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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레전드와 E-스포츠의 흥미로웠던 콜라보

[리뷰] KBS 2TV <위캔게임>이 보여준 신선한 시도 돋보여

20.12.27 11:34최종업데이트20.12.2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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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종영한 KBS 2TV <위캔게임>은 올해 지상파 예능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시도 중 하나라고 할만했다. KBS의 첫 게임예능이기도 했던 <위켄게임>은 무한한 잠재력의 대세 콘텐츠로 자리 잡은 K게임과 e스포츠, 그리고 스포츠 레전드들의 이색적 결합을 내세웠다. 그동안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온라인 게임이 세대를 뛰어넘는 '가족 스포츠'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게임을 소재로 한 예능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지만 아무래도 다양한 세대에 걸친 폭넓은 공감대를 얻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온라인 문화와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기성세대에게는 '게임'이라는 문화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도 강하다 보니, 진입장벽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위캔게임>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보편적으로 친숙한 축구와 풋살 등을 소재로 하고, 출연진도 40대 이상의 기성세대 위주로 친구-동료-부부-모자 관계 등 가까운 사이의 인물들을 설정하여, 게임문화에 보다 쉽고 친근하게 접근하는 데 주력했다.

<위캔게임>은 안정환-이을용-백지훈-조원희 등 실제 은퇴한 축구 스타들이 주축이 되어 E축구 대회에 도전하는 'e런 축구는 처음이라'와, 야구선수 홍성흔 부부-딘딘 모자 등이 출연한 '찐가족오락관' 2개의 코너로 구성됐다. 특히 'e런축구'는 축구스타들이 실제 자신의 게임 속 캐릭터를 직접 조종하여 e풋살대회에 도전한다는 흥미로운 콘셉트로 화제를 모았다.

2002 한일월드컵 4강신화의 주역인 안정환과 이을용은 설명이 필요없는 한국축구의 전설이지만, 온라인 게임과는 거리가 먼 전형적인 '겜알못' 세대다. 팀원으로 합류한 '젊은 피' 백지훈과 조원희도 막상 실력으로는 큰 차이가 없었다. 실제 축구에서는 달인인 전설들이 온라인 축구에서 기본적인 키보드 조작법도 몰라 본의아니게 헛발질을 연발하며 큰 점수차로 대패하고 서로를 탓하기에 바쁜 허당스러운 모습들은 큰 웃음을 안겼다.

국가대표라도 낯설고 새로운 게임분야에서는 일반인과 다를 게 없지만, 오히려 그래서 자연스럽고 친근한 모습을 담아낼 수 있었다. 물론 운동선수들다운 승부욕은 어디가지 않아서 3개월 동안 좌충우돌하면서도 조금씩 e축구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전문적인 축구스타들이 현역시절 포지션에 맞게 가상의 e축구에서도 동일한 플레이스타일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것은, 이 프로그램이 기존 e스포츠를 다룬 예능보다 좀더 차별화된 리얼리티를 제공했다. 안정환은 최고의 테크니션 공격수 출신답게 게임에서도 자신의 화려한 '안느턴'과 골결정력을 선보였고, 백지훈은 정확한 패스능력, 이을용과 조원희는 수비와 헌신적인 활동량이 돋보이며 축구팬들에게 현역 시절의 향수를 떠올리게 했다.

반면 현역 때의 단점까지도 그대로 재현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웃음을 유발하는 순간도 있었다. 주장을 맡은 안정환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몸싸움 능력 때문에 자신의 게임속 캐릭터가 '휴지컬(휴지+피지컬)'이라고 놀림을 당하자 발끈하기도 했다. 경기중에는 결정적인 슈팅 타이밍에 쓸데없이 개인기를 부리다가 수비에게 공을 빼앗겨서 득점찬스를 놓치는 모습도 현역 시절의 안정환과 흡사했다.

'을용타' 이을용은 게임 조작이 가장 서툰 탓에 방송 내내 동료들과 상대팀에게까지 가장 자주 놀림을 당하는 만만한 캐릭터가 됐다. 상대적으로 선배들에게 비하여 명성이 떨어지는 조원희와 백지훈은 게임속 본인 캐릭터들의 능력치도 유독 안습하게 구현되어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이들의 현역 시절을 기억하고 있는 축구팬들에게는 자연스럽게 과거의 추억까지 소환시키며 미소를 머금게 했던 대목이다.

최종미션이었던 '월드 e-스포츠 대회' 스페셜 매치에 '이길 수 있을까'라는 팀명으로 출전한 안정환 팀은 4개팀중 3위에 그쳐 아쉽게 결승진출에는 실패했다. 안정환 팀은 첫 경기에서 '포항스틸러스'팀을 잡으며 선전했으나 '지니어스'와의 2차전 완패, 'K리그 레전드'와는 3차전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며 조 2위까지 주어지는 결승 티켓은 잡지 못했다.

김기동 감독-강상우-고영준-오범석 등이 출전한 포항 팀이 지니어스를 꺾고 최종우승을 차지하며 대회를 마무리지었다. 각 팀들이 물고물리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던 최종회는 그야말로 실제 축구나 월드컵 못지않은 박진감 넘치는 승부와 편집으로 호평을 받았다.

지니어스팀을 제외하면 모두 축구인들로 구성된 각 팀 멤버들은 저마다 e풋살에서도 예상보다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다. 현역 선수와 감독-은퇴 선수에 이르기까지 세대와 계급장을 떼고 경쟁심을 불태우면서도 즐겁게 어울리는 모습은 대회 성적과 상관없이 e스포츠만이 가능한 매력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찐가족오락관'도 스포츠스타들의 활약상이 돋보였다. 유일하게 두 번이나 출연한 야구선수 홍성흔 부부는 첫 에피소드에서는 게임을 매개로 가족들이 화목하게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호평을 얻었고, 두 번째 출연에서는 야구인 후배인 박용근-채리나 커플과 풀빌라 숙박권을 두고 양보없는 치열한 명승부를 펼쳤다. 원래 쇼맨십이 뛰어나고 방송출연 경험도 풍부한 홍성흔 부부의 적극적인 활약상이 있었기에 '찐가족오락관'의 취지와도 가장 잘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비록 비주류 시간대에 편성되어 낮은 시청률이 아쉽기는 했지만 <위캔게임>은 실패한 기획으로 치부하거나, 겨우 한번의 시즌으로 평가하기에는 약간 아쉬운 아이템이다. 올해에는 기존의 장수 관찰예능이나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정도를 제외하면 방송가에서 새로운 시도가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위캔게임>이 보여준 신선한 시도는 더 돋보인다.

<위 캔 게임>은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시대'에 더 적합한 게임문화의 특성을 잘 살린 기획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스포츠나 스포테이너들을 활용한 콜라보를 시도했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기존의 문법과는 다른 새로운 '예능 버라이어티로의 확장 가능성'까지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한 가정 내에서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e스포츠가 성별과 세대를 떠나 훌륭한 여가 문화이자 소통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것은 <위캔게임>이 남긴 중요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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