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읽고 과학으로 살펴보는 불교

[서평] <불교와 양자역학>

등록 2021.01.30 14:11수정 2021.01.3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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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어머니는 성모마리아라고 했습니다. 성모마리아는 동정녀라고 했습니다. 결혼을 해야만 아이를 낳는 것으로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말도 안 되는 얘기였습니다. 황당했습니다. 결혼도 안 한 동정녀가 아이를 낳는 게 생물학적으로 가능한 이야기냐고 되물었습니다.

석가모니가 마야 부인 옆구리에서 태어나자마자 일곱 걸음을 걸으며 천상천하유아독존을 외쳤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그게 과학적으로 가능한 얘기냐고 되물었습니다. 사람이 옆구리에서 태어난다는 것도 그렇고, 태어나자마자 일곱 걸음을 걸으며 소리를 외쳤다는 게 너무도 뻔한 거짓말로 들렸기 때문입니다.


종교를 과학으로 확인하려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과학으로 입증할 수도, 입증 되지도 않는 게 종교라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종교뿐 아니라 신화나 설화로 전해지는 이야기 중에는 과학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것들이 꽤 많습니다.

<불교와 양자역학>
  

<불교와 양자역학>(지은이 빅 맨스필드 ·옮긴이 이중표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21년 1월 22일 / 값 20,000원) ⓒ 불광출판사

 
<불교와 양자역학>(지은이 빅 맨스필드 ·옮긴이 이중표, 펴낸곳 불광출판사)은 미국 콜게이트대학교에서 36년 동안 물리학, 천문학, 양자역학 등을 가르친 빅 맨스필드 교수가 불교 교리 중 핵심 내용인 공, 자비 등이 양자역학을 위시한 현대과학과 어떤 상호 연관성이 있는지를 설명한 책입니다.

불교 교리는 기원전 6세기, 2600년 전쯤 정립되었습니다. 이에 반해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은 20세기에 정립된 현대과학 이론입니다. 불교는 실험을 전제하지도 않고, 증명도 요구하지 않는 종교입니다. 이에 반해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은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과학자들이 증명하고 검증해가며 정립한 과학이론입니다.

불교 교리와 과학이론을 단순 비교하거나 대입하는 것은 동정녀가 아이를 낳았다는 걸 생물학적으로 증명하려는 것만큼이나 엉뚱한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종교적 표현에 함축돼 있는 의미와 상관성, 유사성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사고는 유연해지고 시야는 넓어질 것입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자. 분노는 자비의 적이기 때문에 불교는 그 주제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한다. 과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분노는 혈압이나 맥박, 뇌파 등의 변화를 수량화 하고 측정할 수 있는 생리학적이고 심리학적인 많은 요소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분노는 불교도와 과학자들이 함께 토론하기 비교적 쉬운 주제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059쪽-
 
공(空)의 원리는 그것이 전통적인 중관사상의 논증에서 나온 것이든, 아니면 양자역학의 이해에서 나온 것이든 "당신이 있기 때문에 내가 있다"라는 고대 남아프리카의 우분투(Ubuntu) 정신과 깊이 동조한다. 나의 진정한 존재는 당신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 입자건 사람이건 고립적이거나 독립적인 존재는 없다. 우리는 스스로 존재하는 개인들이라기보다는, 다른 사람, 공동체, 그리고 커다란 환경과 우리와의 상호 연결의 표현이다. 그래서 결국은 여러분이 아프면 내가 아프고, 여러분이 행복해야 내가 행복해진다. -178쪽-
 
언뜻 보기에 입자와 사람은 단순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입자와 입자의 관계나 상대성을 통해 사람과 사람의 관계나 상대성을 유추하거나 이해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할 것입니다.

불교 교리를 과학적 용어만으로 견줘 보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하지만 의미로 함축돼 있는 상관성이나 결과적인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불교 교리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게 전혀 불가능하거나 엉뚱한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종교로 읽는 불교 교리는 뜬구름처럼 너무 커 그 실상을 확인할 수도 없고 입증할 수도 없습니다. 과학으로 읽는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은 실생활에서는 실감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섬세합니다. 하지만 불교교리를 통해 보는 과학, 과학을 통해 투시해 보는 불교 교리는 결과와 원인, 상관관계에 포함되어 있는 의미가 서로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불교 교리는 결코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없는 비과학적 서술이 아니라 현대 과학으로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덧붙이는 글 <불교와 양자역학>(지은이 빅 맨스필드 ·옮긴이 이중표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21년 1월 22일 / 값 20,000원)
#불교와 양자역학 #이중표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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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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