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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불가' 세터 이고은, 도로공사 연패탈출 견인

[프로배구] 5일 인삼공사전 15디그와 40세트 성공 맹활약, 도로공사 4위 도약

21.01.06 09:34최종업데이트21.01.0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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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공사가 4일 만에 재개된 V리그 첫 경기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챙겼다.

김종민 감독이 이끄는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는 5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KGC인삼공사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1-25,25-17,25-20,25-14)로 승리했다. 지난 1일 중계팀의 코로나19 양성판정으로 3,4일 경기가 연기 됐던 V리그는 선수와 관계자 전원이 검사결과 음성판정을 받으면서 5일 시즌 재개를 결정했다. 도로공사는 시즌 재개 후 첫 경기에서 승점 3점을 챙기며 4위로 뛰어 올랐다(승점20점).

도로공사는 외국인 선수 켈시 페인이 47.83%의 성공률로 23득점을 올렸고 박정아가 22득점, 배유나가 10득점, 정대영과 문정원이 나란히 6득점을 기록했다. 이날 도로공사는 '쌍포' 켈시와 박정아가 정확히 46회씩 공격을 시도하며 똑같이 31.94%의 공격 점유율로 이상적인 공격빈도를 선보였다. 이는 두 선수에게 공을 정확히 배분하고 수비에서도 크게 기여한 이고은 세터의 활약 덕분이었다.

작은 키 때문에 번번이 트레이드 카드로 쓰인 이고은 세터
 

이고은은 작은 신장의 약점 때문에 프로 데뷔 후 7년 동안 한 번도 풀타임 주전 세터로 활약하지 못했다. ⓒ 한국배구연맹

 
국제대회를 보면 평균신장이 큰 유럽이나 남미의 강 팀에서 유난히 키가 작은 세터가 190cm가 넘는 장신 공격수들에게 토스를 올리며 공격을 진두 지휘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키가 작은 세터는 전위에 있을 때 상대 공격수의 집중 공략대상이 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그 팀의 약점이 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신체조건이 좋은 세터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2000년대 중반 여자배구 최고의 세터였던 강혜미가 은퇴한 후 한국 여자배구는 비슷한 또래의 김사니(IBK기업은행 알토스 코치)와 이숙자(KBS N SPORTS 해설위원),이효희(도로공사 코치)가 차기 주전세터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였다. 저마다 세터로서 장단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2012년 런던올림픽을 비롯해 주요 국제대회에서 주전으로 활약했던 선수는 182cm의 좋은 신체조건을 가진 김사니 세터였다.

이는 이숙자와 김사니, 이효희의 시대가 저문 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표팀을 이끌었던 감독들은 여러 세터들을 국제대회에서 활용했지만 2019년부터 한국 대표팀을 맡은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의 낙점을 받은 선수는 179cm의 신장을 가진 이다영 세터(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였다. 현재도 안예림(도로공사,182cm), 박혜진(흥국생명,177cm) 등 신체조건이 좋은 세터들은 각 구단에서 상위 순번에 지명을 받아 성장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인삼공사의 하효림 세터와 함께 프로에서 활약하고 있는 세터들 중 가장 신장(170cm)이 작은 도로공사의 이고은 세터는 대단히 불리한 조건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도로공사에 입단한 이고은은 프로 2년 차 시즌 도로공사가 이효희 세터를 영입하면서 주전 경쟁의 기회조차 없었다. 이효희 세터가 대표팀으로 자리를 비우면 컵대회 등에 출전하며 경험을 쌓았을 뿐이다.

그렇게 도로공사의 백업 세터로 활약하던 이고은은 2015-2016 시즌이 끝나고 트레이드를 통해 기업은행으로 이적했다. 기업은행에서도 대선배 김사니가 있어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하지 못했지만 2016-2017 시즌엔 김사니를 도와 챔프전 우승에 일조했다. 2017-2018 시즌 슬럼프를 겪던 염혜선(인삼공사) 대신 주전 출전 비중을 늘린 이고은은 2018년 6월 또 한 번의 트레이드를 통해 GS칼텍스 KIXX로 팀을 옮겼다.

15개 디그 기록, 리베로급 수비력을 가진 세터
 

이고은은 3번의 트레이드 끝에 4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와 드디어 풀타임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 한국배구연맹

 
이고은은 GS칼텍스에서도 신예 안혜진과 출전 시간을 나누며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적 첫 시즌에는 무릎부상으로 시즌 초반 결장하면서 22경기 출전에 그쳤다. 하지만 2019-2020 시즌에는 27경기에서 세트당 7.77개의 세트를 기록하며 5.11개에 머문 안혜진을 능가하는 활약을 펼쳤다. 2018-2019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은 이고은은 연봉 1억6000만원에 GS칼텍스와 계약하며 팀에 대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2019-2020 시즌이 끝난 후 도로공사는 과거 이고은의 사수(?)이자 V리그 최고령 선수였던 이효희 세터가 현역 생활을 마감하며 세터 자리에 구멍이 뚫렸다. 이에 도로공사는 2016년 팀을 떠나 4년 동안 많은 경험을 쌓은 이고은 세터를 다시 불러 들였다. 도로공사는 이고은 영입을 위해 '조커' 유서연과 유망주 이원정 세터를 GS칼텍스에 내줬지만 도로공사에게 당장 필요했던 선수는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해 줄 이고은 세터였다.

프로에서 7시즌을 보낸 이고은 세터는 신장이 작아 블로킹에서는 분명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 선수다. 하지만 뛰어난 순발력을 앞세운 수비 능력은 6개 구단 주전 세터 중 단연 최고로 꼽힌다. 실제로 이고은은 이번 시즌 세트당 평균 3.68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디그 부문에서 리그 7위에 올라 있다. 세트당 3개 이상의 디그를 기록하고 있는 세터도, 디그 부문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세터도 리그에서 이고은 한 명 뿐이다.

5일 인삼공사전은 수비형(?) 세터 이고은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된 경기였다. 이고은은 4세트 후반 블로킹 강화를 위해 하혜진과 한 차례 교체된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풀타임을 소화하며 켈시, 박정아에게 고르게 공을 배분하면서 무려 15개의 디그를 기록했다. 이는 경기 내내 수비만 하는 임명옥 세터(20개)보다 5개가 적은 숫자였고 리그에서 가장 수비를 잘하는 날개 공격수인 문정원(8개)보다는 7개나 많은 숫자였다.

주전 의존도가 높은 도로공사는 모든 주전 선수가 부상을 당하면 안되겠지만 이고은 역시 대안이 없는 세터다. 프로 2년 차를 맞는 백업세터 안예림은 이번 시즌 세트 점유율이 1.71%에 불과하다. 점유율 74.76%의 이고은은 물론 토스를 거의 하지 않는 박정아(1.96%)보다도 적다. 물론 더 많은 승리를 위해 과감하게 몸을 날리는 것도 좋지만 도로공사는 남은 시즌 동안 '대체불가' 주전세터 이고은의 부상방지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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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도드람 2020-2021 V리그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이고은 풀타임 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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