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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빠지면 동료들 집중력도 빠져나가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에게 생긴 이상한 징크스

20.12.28 13:26최종업데이트20.12.2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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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에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보다 더 큰 우연이나 기묘한 일들이 잘 일어나는가보다. 우리 축구팬들이 생각하는 특별한 선수와 그 선수가 뛰고 있는 팀을 더 주목하기 때문에 그런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선수가 손흥민이고 그의 소속 팀 토트넘 홋스퍼일까? 이번에도 믿기 힘든 데자뷔가 떠올랐다.

조제 모리뉴 감독이 이끌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가 한국 시각으로 28일 오전 4시 15분 몰리누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0-202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5라운드 울버햄튼 원더러스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1-1로 비겼다. 이번에도 극장골을 내주며 다 잡은 승점 3점을 날려버린 것이라 토트넘으로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토트넘 홋스퍼의 허약한 뒷심

한국 축구의 희망이자 유럽 최고의 공격수 반열에 오른 손흥민이 토트넘 홋스퍼 유니폼을 입고 100번째 골을 노리고 있다. 딱 1골만 더 넣으면 이 멋진 기록을 세우기에 그를 응원하는 많은 축구팬들이 오늘도 새벽잠을 설쳤다.

그런데 아홉수가 손흥민의 발목을 붙잡는 듯 보였다. 아니, 손흥민보다 팀 전체가 심각한 아홉수에 걸린 듯 다 잡은 게임을 또 한 번 놓치고 말았다. 이번에도 극장 동점골을 얻어맞고 주저앉은 것이다.

이 게임 시작 후 1분만에 어웨이 팀 토트넘이 기분 좋은 골을 먼저 넣었다. 손흥민이 오른발로 올린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흐른 공을 벤 데이비스가 밀어줬고 울버햄튼 페널티 에어리어 반원 부근에서 기다리고 있던 탕귀 은돔벨레가 오른발로 찬 공이 골문 빈 곳으로 빨려들어갔다.

이른 시간 골을 넣은 토트넘 홋스퍼는 속된 말로 첫 끗발만 좋았다. 축구 게임에서 추가골 기회를 살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또 한 번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게임 흐름이었다. 

토트넘은 공 점유율에서 홈 팀 울버햄튼 선수들에게 54.8%로 끌려다닌 것은 물론 유효 숫 기록에서도 두 배(울버햄튼 6개, 토트넘 3개) 차이로 밀렸다. 볼 터치 횟수(울버햄튼 746회, 토트넘 644회)와 패스 숫자(울버햄튼 542개, 토트넘 466개)로도 울버햄튼 원더러스가 게임 흐름을 틀어쥐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록은 그렇다고 쳐도 실리 측면에서 토트넘 홋스퍼로서는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게임이었다. 85분까지 1-0으로 앞서나갔으나 뒷심이 모자라 승점 2점을 날려버린 것이다. 86분에 코너킥 세트 피스로 뼈아픈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손흥민 교체 아웃, 데자뷔...

어웨이 팀 토트넘 홋스퍼로서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자꾸만 떠오른 게임이었다. 더구나 골잡이 해리 케인과 함께 팀의 에이스로 우뚝 서 있는 손흥민이 교체 아웃되고 몇 분 지나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라 토트넘 홋스퍼 선수들로서는 허탈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84분에 조제 모리뉴 감독은 에릭 라멜라를 들여보내며 손흥민을 불러들였다. 게임 내내 측면 수비에 가담하느라 지친 손흥민을 배려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2분 뒤에 뼈아픈 동점골을 얻어맞았다. 

이렇게 날아간 승점들이 이번 시즌만 해도 손가락 모두를 합쳐야 할 정도로 많았다는 것이 놀랍다. 지난 17일 안필드에서 벌어진 리버풀 FC와의 프리미어리그 선두 싸움에서도 87분에 손흥민이 교체 아웃되고 3분 뒤에 결승골을 얻어맞았다. 오늘 게임 동점골처럼 코너킥 세트 피스였다는 사실을 곱씹어보면 뒷심, 집중력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지난 시즌 기록 말고 이번 시즌만 해도 토트넘 홋스퍼는 모두 여섯 게임이나 극장골을 얻어맞으며 승점이 산산조각났다. 리버풀에게 패한 게임 빼고 다섯 게임은 모두 승점 3점을 온전히 따낼 수 있었던 게임이라 말할 수 있다.

가장 충격적인 결과는 지난 10월 19일 벌어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프리미어리그 홈 게임이었다. 1골 1도움 활약을 펼친 손흥민을 80분에 벤치로 불러들였다. 그 때까지 게임 스코어는 3-0이었다. 누가 봐도 승점 3점은 온전히 토트넘 홋스퍼의 몫이었다. 

하지만 묘한 축구장의 기운은 토트넘 홋스퍼 선수들의 집중력을 흔들어 놓았다. 손흥민이 빠진 뒤 내리 세 골을 얻어맞으며 비긴 것이다. 이번 시즌 토트넘 홋스퍼의 심각한 뒷심 부족 현상이 나타난 여섯 게임 중 절반은 후반전 추가 시간에 모두 동점골을 내줬다. 추가 시간 이전에 골을 내주고 게임을 그르친 나머지 세 게임 실점 시간도 평균을 내보니 85분이었다. 여섯 게임 마지막 실점 시간 평균이 '89.8분'으로 나왔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현대 축구 게임에서 추가 시간에 놀라운 일들이 많이 벌어지기는 하지만 손흥민과 토트넘 홋스퍼의 이토록 기이한 징크스는 결코 간과할 일이 아니다. 빅 클럽 지도 경험과 빅 게임 경험이 적잖은 조세 무리뉴 감독 입장에서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 1위 리버풀보다 한동안 위에 있으면서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전망도 나올 정도로 잘 나가던 토트넘 홋스퍼의 현재 순위는 5위다. 유로파리그 게임 빼고 다섯 게임에서 얻을 수 있었던 승점이 13점, 실제로 얻은 승점은 4점을 계산해 보면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토트넘 홋스퍼는 이제 풀럼 FC를 만나는 프리미어리그 16라운드 올해 마지막 게임을 준비한다.

2020-202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5라운드 결과(28일 오전 4시 15분, 몰리누 스타디움)

울버햄튼 원더러스 1-1 토트넘 홋스퍼 [득점 : 로맹 사이스(86분,도움-페드루 네투) / 탕귀 은돔벨레(1분,도움-벤 데이비스)]

토트넘 홋스퍼의 뒷심 부족과 손흥민 교체 아웃 시간 일람
2020년 9월 27일 프리미어리그 ★ 토트넘 홋스퍼 1-1 뉴캐슬 유나이티드
- 손흥민 46분 교체 아웃 / 90+7분 페널티킥 동점골 허용

2020년 10월 19일 프리미어리그 ★ 토트넘 홋스퍼 3-3 웨스트횀 유나이티드
- 손흥민 80분 교체 아웃 / 90+4분 동점골 허용

2020년 12월 4일 UEFA 유로파리그 ★ LASK 린츠 3-3 토트넘 홋스퍼
- 손흥민 82분 교체 아웃 / 90+3분 동점골 허용

2020년 12월 13일 프리미어리그 ★ 크리스탈 팰리스 1-1 토트넘 홋스퍼
- 손흥민 풀 타임 / 81분 동점골 허용

2020년 12월 17일 프리미어리그 ★ 리버풀 2-1 토트넘 홋스퍼
- 손흥민 87분 교체 아웃 / 90분 결승골 허용

2020년 12월 28일 프리미어리그 ★ 울버햄튼 원더러스 1-1 토트넘 홋스퍼
- 손흥민 82분 교체 아웃 / 84분 동점골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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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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