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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2연패' 김종국... 연예대상이 갈 길은 멀다

[주장] 방송사들이 직면한 연말 시상식의 한계

20.12.20 12:59최종업데이트20.12.20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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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연예대상' 김종국, 머리부터 발끝까지 대상 <런닝맨>의 김종국 가수가 19일 오후 열린 <2020 S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있다. ⓒ SBS

 
가수 겸 방송인 김종국이 <2020 SBS 연예대상>의 주인공이 됐다.19일 서울 상암동 SBS 프리즘센터에서 열린 SBS 연예대상에서 김종국은 <런닝맨>과 <미운 우리새끼>에서의 활약상을 인정받아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종국은 대상을 수상한 뒤 감정이 복받치는 듯 눈물을 글썽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종국은 "제가 가수로 이미 대상을 받아 봤다. 근데 그 때는 안 이랬다. 너무 덤덤해서 그때는 상 받았던 걸 즐기지 못했다. 그만큼 지금 이 상(대상)은 저한테 더 가치가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저는 원래 가수다. 앨범을 내고 홍보 수단으로 예능에 출연하기 시작해, 하기 싫었던 적도 있었고 잘할 줄도 몰랐다. 하지만 예능을 하면서 강호동, 유재석 등 정말 좋은 스승들을 만났다. 음악도 있지만, 이제 예능은 제 삶의 전부가 됐다"며 방송에 대한 솔직한 자부심과 애착을 드러냈다.

김종국은 출연 중인 <런닝맨>과 <미운우리새끼>에도 고마운 마음을 표시했다. "SBS 예능을 사랑해주신 시청자에게 가장 고맙다. 이 현장에 있는 분들을 모두 다 알고 있다. 당연하다고 여기던 것들을 더 감사하게 생각하게 되는 한 해였던 것 같다"며 "제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죄송할 정도로 모두가 힘든 시간이다. 더 열심히 웃음을 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수상소감을 마무리 지었다.

김종국은 국내 연예계에서 두 가지 이상의 분야에 모두 정점을 찍어본 '멀티 엔터테이너'의 대표적인 성공사례중 한 명으로 꼽힌다. 1995년 보이댄스 그룹 터보로 연예계 생활을 시작한 김종국은 지난 2005년에 솔로가수로 <SBS 가요대전>, <KBS 가요대상>, <MBC 가요대제전>까지 지상파 3사의 가요 대상을 모두 석권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바 있다.

김건모, HOT, 조성모, GOD 등도 비슷한 업적을 달성했지만 2000년대 후반이후 방송사의 가수왕제도가 사실상 폐지되고 연말 음악축제 형식으로 바뀌면서, 김종국은 '마지막 통합 가수왕'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로 남게됐다. 팀이 해체하거나 전성기를 지나서 잊혀진 다른 가수왕 출신들과 달리, 여전히 연예계 주류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도 김종국이 유일하다.

김종국은 이날 대상으로 연예대상과 가요대상을 모두 석권한 역대 2번째이자 유일무이한 단독 ·남성 수상자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역대 최초는 이효리로, 가수로서는 1999년 <서울가요대상>과 <SBS 가요대전>에서, 예능에서는 2009년 <SBS 연예대상>을 각각 수상한바 있다. 다만 가수로서는 걸그룹 핑클의 멤버로서, 연예대상은 <패밀리가 떴다>에 함께 출연했던 유재석과 각각 공동으로 수상하며, 개인으로서 단독 수상은 해보지 못했다. 김종국에 앞서 최초의 남성가수 출신 연예대상 수상자인 탁재훈(2007년 KBS 연예대상)은 정작 가수왕은 차지해보지 못했다.
 

지난 19일 거행된 2020 SBS 연예대상의 한 장면. 영예의 대상 수상자로 '런닝맨', '미우새' 김종국이 선정되었다. ⓒ SBS

 
무려 25년에 이르는 연예계 경력 동안 김종국은 누구보다 다사다난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가 데뷔했던 터보는 이후 등장하는 HOT나 신화, 젝스키스같은 외모나 분위기 모두 꽃미남 유형의 아이돌이라기보다는 뭔가 불량스럽고 반항아적인 일탈의 이미지가 강했고, 그게바로 김종국의 캐릭터이기도 했다. 초창기 시절에는 김종국이 공식무대에서 보여준 미성숙한 행동으로 무기한 가수활동 정지 징계를 받는 사건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강압적인 전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힘겨운 시기를 보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또한 방송에서는 건강하고 남자다운 이미지를 어필했던 것과는 달리, 김종국이 허리디스크로 인한 공익근무 판정을 받은 것을 두고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의 김종국은 인기도 많았던 반면 까칠하고 다가가기 힘든 이미지도 강했고, 대중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연예인에 가까웠다.

하지만 어지간한 스타들도 한번의 태풍만으로 순식간에 날아가버리기 쉬운 연예계에서, 김종국은 예상과 달리 끝까지 살아남았다. 90년대 보이그룹 댄스가수에서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김종국은 솔로가수, 그것도 발라드 가수로 과감하게 전향하여 '제자리 걸음'과 '한 남자', '사랑스러워' 등을 잇달아 대히트시키며 일생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모기 소리'라는 놀림을 당했던 미성은 감미로운 발라드 장르에서 오히려 진가를 발휘하며 김종국의 숨겨진 가창력이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근육질의 체격과 거친 마초 캐릭터로만 부각된 김종국의 새로운 반전 매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된 장면이다.

예능 진출은 김종국에게 두 번째 전환점이었다. 20대까지만 해도 김종국은 예능 출연이 잦지도 않았고, 예능에 그다지 어울리는 캐릭터도 아니었다. 초창기 <X맨을 찾아라> <출발 드림팀> <연애편지> <동거동락> 등에서 보여준 어색한 '박수댄스'와 입이 무거운 상남자 캐릭터 등은, 예능의 유쾌하고 수다스러운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않는 김종국의 언밸런스함이 오히려 웃음포인트가 되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개인보다 팀플레이, 설정보다 자연스러움이 강조되는 리얼리티 예능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김종국의 예능 적응력도 서서히 만개하기 시작했다. <패밀리가 떴다> <날아라 슛돌이>같이 과장된 설정 없이도 개인의 친근하고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만나면서 김종국의 이미지도 바뀌었다. 예능 적응기부터 유재석-강호동같은 출연자들의 장단점을 잘 조율할줄 아는 노련한 선배들과 함께했다는 점도 그에게는 큰 행운이었다.

특히 2011년부터 방송을 시작한 <런닝맨>은 명실공히 '예능인' 김종국을 대표하는 인생 프로그램이 됐다. 김종국은 각종 게임과 미션을 수행하는 <런닝맨>에서 추신수나 추성훈같은 전문 운동선수들을 상대로도 경쟁할수 있는 특유의 우월한 신체적 능력은 물론이고, 두뇌싸움이나 설전에서도 밀리지않는 전천후 캐릭터로 '능력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런닝맨>은 김종국의 모든 예능 출연작을 통틀어서 그의 캐릭터를 가장 잘 활용한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런닝맨>의 글로벌적인 대히트에 힘입어 김종국은 가수 시절의 인기를 뛰어넘어 남녀노소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친근한 이미지로 바뀌었고, 이제는 해외 무대에서도 주목받는 늦깎이 예능 한류 스타에 이름을 올렸다. 그야말로 <런닝맨> 최고의 수혜자중 한명이라고 할만하다.

김종국은 2018년부터 합류한 관찰예능 <미우새>, JTBC <괴팍한 5형제> 등 다양한 분야의 예능에 진출하며 자신의 영역을 조금씩 확정시켜나가고 있다. 과묵하고 다가가기 어려울 것 같던 상남자 이미지도 세월의 흐름속에 이제는 많이 느긋하고 여유로워졌다. 김종국의 지난 25년은 그저 거칠것 없고 반항적으로만 보이던 어린 소년에게도 차츰 연륜이 쌓이면서 청년에서 중년으로, 다시 한 남자로서 성숙하게 진화하는 시간이었다고 할수 있다.

물론 한편으로 김종국이 SBS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활약상은 인정하더라도 대상까지 수상할 정도인지는 평가가 엇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김종국은 예능에서 유재석이나 강호동, 이경규처럼 한 프로그램을 중심적으로 이끌어가는 MC나 리더의 역할을 맡은 적은 없기 때문이다.

올해 연예대상의 경우, 백종원과 김병만 등 SBS 간판 예능들을 이끌었던 인물들이 잇달아 수상을 고사했고, 새롭게 두각을 나타낸 신규예능이나 스타도 거의 없었던게 사실이다. 실제로 올해도 연예대상의 주요 수상은 <런닝맨>,<미우새>,<골목식당>,<동상이몽>,<불타는 청춘>,<집사부일체> 등 대부분 최소한 방영 3~4년을 넘긴 장수 예능과 그 출연진들이 독점했다.

결국 대상 수상 경험이 없는 인물중에서 SBS 프로그램에 특히 공헌도가 높았던 김종국에 일종의 공로상 개념의 대상을 안겨준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 부분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해가 갈수록 위상이나 공정성에 대한 의문부호가 커지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의 시상식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한계라고 볼 수 있다.
 
김종국대상 SBS연예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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