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갈 때, 옷 하나 빼더라도 이건 꼭 챙겨야

[서평] 각전 스님의 '인도 네팔 순례기'

등록 2020.12.28 08:37수정 2020.12.28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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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네팔 순례기>(지은이 각전 스님, 펴낸곳 민족사)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해양수산부에 근무하다 궁극적 진리에 대한 갈망을 해소하려로 출가한 각전 스님이 구도의 일환으로 인도와 네팔을 순례한 후 정리한 순례기입니다.
  

<인도 네팔 순례기>(지은이 각전 스님 / 펴낸곳 민족사 / 2020년 12월 10일 / 값 38,000원) ⓒ 민족사

 
관광이 됐건 순례가 됐건 여행은 좋습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여러 날 동안, 정해진 일정에 따라 코스를 함께해야하는 패키지여행은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장시간 함께 지내는 것도 힘들지만 새벽부터 시작되는 빼곡한 일정을 소화하려면 막노동에 버금가는 체력을 소모시키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인도처럼 국토가 넓은 국가로 가며 본전이라도 뽑겠다는 듯 일정을 빼곡하게 잡아 놓은 여행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4시 모닝콜, 5시 30분 공양, 6시 출발 일정이다. 5시 15분에 나가니 벌써 공양 중이다. 아침 공양을 간단하게 하고 호텔 밖으로 나가니 일출 전의 신비한 푸른 하늘이 빨갛게 물들어 있다. 단지 5분간 펼쳐진 아침 하늘의 퍼포먼스였다. 2년 전에 왔을 때에도 쿠시나가르 일몰이 아름다웠던 기억이 난다. - 518쪽
 
여행을 기념할 정도의 사진을 찍는 거야 크게 상관없지만 어떤 목적을 두고 사진을 찍는 것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힘듭니다. 사진을 찍느라 잠시 멈춰 서 있다 보면 일행은 저만치 앞서 갑니다. 저만치 앞서가고 있는 일행을 따라잡으려면 어쩔 수 없이 숨이 찰 만큼 뛰어야 합니다.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으려면 대열에서 이탈하거나 좀 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찍어야 하니 이 또한 달음질을 하게하니 두세 배 힘들기 마련입니다.

델리에서 시작해 카트만두에서 여정을 맺는 글은 단순한 기행문이 아닙니다. 일기를 쓰듯 기상시간과 소요시간은 물론 역사와 문화, 철학까지를 두루 아우르는 섬세한 기록입니다. 주변 모습을 설명하거나 순례지를 묘사하는 글은 몽타주라도 그릴 수 있을 만큼 입체적입니다.

순례지 처처에 있는 유적 하나하나에 스며있는 역사적 배경, 상징적 의미를 설명하는 내용은 어떤 성분을 분석하고 사이즈를 측정해가며 규명해내는 과학 보고서만큼이나 섬세합니다.
 
이제까지 탑문의 부조들을 개별적으로 서술해 보았다. 이들 부조들을 전체적으로 조망 본다면 종합적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산치 탑문의 부조(총 179점)는 줄거리가 있는 내용도(61점)와 상징적·장엄 요소가 강한 상진도(118점)로 나뉠 수 있다. 내용도는 부처님 일대기, 본생도, 아소카왕도를 포함하고, 상징도는 불佛상징도와 비불非佛상징도로 나뉠 수 있다. - 295쪽
 
순례기로 갈무리 해 놓은 순례 일정 전반을 숨이 차도록 뛰어다니고, 끼니까지 거르며 찍었음을 가늠하게 하는 수백 장의 사진으로 정리하고 있어 시각적이거나 감각적인 이해를 도와줍니다. 사진에 그치지 않고 그림(배치도)으로 그려 보여주고, 하나의 표로 농축 정리해 설명하고 있어 일목요연합니다.
 
또 결혼을 해야 윤회할 수 있는데, 부모가 돌아가시면 아버지는 막내아들이, 어머니는 맏아들이 화장터에서 불을 지펴야 부모가 윤회를 할 수 있다고 하며, 화장이 끝난 후에는 아들이나 외손자가 한 번 이상은 헌수를 하고 제사를 지내 주어야 죽은 망자가 구천에서 헤매지 않고 내세에 갈 수 있다. - 497쪽
 
인도를 다녀온 사람들이 잘 쓴 기행문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책처럼 열정적이고 섬세한 순례기는 흔하지 않을 겁니다. 역사와 문화, 전통과 유래, 정서적 감각까지를 아우르는 폭 넓은 설명과 기록은 인도에 지식을 풍부하게 해주고, 순례지에 대한 이해를 불교에 대한 믿음이나 지식으로 승화시켜 주기에 충분합니다.

불교계 어른이신 무비 스님께서 '인도 갈 때 모름지기 세 번 읽고 가야할 것이고, 옷 하나는 빼고 가더라도 이 책만은 반드시 휴대해야 할 것이다'라고 쓰신 추천사가 결코 헛된 말이 아님을 실감하게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인도 네팔 순례기>(지은이 각전 스님 / 펴낸곳 민족사 / 2020년 12월 10일 / 값 38,000원)

인도 네팔 순례기 - 부처님의 삶, 나의 존귀함을 찾는 길

각전 (지은이),
민족사, 2020


#인도 네팔 순례기 #각전 스님 #민족사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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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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