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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짓날 마련된 홈리스 분향소, 코로나19 때문에...

추모제 열리지 않고 분향소로 대체하자 찾는이 줄어 "그래도 천국에서 고통 없는 삶 살았으면"

등록 2020.12.22 00:20수정 2020.12.22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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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1일 오후 대구 북성로 행복나눔의집 앞에서 홈리스 추모제 분향소가 차려져 올해 사망한 홈리스들을 추모했다.

21일 오후 대구 북성로 행복나눔의집 앞에서 홈리스 추모제 분향소가 차려져 올해 사망한 홈리스들을 추모했다. ⓒ 조정훈

 
"당신을 기억합니다."

차가운 거리에서, 쪽방에서, 아무도 찾지 않는 어두운 병실에서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사망한 홈리스들을 추모하는 '2020 홈리스 추모제'가 21일 오후 대구 중구 북성로 행복나눔의집 앞에서 열렸다.

'홈리스 추모제'는 지난 2001년부터 해마다 12월 동짓날을 정해 대구경상감염공원에서 열렸으나 올해에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추모제는 없애고 누구나 와서 추모할 수 있는 분향소만 운영했다.

분향소 인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이어 나오면서 추모객들은 줄었으나 거리에 나온 이들은 먼저 간 동료들이 부디 좋은 곳에서 행복한 삶을 살 것을 기원했다.

분향소를 찾은 한 노인은 "너무나 쓸쓸히 돌아가신 분들을 생각하니 괜한 눈물만 나온다"며 "고생 많았는데 부디 천국에서는 행복한 삶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쪽방상담소와 행복나눔의집, 희망무료진료소는 분향소를 찾은 홈리스들에게 마스크와 영양제, 동지죽을 나눠주었다.
 
a  홈리스 추모제 대신 분향소가 차려진 21일 오후 행복나눔의집 최주희 사회복지사가  떡과 팥죽을 나눠주기 위해 쪽방촌을 찾아가고 있다.

홈리스 추모제 대신 분향소가 차려진 21일 오후 행복나눔의집 최주희 사회복지사가 떡과 팥죽을 나눠주기 위해 쪽방촌을 찾아가고 있다. ⓒ 조정훈

  
또 추모제에 직접 오지 못하는 쪽방 주민들을 위해 마련한 떡과 팥죽을 돌리며 추운 겨울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응원했다.

행복나눔의집에서 근무하는 최주희(28) 사회복지사는 "올해에만 13명의 홈리스들이 대구에서 사망했다"며 "며칠 전 돌아가신 분은 자녀들이 인계하지 않겠다고 밝혀 가슴이 너무 무거웠다"고 말했다.


최씨는 "최근에 인근 교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쪽방에 계신 분들 중에도 확진자와 접촉자가 나왔다"며 "조금 두렵기는 하지만 우리들을 찾아주는 분들이 있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홈리스 추모제 #쪽방 #분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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