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차별확대 퇴직금 철회하고 DB형으로 전환하라"

학교비정규직노조 서울지부장·사무처장 15일째 단식농성

등록 2020.12.30 11:58수정 2020.12.30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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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교육감 약속 이행 촉구 서울지역 시민사회·노동단체 기자회견 29일 서울지역·시민사회단체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서울지부·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 단식농성장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조희연 교육감에게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중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장 김진억 신임 당선자가 노동단체를 대표해 발언하는 장면 ⓒ 위정량

 
29일 서울지역 시민사회·노동단체는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아래 학교비정규직노조) 서울시지부 조순옥 지부장과 최은정 사무처장 무기한 단식농성을 15일째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 확대 퇴직연금안 철회' 및 '퇴직연금제 전환'을 요구하며 조희연 교육감에게 약속이행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교육단체를 대표해 발언에 나선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아래 전국평학)' 박은경 상임대표는 "(조희연) 교육감이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시교육청은 17개 시·도교육청 최초로 「초등학교 교육과정 연계 노동인권 지도자료」를 개발해 24일부터 관내 초등학교에 배포한다. 2018년 고등학교·2019년 중학교 지도자료에 이어 초등학교 교육과정 연계 노동인권 지도자료가 학교 현장에서 적극 활용돼 교원중심 노동인권교육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점을 언급하며 말문을 열었다.

박 상임대표는 "2015년 천막을 치고 읍소했다. 그땐 조희연 교육감 살리기에 나선 여기 계신 학교비정규직노동자 동지들이 낮에는 '그래도 진보교육감이니 살려보자'고 응원 피켓을, 저녁에는 '교섭해달라'는 피켓을 들었다. 그땐 우리가 살리고 죽이고 뭐 이런 일이 있냐며 웃을 때였다. 우리가 열심히 살려내면 교육감도 흔쾌히 교섭할 것이라는 희망이라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러나 2015년과 2020년 달라진 점은 해마다 비정규직 동지들이 이 맘 때 삭발·단식으로 목숨을 내놓아야 했다. 그린스마트니 미래교육이니 (온갖 좋은) 단어는 다 갖다 붙이면서 노동문제는 최악으로 취급하는 서울교육청"이라 일갈하며 "단체교섭·노조할 권리는 다 읽어 봤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초등학생들부터 노동인권 교육 환영한다. 간절히 바라는 바였다. 눈으로 머리로 몸으로 배는 노동인권은 정말 필요했다. 그렇지만 사용자인 교육감이 학생들에게 노동인권 교육한다고 자랑하면서 교육청 앞에서 이중 논리를 펴는 이 현실을 교육감은 과연 뭐라 말할 것인가"라고 거듭 반문했다.

끝으로 박은경 상임대표는 "부끄러워해야 한다. 우리 학부모들은 머리와 행동이 다른 교육을 원치 않는다. 지금 당장 떳떳하게 나와 교섭하시라. 우리 학생들에게 앞뒤 다른 교육이 아닌 제대로 된 교육감 모습을 보여 달라. 퇴직연금 DC전환 예산 타령하는 교육청은 각성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당사자 발언에 나선 학교비정규직노조 서울지부 최은정 사무처장은 "올해 들어 가장 추운 한파가 있던 날 학교비정규직노조 서울지부 사무처장인 저는 퇴직금 DB 전환을 위해 단식에 돌입했고 오늘로 15일차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해 15일 단식으로 퇴직금 DB전환 합의안을 이끌어 낸 지부장님을 대신해 단식을 결심했으나 암 수술까지 한 지부장님이 결국엔 어제부터 단식을 시작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작년과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요구사항으로 똑같이 단식하고 있다. 달라진 것은 단식하는 사람과 단식 일수 차이"라며 "오늘 지도부는 교육감비서실장을 면담한다. 그 면담에서 극적으로 해결안이 나온다면 지난해와  단식일수도 같을 수 있겠다"고 했다.

최 사무처장은 "조희연교육감은 재선되면서 정책협약에서도 퇴직연금 개선을 약속했고 여러 자리에서 노동자들 노후자금인 퇴직금의 소중함을 스스로 말해왔다"고 강조하고 "하지만 교육감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지금 여기 이렇게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은 크리스마스 연휴에도 가족과 함께 하지도 못한 채 단식·노숙농성을 하며 이 자리에 서 있다. 연말도 가족과 떨어져 차디찬 아스팔트에 있어야 하는가. 이런 우리들의 모습이 학교비정규직 현실을 말해 주는 것"이라 탄식했다.

그는 "우리가 요구하는 건 약속을 지키라고 말하고 싶을 뿐. 제발 약속을 지키라"면서 "전국 평균은 하겠다는 진보교육감에게 바란다. 단체교섭 대상자가 아닌 신규자들의 퇴직금으로 우리의 발목을 더 이상 잡지 말아 달라. 선택권 없이 강요된 나쁜 퇴직금 제도를 빨리 개선하라. 전국에서 유일하게 퇴직금 DC가 77%가 넘는 서울시교육청은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퇴직금 DB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끝으로 최 사무처장은 "학교비정규직노조 서울지부는 단식해 쓰러질지언정 포기하지 않고 반드시 퇴직금 투쟁을 승리할 것"이라고 결의했다.

두 번째 당사자 발언에 나선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 임미현 사무국장은 "노동자가 일한 기간만큼 매월 일정 금액을 적립해 퇴직할 때 목돈으로 받는 것이 퇴직금이라는 것은 임금 노동자라면 모두 안다"며 "퇴직연금제도 도입 당시 마치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면 퇴직금마저 받지 못할 것처럼 우리를 모아 놓고 '비정규직 급여가 얼마 되지 않으니 수익률이 좋을 수 있다' 정도의 설명이 다였다. 그 당시 우리는 퇴직연금 명칭이 DC였는지도 몰랐고 마지막에 비정규직노동자로서 위험하지 않는 곳에 안전하게 적립해 두는 것으로 해 달라 한 것이 이렇게 빼도 박도 못하는 눈덩어리 손해를 보게 될 줄 몰랐다"고 탄식했다.

그는 "노조에 가입해 설명을 들으니 학교는 매년 퇴직금을 정산해 금융회사에 적립하면 급여가 인상돼도 그 차액을 보장하지 않아도 되고 금융회사는 DC형 운영율과 수수료가 좋기 때문에 학교와 금융회사는 은행이자율을 홍보하며 DC형으로 많이 유도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공공기관인 학교가 도산할 일도 없고 임금피크제를 악용하는 사기업처럼 퇴직 시점에 월급이 낮아져서 DC가 유리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고 폭로했다.

또한 임 사무국장은 "2015년 근무하고 있던 학교에서 동료들 동의를 받아 그 당시 학교보안관까지 설득해 학교행정실에 제출하려고 했으나 행정실 방해로 더 이상 진행을 하지 못했다. 우리 학교 상황이었지만 그 이후 조합원들은 계속해서 학교단위별로 DB전환 투쟁을 전개했고 변경동의 절차를 밟아 교육청에 문의하면 해주지 말라는 식으로 교육청과 학교 간 담합이 이루어져 가고 있던 상황이었다"고 재차 폭로했다.

이어 그는 "2015년부터 임금교섭에서 다투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도 행정편의와 비용절감을 위해 담합하는 교육청과 맞서 싸우기 위해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 손해를 강요하는 DC 대신 안정적이고 처우개선이 반영되는 DB 제도로 전환하는 대응을 조직하기 시작했다"며 "이후에도 임금교섭에서 계속해서 다뤘으나 교육청은 수용불가였다"고 그간의 경위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퇴직금은 1년 일해서 한 달 월급 적립해 노후대책 마련하는 내 임금이다. 지나가는 시민들도 DC나 DB가 무엇인지 설명해 드리면 다들 투쟁해야겠다고 동의한다. 내 임금 적립을 내 맘대로도 선택하지 못하게 하는 교육청은 인권말살집단 아니냐"고 분개했다.

그는 "2019년 잠정합의를 물거품으로 만들고 사기를 친 서울시교육청을 향해 다시 투쟁의 깃발을 높이 들었다. 더 이상은 손해 볼 수 없다. 회의에서 설득도 해보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소리쳐 가며 지금에 이르렀다"며 "무엇보다 우리를 비정규직이라고 그만큼 만족하라고 하는 교육 관료들 앞에 우리는 분노와 단결된 모습으로 맞서는 투쟁 말고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라며 서울지역 시민사회·노동단체에 호소했다.

임 사무국장은 "조순옥 지부장 단식 일자가 두 자리로 들어서는 날 늦은 밤 농성장에서 귀가해 보니 우리 나쁜 사장님 연하장이 도착해 있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우리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서울교육은 교육격차와 갈등의 골을 메우고...' 더 이상 읽을 수가 없었다. 분노가 솟구쳤다. 이제는 전면전 뿐"이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조순옥 지부장 체력이 점점 고갈되어 가는 것이 너무나 죄송할 뿐"이라며 "한 가정의 아내이며 어머니인 조순옥지부장 식구들 걱정이야 얼마나 깊으겠는가. 또 집의 가족들은 몇 일이면 집에 들어오겠지...끝은 있는 걸까...속상하고 염려될 것이다. 게다가 지부장은 치명적인 지병으로 코로나 기저질환자이시면서도 단식을 시작했다. 저희들이 하겠다고 해도 결행했다. 못 말린 것이 한스럽다"고 토로했다.

끝으로 노동단체를 대표해 발언에 나선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장 김진억 신임 당선자는 "교육청은 퇴직연금 수정안으로 DB형과 DC형 혼용을 내세워 노동자 간 차별과 갈등을 부추겼다. 차별을 없애자는데 기존공무직원은 DB형이고 신규공무직원은 DC형이라는 게 말이 되는 것인가. 노동존중 가치에 대한 몰염치에서 나온 오로지 비용 절감이라는 사용자 논리가 발현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규정했다.

김진억 본부장은 "교육청에 묻는다. 차별축소를 위해 정규직과의 복리후생 차별 해소 요구가 잘못된 것인가. 가뜩이나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와 차별이 크다. 이를 줄이거나 더 이상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복리후생이라도 차별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사측은 한때 임금동결을 운운했다는 것에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결국 전국적으로 학교비정규직(교육공무직원) 노동자 투쟁이 격렬해지고 사회적 비난에 직면해서야 시도교육청들은 12월 23일에 진전된 안을 제출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간의 과정을 보면 교육청이 노동존중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민주진보교육감이 맞나 회의가 들기도 한다. 원래 그렇지 않은데 집단교섭에 의한 단합구조가 작동된 것인? 더 이상은 방치할 수 없기에 이제 지역과 시민사회가 나서고자 한다"고 했다.

김진억 본부장은 "서울시교육청은 사태 해결에 나서라. 조희연 교육감이 직접 나서라. 민주진보교육감답게 당사자와 숙의를 통해 조속히 합의안을 도출할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 최대 쟁점인 퇴직연금제도 개선에 합의를 이루길 간곡히 요청드린다. 우리 지역과 시민사회는 이 과정을 지켜볼 것이며 진전이 없을 시 더 확대된 대응에 나설 것임을 밝힌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기자회견 전문이다.

서울교육청은 노동자의 절박한 목소리에 응답하라!
차별확대 퇴직연금안 철회하고 DB형으로 전환하라!

지금 서울시교육청 앞은 학교비정규직(교육공무직원) 노동자 절규가 넘쳐나고 있다. 퇴직연금 제도 개선을 둘러싼 서울교육청과 학교비정규직(교육공무직원) 노동자 간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49일째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조순옥 서울지부장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최은정 사무처장은 무기한 단식농성을 15일째 진행하고 있다. 특히 조순옥 서울지부장의 경우는 건강이 매우 안 좋은 상태이다. 이를 더 이상 외면, 방치할 수 없기에 지역·사회단체가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나셨다.

무엇이 문제인가? 노동자라면 누구나 보장받아야 할 퇴직연금 제도개선, 선택권을 요구한 것이 무리한 것인가? 교육청은 퇴직연금 DB 전환을 요구한 당사자들에게 과도한 비용 부담을 이야기하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서울교육공무직원 퇴직연금제도개선 연구보고서'를 들이밀고 있지만 퇴직적립금을 운용함으로서 발생하게 될 수익률을 '0'으로 적용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근거들을 내세우고 있다.

더욱이 교육청은 수정안으로 DB형과 DC형 혼용을 내세워 노동자 간 차별과 갈등을 부추기기도 하였다. 차별을 없애자는데 기존 공무직원은 DB형이고 신입 공무직원은 DC형이라는 게 말이 되는가? 노동존중 가치에 대한 몰염치에서 나온 오로지 비용 절감이라는 사용자 논리가 발현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조희연 교육감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퇴직연금제도 개선은 서울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가 지난 수년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고 조희연 교육감이 약속한 사안이다. 2019년에는 제도 개선을 위한 특별기구까지 구성했으나 결국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누구의 책임인가? 그간의 과정을 보면 서울시교육청이 노동존중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민주진보교육감이 맞나 회의가 들기도 한다. 무엇이 문제인가? 예산인가? 예산을 핑케로 되는 것은 이미 DB형을 시행하고 있는 타 시·도에 비해 퇴직예산을 적게 적립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결국 노동존중 감수성 없음, 의지 없음이 문제인 것이다. 수년째 약속이행을 거부하고 있는 서울시교육청과 조희연 교육감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다.

서울지역단체와 사회단체는 요구한다. 이제라도 서울시교육청이 사태 해결에 나서라. 지금 당장 조희연 교육감이 직접 나서라. 약속을 지켜라. 민주진보교육감답게 학교비정규직(교육공무직원) 당사자와 숙의를 통해 조속히 합의안을 도출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지역과 시민사회는 이를 지켜볼 것이며 연내 해결을 미루고 계속 파국으로 치달을 시 이에 대한 책임을 분명하게 물을 것이다. 직접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다. 노동존중 가치를 외면하는 민주진보교육감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던질 것이다. 다시 한번 학교비정규직(교육공무직원) 노동자의 절박한 외침을 외면하지 말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

                                   2020년 12월 29일    

        교육공무직원(학교비정규직)노동자 문제 해결을 바라는 지역단체

강동희망키움네트워크, 강동청소년노동교육활동가모임 '폴짝', 강동노동인권센터, 강서양천 청소년노동인권 활동가모임 '다움', 강서양천민중의집, 공동체미디어 용산FM, 광진주민연대, 구로구들짱, 구로영등포청소년노동인권모임 꿈틀, 노원희망자람네트워크, 동자동 사랑방. 도깨비방망이지역아동센터, 사)마포공동체경제 모아, 사회진보연대, 새로하나, 서울노동광장, 성동광진뚝섬넷,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광진주민연대, 송파아동청소년네트워크, 송파시민연대, 사단법인 희망씨, 우리동네노동권찾기, 송송(송파 청소년 노동인권 활동가 모임), 성북청소년문화의집,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성북교육복지센터, 성북작은도서관네트워크, 마음복지관, 성북나눔연대, 즐거운교육상상, 인디학교, 용산이들썩들썩, 용산시민연대, 용산노동센터 직영촉구시민모임,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광진지회, 작은도서관 고래이야기, 희망연대노동조합,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함께심는교회, 행동하는지역공동체 동서울시민의힘, 꼼지락노동인권센터(44개 지역 사회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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