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하는 올드팝 여행

빙 크로스비, 냇 킹 콜을 아시나요?

등록 2020.12.30 09:29수정 2020.12.3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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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dreaming of a white Christmas"로 시작하는 팝송, 바로 화이트 크리스마스( White christmas)이다.


캐럴이 울려 퍼지는 연말이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노래 중 하나지만, 난 이 곡을 부른 가수가 누구인지 몰랐다. 솔직히 그리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저 오래 된 노래겠거니 싶었다.

며칠 전, 엄마가 이 팝송을 핸드폰으로 듣고 있었다. 한 번 듣고 또 한 번 재생하면서, 엄마가 나에게 물었다.

"이 사람 목소리 좋지? "

뭔가 느끼한 것도 같았지만, "응, 그러네"라며 건성으로 답했다.

"옛날에 엄마 젊었을 때 이 레코드판 사느라 종로까지 갔었어. 재킷 사진이 산타클로스 빨간 모자를 쓴 모습이었던 것 같은데…"


왠지 그 가수가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연예인이라면 외국 가수, 배우를 포함해서 별로 관심이 없는 엄마였다. 그런 엄마가 좋아해서 일부러 앨범까지 구매하려 했던 가수라고? 누구지? 호기심이 생겼다.

"이름이 뭔데?"
"빙 크로스비"

이름도 특이했다. 빙이란 이름은 왠지 만화 속 캐릭터의 이름 같기도 했다. 엄마가 보고 있던 핸드폰을 함께 보기 시작했다. 화면에는 영화 속에서 그가 노래를 부르고 있는 장면이 재생되고 있었다.

알고 보니, 엄마 친구들의 단톡방에서 엄마의 제일 친한 친구 한 분이 보내주신 영상이었다. 얼른 핸드폰으로 그에 대하여 검색해 보았다. 

1903년에 태어나 1977년에 세상을 떠난 그는 영화배우이자 가수이다. '빙'이라는 이름은 역시 그의 본명이 아니었고, 만화의 캐릭터에서 따온 별명이었다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을 만큼 연기에 뛰어났고, 음반 판매량도 엄청났다고 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포함하여 영화에서 부른 노래 중 네 곡이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했다고 하니 여러모로 인정받은 가수였다.

영화 <홀리데이 인>(1942)에서 처음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불렀고 이후 <화이트 크리스마스>(1954)에서 다시 불렀다고 한다. 그에 대해 찾은 정보를 엄마에게 말해주며, 앨범 재킷도 함께 보았다.

"아, 이거 맞아. 산타 모자 쓴 이 앨범이 엄마가 사러 갔던 거였어. 큰 레코드 가게가 아니면 구하기 힘들어서 종로까지 갔었지. 목소리 참 부드럽고 좋지?"

옛 추억을 이야기하는 엄마의 표정이 마치 소녀 시절로 돌아간 듯 행복해 보였다.

"참, 냇 킹 콜은 아니?"
"뭐?"

한 번에 알아들을 수도 없는 희한하게 들리는 이름이었다.

"냇 킹 콜이라는 가수가 있는데 딸도 가수야. 부녀가 같이 부른 노래가 있어."

언뜻 무언가 생각났다. 언젠가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 비슷한 일화를 본 것 같아서였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방송장면 ⓒ MBC

 
1992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나탈리 콜이 이미 고인이 된 아버지 냇 킹 콜의 영상과 함께 듀엣으로 노래하는 무대를 펼쳐 감동을 선사했다는 노래는 바로 'Unforgettable'이었다.

냇 킹 콜(1919~1965)이 1951년 발표한 노래였으나, 그 이후에 태어난 나에게도 익숙할 만큼 유명한 아름다운 곡이었다. 이제는 딸인 나탈리 콜(1950~2015) 역시 고인이 되어 이들의 목소리는 과거 영상을 통해 들을 수밖에 없어 안타까웠다.

냇 킹 콜은 미국의 전설적인 가수였다. 부드러운 음색으로 감미로운 사랑 노래를 불렀고, 재즈 밴드를 이끄는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다. <냇 킹 콜 쇼>(The Nat King Cole Show)라는 텔레비전 쇼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활동하기도 했는데, 이는 미국 내 흑인이 진행한 최초의 버라이어티쇼였다고 한다.

냇 킹 콜의 다른 곡들을 찾아 듣다가, 익숙한 노래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엘 오 브이 이(L-O-V-E)>(1964)였다. 

L is for the way you look at me
O is for the only one i see
V is very, very extraordinary
E is even more than anyone that you adore can

밝고 경쾌한 이 곡은 지금까지도 널리 불리는 유명한 노래지만, 나는 역시 원곡 가수를 몰랐었다.

2001년 영국 BBC는 '세기의 목소리(Voices of the century)'를 선정했는데, 20세기에 가장 인기 있었던 가수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 중 3위가 냇 킹 콜, 5위가 빙 크로스비였으니 이들이 대중음악사에 얼마나 영향력 있는 목소리였는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프랭크 시나트라가 1위, 엘비스 프레슬리가 2위를 차지했고, 6위가 존 레논, 10위는 프레디 머큐리 순이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사랑한 좋은 노래의 가수를 알게 된 것도 신기했지만, 엄마가 좋아하는 목소리, 가수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더욱 좋았다. 나와 가깝고 나에게 소중한, 사랑하는 사람의 관심사는 늘 관심이 간다. 생각해보면, 어릴 때는 더욱 그것이 궁금했었다.

"엄마는 누가 좋아?"
"엄마는 뭐 하는 거 좋아해? 뭐 하고 싶어?"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뭐야?"

엄마가 좋아하는 것은 왠지 좋아보였고, 원래는 내가 싫었던 것이라도 좋아지기도 했다. 지금은 엄마와 내가 많이 다른 사람임을 알았고 취향도 별로 겹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엄마가 좋아하는 가수와 노래를 알게 됐다는 것이 기뻤다.

혼자 들었다면 별 생각 없이 지나쳤을 음악을 엄마와 함께 듣는 것도 재미있었다.
엄마와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또 다른 소재가 생긴 것 같아 그 역시 좋았다. 얼마 남지 않은 연말, 엄마와 이렇게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 행복하다.
#올드팝 #올드팝송 #빙 크로스비 #냇 킹 콜 #나탈리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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