생계를 유지한다. 함께 작은 난로를 켜두고 집에서 TV를 보는 등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끼며 누구보다 밥을 아끼는 제임스이건만, 마음 한구석엔 묵묵히 자신의 곁을 지킨 밥에게 풍족하게 무언가를 해줄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자리한다. 그런데 모두가 행복한 크리스마스에 제임스는 밥과 헤어질 위기에 처한다.

2017년 국내 개봉한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은 동명의 에세이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2007년 상처 입은 길고양이 밥을 발견한 마약중독자 홈리스 제임스가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치료해준 뒤 서로에게 삶의 이유가 되면서 사람들의 따뜻한 응원 속에 인생의 두 번째 기회를 맞이한다. 이들의 믿기 힘든 사연은 책으로 출간되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제임스가 밥을 만나며 빈곤과 마약 중독을 이기는 힘을 얻는 전개에 감동이 있었으며 런던 하층민의 비루한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점이 좋았다.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이 제임스와 밥의 만남, 제임스가 마약 중독을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하는 과정을 다루었다면 속편인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2>는 가족이 된 제임스와 밥의 이후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속 시간으로 설명하면 전편의 마지막에 제임스가 베스트셀러 작가로 성공하기 직전까지의 사연인 셈이다. 각본은 전편은 물론 원작 소설이 출간하는 데 도움을 주고 제임스와 밥에 관한 애니메이션 각본도 쓴 바 있는 각본가 개리 젠킨스가 맡았다.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2>의 한 장면 ⓒ (주)누리픽쳐스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2>의 메가폰은 <에어 버드>(1997), <돌핀 테일>(2011), <돌핀 테일>(2014), <더 웨이 홈>(2019) 등 동물을 소재로 삼은 영화들을 연출한 찰스 마틴 스미스 감독이 잡았다. 그는 전편의 감독 로저 스포티스우드와 오랜 친구였고 속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관심이 갔다고 말하며 '유대감'을 강조한다.

"제임스와 밥의 강하고 순수한 유대는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전하고 그런 둘의 곁을 지키는 많은 사람의 모습은 끊어졌던 이들의 연결고리가 다시금 이어지는 크리스마스의 기적과도 같다."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2>는 회상 구조를 취한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제임스는 어깨에 밥을 얹고 '연례 크리스마스 작가의 밤' 행사에 참여한다. 자신이 쓴 책은 "런던에서 이루어진 방황하던 두 영혼의 운명 같은 만남은 전 세계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다"란 찬사를 받는 등 성공적인 작가로 대접을 받는다. 

다음 작품의 소재를 놓고 고민하던 제임스는 우연히 거리에서 거리공연을 하다 끌려가는 한 남자를 만난다. 제임스는 예전의 자신처럼 노숙자 신세인 남자에게 먹을 것을 사주며 몇 년 전 '약을 끊고 밥과 길에서 일한 마지막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영화는 마치 <크리스마스 캐럴>의 한 대목처럼 '과거의 크리스마스'로 향한다.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2>의 한 장면 ⓒ (주)누리픽쳐스


과거의 제임스는 밥의 상처를 치료해주고 함께 살게 되며 떨어질 수 없는 소울 메이트가 되었지만, 사랑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경제적 문제, 동물 보호 단체의 압력에 시달린다. 그는 밥을 너무 사랑하지만, 밥을 위해선 더 나은 환경으로 보내야 하는 건 아닐까 고민한다. 하나뿐인 가족 밥을 온전히 자신만의 힘으로 지켜줄 수 없는 춥고 배고픈 상황이기 때문이다. 둘은 전편처럼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같이 어두운 시기를 극복해 나간다.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2>는 크리스마스 영화의 따뜻함과 가족 영화로서의 기본적인 즐거움은 갖추었다. 그러나 전편과 비교해 재미와 깊이 모두 떨어진다. 주인공을 무조건 싫어하는 동물 보호 기관의 관계자나 다른 빅이슈 판매원 등 인물들은 가족 영화에 전형적인 '나쁜 사람'에 가깝다. 

전개도 진부하다. 억지로 짜낸 갈등은 흔한 동화처럼 모두가 행복한 '좋은 크리스마스'로 쉽게 봉합되어 버린다. 가상의 색채가 짙어지며 실화의 힘이 사라진 셈이다. 전편의 친구 베티(루타 게드민타스 분) 대신 투입된 캐릭터인 크리스마스를 사랑하는 자원봉사자 비(크리스티나 톤테리 영 분)도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질 못한다.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2>의 한 장면 ⓒ (주)누리픽쳐스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2>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고양이 밥이다. 어느덧 4년차 연기냥인 밥은 이번 작품에서도 어깨에 올라타 있거나 거리공연을 하는 장면 등 클로즈업과 야외 촬영 대부분을 소화했다. 안타깝게도 밥은 올해 6월 자연사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다. 영화의 엔딩크레딧은 실제 인물인 '밥의 집사' 제임스 보웬이 쓴 부고문을 인용하여 밥을 추모한다.

"밥은 나에게 친구 이상이었다. 내 곁에서 내가 잊고 있던 삶의 방향과 목표를 찾아줬다. 언제까지나 그를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2 찰스 마틴 스미스 루크 트레더웨이 크리스티나 톤테리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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