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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승 못하는 전자랜드, 올해도 아쉬운 뒷심

[프로농구] 시즌 초반 선전했지만... 현재 5할 승률 기록하며 6위로 내려앉아

21.02.03 10:50최종업데이트21.02.0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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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남자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와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의 경기. 1쿼터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한계를 넘는다는 게 이렇게 힘들다.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는 올시즌을 끝으로 역사속으로 사라질 운명이다. 모기업이 농구단 운영을 포기하기로 결정하면서 올해 5월 31일을 끝으로 전자랜드라는 이름은 프로농구에서 사라진다. 새로운 인수기업을 찾아야하는 선수단 입장에서는 올시즌 좋은 성적과 이미지를 통하여 프로농구단의 가치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유도훈 감독은 '인생을 걸고 뛰겠다'는 결연한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배수의 진이 통했던 것인지 전자랜드는 시즌 초반 중하위권 전력이라는 예상을 뒤집고 기대 이상 선전했다. 창단 첫 개막 4연승을 비롯하여 1라운드를 7승 2패로 마감하며 깜짝 선두권에 등극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팀의 주축이었던 강상재의 입대와 김지완의 이적 공백 속에 전력은 지난 시즌보다 더 약해졌지만, 스타 없이도 국내 선수와 외국인 선수, 베테랑과 영건, 주전과 벤치를 가리지 않고 자기 역할을 해내는 시스템 농구를 앞세워 또 한 번의 언더독 열풍을 일으키는 듯했다.

하지만 전자랜드의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바로 2라운드 들어 6연패를 기록하는 등 2승 7패로 추락하며 초반에 벌어놓은 승수를 다 까먹었다. 시즌의 2/3를 소화한 현재 전자랜드는 36경기에서 18승 18패로 정확히 5할승률을 기록하며 간신히 플레이오프 턱걸이선에 해당하는 6위로 내려앉았다.

아쉬운 것은 뭔가 될듯 될듯 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한계를 넘지 못하는 '도돌이표' 같은 경기력이다. 전자랜드는 최근 몇 년간 시즌 초반에만 반짝했다가 중반 이후 주춤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조기종료된 2019-20시즌에도 초반 선두권을 달리다가 갈수록 내려앉으며 42경기에서 21승 21패 승률 5할로 5위에 그친 것이 올시즌의 흐름과 판박이다.

전자랜드 농구를 대표하는 이미지라면 기복을 빼놓을 수 없다. 이론이나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황당한 해프닝이 유독 자주 일어나는 팀이 전자랜드다.

지난 12월 24일 창원 LG와의 홈경기에서 2연패를 끊어낸 이후로는 5할 승률을 사이에 두고 벌써 한 달이 넘도록 연승도 연패도 없는 '14경기 연속 퐁당퐁당 행진'이라는 진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멀쩡히 경기를 잘하다가 갑자기 어이없는 실책이나 급격한 야투 난조로 순식간에 무너지기도 하고, 반대로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 강팀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는 점이다.

2일 서울 SK전이 좋은 예다. 지난달 31일 창원 LG전에서 81-73으로 승리한 전자랜드는 모처럼 연승을 기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전자랜드는 4쿼터 2분 50초를 남겨두고 에릭 탐슨의 골밑슛으로 73-65, 8점차까지 앞섰다. 일반적인 경기라면 리드하는 쪽이 거의 승기를 굳힐 수 있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거짓말같이 또 전자랜드의 역전패로 끝났다. SK가 2분여간 10점을 몰아넣을 동안 전자랜드는 단 1점도 더 추가하지 못했다. 경기종료 50초전까지도 5점차로 앞서고 있었지만 SK의 적극적인 트랩 디펜스에 볼을 빼앗기며 제대로 공격도 못해보고 연이은 실점을 허용했다. 심지어 종료 2초 전에는 SK 닉 미네라스에게 뼈아픈 역전 위닝샷까지 허용했다. SK에 약간 운이 따라준 측면도 있었지만, 그 이전에 전자랜드가 실수로 자멸한 경기였다.

유도훈 감독은 작전타임을 연달아 사용하며 선수들을 다독였지만 전자랜드는 무언가에 홀린 듯 집중력을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물론 선수들도 실책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두 번도 아니고 마무리를 못해서 잘싸우고도 무너지는 경기가 자꾸 반복되면 선수들도 자신감이 흔들리게 된다. 뼈아픈 역전패와 더불어 전자랜드는 또 한 번 5할 승률이 위협받는 위치에 놓이게 되었고, 바로 한 계단 아래였던 7위 SK에게는 2게임 차이로 추격까지 허용하며 6위 수성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전자랜드가 시간이 갈수록 뒷심 부족을 드러내는 이유는 외국인 선수 문제도 크다. 헨리 심스(14.7점, 7.5리바운드)와 에릭 탐슨(7.9점, 7.9리바운드)은 상대 외국인 선수들과의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SK전에서도 미네라스와 워니가 33점을 합작한 반면, 전자랜드의 외인 듀오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16득점에 그쳤다. 심스는 득점력이 있지만 장신에도 골밑 장악력과 수비가 기대에 못 미치고, 탐슨은 정반대로 수비와 궃은 일에 강하지만 득점력이 아쉽다. 현재 전자랜드의 팀사정상 두 자릿수 득점도 올리지 못하는 외국인 선수를 끝까지 안고 가기는 힘들다.

전자랜드는 유도훈 감독이 부임한 이후 꾸준히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리는 팀으로 발전했지만, 그 이상의 성장을 이루어내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도훈 감독은 "10개팀 중 6팀이나 나갈 수 있는 플레이오프 진출은 대단한 게 아니다"라며 더 큰 목표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전자랜드는 창단 이후 KBL에서 우승을 차지해본 적이 없다. 올시즌이 전자랜드라는 이름으로 정상에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지만, 현실은 올해도 6강 진출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가시밭길이 이어지고 있다. 응원해준 팬들에게 유종의 미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분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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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전자랜드 언더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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