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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각오해야" 일본 혐한파가 '윤석열'을 보는 시각

전 주한일본대사 기고문에 묻어난 일본 보수파의 '희망사항'

등록 2020.12.30 10:36수정 2020.12.3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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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문 대통령과 윤 총장의 모습. 2020.12.16 ⓒ 연합뉴스


일본인들은 문재인 정권을 주시하고 있다. 이전 정권들과 많이 다른 데다가 특히 일본에 대한 태도가 많이 달라서 더욱 더 예의주시한다. 윤석열 사태 역시, 문재인 정권의 운명과 연관 지어 세심히 관찰하고 있다.

검찰총장의 일본식 표현은 검사총장(겐지소초)이다. 한국에서도 미군정 초기까지는 이 명칭이 쓰였다. 요즘 일본 언론에서는 '윤석열 검사총장'이 자주 등장한다. 일본 언론들은 한국 검사총장이 문재인 정권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28일 경제 뉴스인 <재팬비즈니스프레스(JBpress)>에 실린 기고문(https://jbpress.ismedia.jp/articles/-/63454)에도 그런 관심이 반영됐다.

'검사총장과의 대결에서 열세인 문재인, 이젠 국민 속일 수 없어(検事総長との対決で劣勢の文在寅、もう国民欺けない)'라는 기고문의 작성자는 전 주한일본대사인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다. 이명박 정권 때 2년간 주한대사로 근무했던 전직 외교관이다.

1948년 생으로 외무성 아시아국 북동아시아과장과 주한일본대사관 참사관(1993년)을 역임하고 호주와 쿠웨이트에서 대사를 지낸 뒤 2010년 8월 5일 한국에 부임한 그는 한국어가 가능한 흔치 않은 외교관이었다. 북동아시아과장과 주한대사관 참사관과 주한대사를 거친 데다가 한국어도 가능했으니 한국통이라고 할 만한 인물이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혐한류 서적을 펴내 한국 언론들의 주목을 받았다. 저서인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좋았다(韓国人に生まれなくてよかった)>에서 그가 문재인을 '최악의 대통령'으로 평가했다는 점이 2017년 한국 언론에서 보도됐다.

혐한류 출간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2019년에는 <문재인이라는 재앙(文在寅という災厄)>, 2020년 3월에는 <문재인의 모략, 모두 간파했다(文在寅の謀略 すべて見抜いた)>를 출간했다. 이 외에도 남북한에 관한 책들을 단독 혹은 공저로 출간했다.

무토 마사토시는 외교관 출신의 한국통인 데다가 혐한류 분위기에 편승하고 있다. 그래서 그가 쓴 글은 내용의 맞고 틀림을 떠나 일본 보수파가 한국 정세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반영하는 하나의 참고물이 될 수 있다.


일본 보수의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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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재팬비즈니스프레스>에 실린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일본대사의 글. '혐한파''가 윤석열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잘 나타낸다. ⓒ 화면갈무리

  
위의 <JBpress> 기고문에서 무토는 윤석열 사태의 본질을 '문재인 정권 대 검찰'의 대결로 이해했다. 기고문 첫 문장에서 "문 정권과 윤석열 검사총장이 이끄는 검찰의 대립"이란 표현을 썼다. 단순히 '추미애 대 윤석열' 혹은 '문재인 대 윤석열'로만 이해하지 않고 '정권 대 검찰' 구도라는 관점도 함께 곁들이고 있는 것이다.

무토는 이 대결의 발단을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선제공격에서 찾는다. 추미애 장관이 윤석열 총장의 권한을 건드린 것이 화근이 됐다고 인식하고 있다. 무토는 "검찰개혁을 위해 문재인씨가 법무부에 보낸 추미애 장관에 의한 윤 검사총장의 인사권 박탈이라는 수사 방해에서 시작했다"고 진단한다.

무토는 '정권 대 검찰'이라는 전체적 관점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 대립의 발단에 대해서는 협소한 시야를 갖고 있다. 윤석열 사태가 문재인 정권의 검찰개혁 과정에서 빚어진 진통이라는 점을 배제한 채 추미애의 수사지휘권 행사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고 있다.

그는 추미애의 선제공격에 대한 윤석열의 반격이 대결을 절정에 이르게 했다고 말한다. "윤 검사총장이 조용한 저항을 보이며, 월성 원전의 경제성 평가 같은 정권 인사들(원문 표현은 '정권 간부')에 대한 수사가 계속된 까닭에, 추 장관은 윤 검사총장에 대한 직접적인 지휘권을 행사하고 검사징계위원회에 의한 처분으로 발전했다"고 정리한다.

그런데 양자의 대결이 절정에 달하는 과정에서 추미애가 탈락하고 문재인이 자리를 메우면서 문재인이 윤석열과의 대결 전면에 서게 됐다고 무토는 인식한다. 그의 말은 이렇다.

"추 장관에 의한 윤 총장 징계의 움직임이 선명하게 되자, 처음에는 관전자로 통했던 문재인 대통령도 이 싸움에 뛰어들었다. 추 장관이 사의 표명과 함께 대통령에게 '윤 검사총장의 정직 2개월'이라는 징계 청구를 행하자,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다. 그것으로써 결국 문 대통령 자신이 윤 총장과의 대립의 전면에 서게 됐다."

무토는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면충돌하면서 '대결극 제1막'이 '제2막'으로 이행했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이 충돌은 문재인 대통령의 권위 실추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그는 문 정권이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원인을 검찰개혁에서 찾는다. "문재인 대통령에 의한 검찰개혁의 속내는 정권 인사들에 의한 부정(不正)의 은폐다"라면서 "국민들은 이미 그것을 파악했다"고 말한다.

문 정권이 검찰개혁을 표방한 것은 검찰 수사로부터 정권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며, 국민들은 그런 속내를 이미 파악했다는 것이 무토의 주장이다. 그래서 윤석열과의 대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권위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문재인이 2017년 대선 당시에도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고 지금의 검찰개혁을 추동하는 원동력이 촛불 시민들이라는 점을 배제한 채 오로지 문 정권의 권력욕만을 거론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희망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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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0월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리는 국회 법사위의 국정감사에 출석하기 위해 국회 본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무토는 문 대통령이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검찰개혁을 계속 추진하면 레임덕에 빠지게 될 거라고 경고한다. "문 대통령이 지금까지 했던 대로 억지로 진행되게 되면 그것은 지지율의 한층 더한 저하 및 레임덕의 진행과 표리일체가 될 것임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윤석열에 대한 징계가 정지됨에 따라 대통령의 권위가 상처를 입은 것은 사실이다. 이것이 레임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문재인 대 윤석열' 구도는 대통령 문재인의 위신을 깎아내리는 측면도 있지만, 임기 말년의 문 대통령이 검찰개혁 쟁점의 한가운데에 계속 남도록 만드는 효과도 있다. 검찰개혁과 관련된 쟁점은 기본적으로 문재인에게 유리하다. 문재인에게 유리한 쟁점이 '문재인 대 윤석열' 구도를 통해 계속 유지된다면, 이는 레임덕을 가속화하기보다는 오히려 제어하는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다른 쟁점 때문이라면 몰라도 검찰개혁 쟁점 때문에 문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은 그래서 타당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무토의 분석은 희망사항을 담은 것일 뿐이다.

무토는 법원 판결로 힘을 얻은 윤석열이 정권에 대한 수사를 한층 강화할 것이며 문재인 대 윤석열 구도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대 검찰청' 구도로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윤석열이 이제는 공수처와의 대결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는 이 대결에서 공수처가 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제까지 검찰이 행사해온 수사 정보를 공수처가 전면적으로 다루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라고 물음표를 던진다. 신생 기구인 공수처가 언제 역량을 구축해서 윤석열의 남은 임기 동안 검찰과 맞설 수 있겠는가 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윤석열이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대통령 대 검찰총장의 대립은 단순히 검찰 수사권을 어느 쪽이 잡느냐라는 권한쟁의"였다고 규정한 그는 "그것이 앞으로는 차기 대통령선거를 노리는 대립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하지만 윤석열의 대권 가도에 장애물이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윤 총장은 정치 경험이 없어서 야당의 전면적인 백업 없이는 정계로 나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윤석열의 핵심 기반은 검찰 조직이다. 그가 퇴임하면 그 조직은 더는 그의 조직이 아닐 뿐 아니라 2022년 대선에서는 더욱 더 사용할 수 없다. 그 조직을 대선에 활용하려면 그들 전원을 변호사로 전업시켜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무토의 눈에는 국민의힘이 도와주지 않으면 윤석열이 지금의 대결을 2022년 대선으로 연결시키기 힘들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무토는 윤석열의 또 다른 정치적 약점으로 그가 속내를 드러내기 힘든 입장이라는 점을 언급한다. "윤 총장이 차기 대통령에 대한 의욕을 보이게 되면 '지금까지의 대통령과의 싸움은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것이었다는 말인가'라는 것이 되어 윤 총장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멀어지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전반적으로, 무토의 기고문은 윤석열을 응원하고 문재인 정권의 패배를 기원하는 내용이다. 방점은 '윤석열 응원'이 아니라 '문 정권 패배'에 찍혀 있다. 그리고 검찰개혁이 한국민의 뜻을 반영한 것이 아니기를 희망하는 정서가 묻어 있다. 내용의 맞고 틀림을 떠나 지금의 한국 정세를 바라보는 혐한파 혹은 극우파의 정서에 상당부분 부응하는 글이다.
#윤석열 #문재인 #검찰개혁 #무토 마사토시 #혐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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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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