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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없는 시상식 '십오야 어워즈'... 재미만큼은 대상감

[TV 리뷰] 나영석 PD표 숏폼 예능 결산... 연예대상보다 알찬 10분짜리 행사

21.01.09 12:39최종업데이트21.01.09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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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채널 십오야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의 한 장면. 2020년 자체 숏폼 예능을 결산하는 시상식으로 꾸며졌다. ⓒ CJ ENM

 
지난해에도 일명 '나영석 사단'은 여전히 케이블 예능의 인기를 주도했다. <삼시세끼>, <신서유기> 등 시즌제 프로그램을 성공리에 진행시켰고 TV와 유튜브(채널 십오야) 방영을 병행하는 숏폼 예능들로 새로운 제작 기법을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라끼남>, <마포멋쟁이>, <나홀로 이식당> 등 기존 <신서유기> 세계관 및 멤버들을 확장시킨 10여분짜리 숏폼 예능은 타 방송사에서도 따라할 만큼 유행 선구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담당하고 있다.  

이에 채널 십오야는 2020년 한해를 정리하는 의미로 자체 시상식을 마련해 스스로를 격려하고 이를 하나의 재미난 방영분으로 공개하기에 이른다.  이곳 역시 지난해말 코로나 여파로 인한 사옥 폐쇄 여파 속 결방이 빚어진 탓에 해를 넘겨 8일이 되서야 시상식 내용을 소개하게 되었다.   현재 매주 금요일 인기리에 방영중인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의 10화를 할애한 '2020 십오야 어워즈'는 <신서유기> 시리즈와 관련된 내용 답게 촬영 역시 이와 병행해서 이뤄졌다. 간단히 말해 <신서유기> 최종회와 <어깨춤> 10화 촬영이 함께 진행된 것이다.  

'신서유기8' 뒤풀이와 동시에 진행된 시상식​
 

지난 8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채널 십오야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의 한 장면. 2020년 자체 숏폼 예능을 결산하는 시상식으로 꾸며졌다. ⓒ CJ ENM

 
​<신서유기> 제작진이 퇴근함과 동시에 대기중이던 <어깨춤> 제작진이 등장해 자체 시상식을 촬영하는 등 기존 나PD표 예능 다운 전개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만든다.  감동상, 열혈구독자상, 공로상, 그리고 대상 등 나름의 기준과 원칙을 두고 총 4개 부문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기에 이른다.   

스스로 "대상 후보에서 자진 사퇴하겠다"라는 강호동은 그렇게 내뱉었던 말과 달리 수상에 욕심을 내는가 하면 <어깨춤>의 주인공 규현 역시 본인의 프로그램에서 이뤄지는 촬영이니 만큼 대상에 대한 꿈을 드러낸다.  하지만 제작진 스스로 "근본 없는 시상식"이라고 명명했듯이 각 부분은 예능 답게 유쾌한 방식으로 상이 수여된다.  

강호동은 첫번째 시상 부문인 감동상을 수상했지만 부상으로 "이 편지는 영국에서 시작되어..."라는 내용이 담긴 행운의 편지가 담겨있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치열한 경합 속에 가위바위보로 열혈구독자상을 받은 은지원 역시 나영석 PD의 친필 사인이 부상으로 제공되자 이를 맹열히 비난하면서 시상식 분위기를 색다르게 이끌어나간다. 

3~4시간 짜리 연예대상 보다 알찬 10분짜리 시상식​
 

지난 8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채널 십오야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의 한 장면. 2020년 자체 숏폼 예능을 결산하는 시상식으로 꾸며졌다. ⓒ CJ ENM

 
이날 자체 행사의 최고 영예인 대상은 주방장, 카운터, 서빙 등 1인 다역으로 촬영에 임했던 <나홀로 이식당> 이수근에게 수여되었다.  역시 나PD의 친필로 무성의하게 작성된 상장이 함께 전달되면서 2020년을 마감하는 <십오야 어워즈>는 나름 훈훈하게 막을 내린다. 

케이블 혹은 유튜브의 영향력이 그 어느때 이상 높아진 요즘이지만 여전히 방송 관련 시상식은 지상파 TV만의 전유물 처럼 활용되고 있다. 대중들에 대한 파급력이나 화제성 측면에서 좋은 성과를 얻고 있는 매체들로선 이를 축하할 만한 자리가 없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   

비록 매주 유튜브에 업로드되는 콘텐츠의 일환이자 <어깨춤> 내용 중 하나로 가볍게 마련된 방영분이었지만 이 10분짜리 시상식은 지난해 자신들의 발자취를 기념하는 기회로 마련했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를 지녔다.   지상파 고정 예능이 없기에 연말 축제의 무대 밖에 놓여진 인물들이라지만 여전히 국내 예능계에서 꾸준히 활동중인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 등은 다른 예능인들 못잖게 맹활약중 아니던가.

​수십명 씩 후보자와 수상자를 배출하는 3~4시간 짜리 지루한 지상파 시상식보다 단 10분 방영에 불과한 <십오야 어워즈>가 예능의 재미를 극대화 시킨다는 건 마치 지금의 케이블+유튜브 예능이 지상파 TV를 향한 나름의 자신감 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시즌제 운영을 통한 적절한 숨고르기, 기존 세계관에 기반을 둔 숏폼 예능 제작으로 추가 콘텐츠 확보 등 각종 방영 수단에 맞게끔 운영을 병행하면서 <신서유기>로 대표되는 나 PD 표 예능은 어느새 요즘 예능의 기준점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저 뜨거운 물에 면만 집어넣었을 뿐인데..."라는 강호동의 말처럼 별다른 의미 없이 가볍게 시작했던 행동은 마치 꼬리에 꼬리를 물듯이 새로운 예능 제작으로 연결되었고 이는 2020년 예능계를 웃음으로 풍성하게 채워줄 수 있었다.  그저 재미로 만든 자체 뒷풀이 행사였지만 <십오야 어워즈>는 <신서유기> 속 예능인들을 칭찬함과 동시에 2021년에도 열심히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지난 8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채널 십오야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의 한 장면. 2020년 자체 숏폼 예능을 결산하는 시상식으로 꾸며졌다. ⓒ CJ ENM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나영석 강호동 신서유기 숏폼예능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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