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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골보다 날아간 어시스트가 더 아까운 토트넘

[2020-202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 2-1 토트넘

20.12.17 08:42최종업데이트20.12.17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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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웨이 팀 토트넘 홋스퍼가 손흥민의 벼락같은 동점골 덕분에 실속을 차리는가 싶었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극장 결승골을 얻어맞았다. 끈질긴 수비력으로 게임 시작 전까지 리그 1위였던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처럼 보였지만 축구가 수비만 잘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교훈을 뼈저리게 느낀 셈이었다. 

위르겐 클롭 감독이 이끌고 있는 디펜딩 챔피언 리버풀 FC가 한국 시각으로 17일(목) 오전 5시 안필드에서 벌어진 2020-202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 토트넘 홋스퍼 FC와의 홈 게임에서 종료 직전에 터진 피르미누의 헤더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리그 1위 자리에 올라섰다.

빛바랜 손흥민의 99번째 골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홈 팀 리버풀이 공 점유율을 압도했다. 90분 전체를 돌렸을 때 리버풀의 공 점유율이 76%로 찍혔으니 토트넘 홋스퍼로서는 거의 수비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다. 후반전에는 손흥민과 해리 케인까지 합세해 리버풀 필드 플레이어들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기 위해 구석구석 뛰어다녔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한 것이다. 유효 슛 기록(리버풀 11개, 토트넘 홋스퍼 2개)은 물론, 패스 숫자(리버풀 807개, 토트넘 홋스퍼 250개)에서도 비교가 무의미한 게임이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득점 기회는 토트넘 홋스퍼가 더 많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대로 말하면 골 결정력 측면에서 리버풀이 한 수 위였기에 프리미어리그 가장 꼭대기 순위표가 뒤집어진 것이다.

게임 시작 후 26분만에 리버풀의 간판 골잡이 모하메드 살라가 먼저 골을 넣었다. 바로 앞에서 토트넘 수비수 에릭 다이어와 알더베이럴트가 다리를 내밀었지만 거기에 맞고 굴절되어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간 것이다. 골키퍼 위고 요리스도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공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골이었다.

그래도 토트넘 홋스퍼에는 이번 시즌 가장 잘 나가고 있는 손흥민이 있어서 위안이었다. 실점 후 7분만에 벼락같은 역습으로 동점골을 뽑아낸 것이다. 미드필더 지오반니 로 셀소가 중앙선 바로 앞에서 절묘하게 찔러준 공이 손흥민 앞 공간으로 뻗어왔고 이 기회를 손흥민이 놓치지 않고 오른발 인사이드 슛으로 마무리했다. 곧바로 골 사인이 나오지 않아서 VAR(비디오 판독 심판) 시스템 확인 절차가 진행됐지만 손흥민의 발끝과 리버풀 수비수 리스 윌리엄스의 발끝이 오프 사이드 라인 위에 정확하게 일치하는 바람에 그대로 인정됐다.

손흥민의 이 멋진 골은 그가 토트넘 홋스퍼 유니폼을 입고 뛴 249게임만에 99번째로 넣은 골이어서 더 뜻깊었다. 그런데 후반전에 손흥민은 두 차례나 탄식을 내뱉을 정도로 아쉬운 어시스트 패스가 날아갔다. 손흥민이 만들어준 두 개의 결정적인 득점 기회가 모두 골문을 외면한 것이었다.

그 탄식의 순간은 63분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토트넘의 역습 기회에서 손흥민의 백 헤더 패스가 기막히게 앞 공간으로 떨어져 베르흐바인이 상대 골키퍼 알리송 베케르와 1:1로 맞서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그러나 베르흐바인의 오른발 인사이드 슛은 리버풀 골문 오른쪽 기둥을 때리고 나왔다. 골문 뒤 관중석에 띄엄띄엄 자리잡은 소수의 리버풀 팬들은 마스크 속 안도의 한숨을 몰아쉴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곧바로 이어진 오른쪽 코너킥도 손흥민이 오른발로 감아올렸다. 여기서도 마크맨을 따돌린 해리 케인의 프리 헤더 슛이 나왔다. 바로 골문 앞이었기 때문에 역전골로 보였지만 케인의 머리에 맞은 공이 그라운드에 한 번 튀어오르며 골문을 벗어나고 말았다. 어쩌면 리그 우승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게임에서 손흥민의 2도움 기록이 한꺼번에 날아간 셈이다.

그나마 손흥민은 동점골 기억을 소중히 품고 87분에 벤치로 물러났다. 델리 알리가 대신 뛰어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90분에 극장 결승골이 반대쪽 골문에서 나왔다. 리버풀의 앤드류 로버트슨이 감아올린 왼쪽 코너킥을 호베르투 피르미누가 정확한 헤더 골로 끝낸 것이다. 63분에 두 번이나 날아간 토트넘 홋스퍼의 결정적인 득점 기회들이 다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이 극적인 승리로 1위에 올라선 리버풀 FC는 19일(토) 오후 9시 30분 셀허스트 파크로 찾아가 크리스탈 팰리스(12위)와 어웨이 게임을 뛰어야 하며, 2위 토트넘 홋스퍼는 그 다음 날 오후 11시 15분 승점 1점차로 따라붙은 레스터 시티(4위)와 홈 게임을 뛴다. 손흥민은 토트넘 홋스퍼 소속 100번째 골을 노린다.

2020-202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 결과(12월 17일 오전 5시, 안필드)

리버풀 FC 2-1 토트넘 홋스퍼 [득점 : 모하메드 살라(26분), 호베르투 피르미누(90분,도움-앤드류 로버트슨) / 손흥민(33분,도움-지오반니 로 셀소)]

2020-202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현재 순위표
1 리버풀 FC 13게임 28점 8승 4무 1패 29득점 19실점 +10
2 토트넘 홋스퍼 13게임 25점 7승 4무 2패 25득점 12실점 +13
3 사우스햄튼 13게임 24점 7승 3무 3패 25득점 18실점 +7
4 레스터 시티 13게임 24점 8승 5패 24득점 17실점 +7
5 에버턴 13게임 23점 7승 2무 4패 23득점 18실점 +5
6 첼시 FC 13게임 22점 6승 4무 3패 26득점 14실점 +12
7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13게임 21점 6승 3무 4패 21득점 16실점 +5
8 맨체스터 시티 12게임 20점 5승 5무 2패 18득점 12실점 +6
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11게임 20점 6승 2무 3패 19득점 17실점 +2
10 울버햄튼 원더러스 13게임 20점 6승 2무 5패 13득점 17실점 -4
11 애스턴 빌라 10게임 18점 6승 4패 21득점 13실점 +8
12 크리스탈 팰리스 13게임 18점 5승 3무 5패 19득점 18실점 +1
13 리즈 유나이티드 13게임 17점 5승 2무 6패 22득점 24실점 -2
14 뉴캐슬 유나이티드 12게임 17점 5승 2무 5패 16득점 21실점 -5
15 아스널 FC 13게임 14점 4승 2무 7패 11득점 16실점 -5
16 브라이튼 & 호브 알비온 13게임 11점 2승 5무 6패 15득점 21실점 -6
17 풀럼 13게임 9점 2승 3무 8패 12득점 22실점 -10
18 번리 11게임 9점 2승 3무 6패 6득점 18실점 -12
19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 13게임 7점 1승 4무 8패 10득점 26실점 -16
20 셰필드 유나이티드 12게임 1점 1무 11패 5득점 21실점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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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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