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로웨이스트는 처음인데요> 책표지
판미동
<제로 웨이스트는 처음인데요>의 저자 소일은 환경단체에서 일하고 있으며 스스로를 '윤리적 최소주의자'로 명명한다. 언뜻 딱딱해 보일 수 있지만 우리에게도 익숙한 '미니멀리스트'를 한글로 옮긴 것이며 여기에 사람과 사회, 환경에 해를 덜 끼치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저자는 화장품은 물론, 샴푸와 치약도 사용하지 않으며 화장실에서는 휴지 대신 소창을 쓴다고 한다. 갖고 있는 사계절 옷은 총 29벌. 수명이 다해 못 입게 된 옷은 손수건이나 에코백을 만든다. 과일은 영양도 챙기고 쓰레기도 줄일 겸 가급적 껍질째 먹는다는데, 사과는 물론 참외와 귤까지 포함된다.
비닐 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정도는 이 앞에서 명함도 내밀지 못하겠다. 하지만 그녀는 거듭 말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실천하는 것으로 의미가 있다고 말이다. 또한 사람은 살아가는 한 쓰레기를 만들 수밖에 없기에 원대한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삶의 태도를 전환'하자고 말한다.
"물건을 보고 소비 욕구를 키우는 게 아니라, 물건의 기능부터 생각하면 무분별한 쇼핑의 노예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나의 필요에 적확한 제품만을 찾아 쓰는 사람이 된다. 그러다 보면 점점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변모하기도 한다. (…) 이렇게 직접 만들거나 고쳐 쓰는 능력을 갖추면 쓰레기를 배출하는 일이 점점 줄어든다." (19쪽)
저자는 제로웨이스트가 '그리 간단치 않은 문제'라고 인정한다.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할 수 없는 게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환경을 위해 더 비싼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망설여질 수 있고, 가끔은 친환경적으로 재배한 수입산과 환경에 관한 언급이 없는 국내산 먹거리 중 무엇이 나을지 혼란을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소비와 사용, 처분, 나아가 생산에도 책임감을 갖게 되었다는 말에 깊은 공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 역시 한없이 어설픈데도 불구하고 비건을 지향하고 또 밝히게 된 것에는 그런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작게 시작할 것을 권하는 동시에 은근슬쩍 큰 꿈을 내보인다.
"작은 실천들이 모이면 분명히 변화는 찾아온다. 세계를 바꾸기는 힘들지만 나는 바꿀 수 있다. 내가 바뀌면 세상도 바뀐다." (250쪽)

▲ 며칠 전 고등어 한 점을 먹었다.
pixabay
나는 비건을 지향하며 저자의 말을 소박하게 실감한 바 있다. 가령, 가족들이 모처럼 모이는 날엔 여전히 식탁 위에 고기가 올라오지만 그 총소비량은 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이는 분명 나 한 명이 먹지 않는 것 이상의 변화다. 또한 고기를 먹는 것이 점점 꺼려진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거시적인 세상까지는 몰라도, 적어도 내 자신과 나를 직접적으로 둘러싸고 있는 작은 세상은 변할 수 있음을 체감한다. 그러니 꼭 비건이나 제로웨이스트가 아니더라도, 내가 옳다고 느끼는 것을 실천하려는 마음가짐에 집중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저자 말마따나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책의 부제는 '하루에 하나씩, 나와 지구를 살리는 작은 습관'이다. 이에 충실하게 지금 바로 해볼 수 있는 실질적인 정보들이 가득 담겨 있다. 수작업을 좋아한다면 이면지로 전통 제본 방식의 공책을 제작할 수도 있고, 명절이 지나고 나면 이내 버려지는 보자기의 다양한 활용법도 얻어갈 수 있다.
환경이 걱정되지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막막한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나는 집 안 구석구석 방치되어 있던 손수건들을 찾았고 휴지 대신 늘 소지할 생각이다. 내 자신이 완벽하지 않으며 나 하나로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무력감은 접어둔다. 내가 믿는 대로 실천한다는 것, 그 자체로 의미 있으니.
제로 웨이스트는 처음인데요 - 하루에 하나씩, 나와 지구를 살리는 작은 습관
소일 (지은이),
판미동,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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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 세 점이 준 죄책감... 그래도 계속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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