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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비하' 모리 회장, 끝내 사퇴... 도쿄올림픽 '초비상'

올림픽 불과 5개월 앞두고... 사퇴 여론 못 이기고 결국 물러나

21.02.12 06:37최종업데이트21.02.12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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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요시로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의 사임 의사를 보도하는 NHK 갈무리. ⓒ NHK

 
'여성 비하'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모리 요시로(83)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이 끝내 물러나기로 했다.

일본 NHK에 따르면 11일 모리 회장은 사임 의사를 굳히고 조직위위원회 관계자들에게 전달했으며, 후임 인사까지 추천했다.

이로써 도쿄올림픽은 개막을 불과 5개월 앞두고 대회를 총괄하는 조직위원회 수장이 교체되는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모리 회장은 12일 오후 열리는 조직위원회 긴급 합동 회의에서 사임 의사를 표명할 예정이다.  

모리 회장은 지난 3일 일본올림픽위원회(JOC) 평의원회에서 여성 이사 비율을 늘리는 목표에 대해 "여성은 말이 많아 회의가 오래 걸린다", "여성 이사를 늘린다면 발언 시간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등의 여성 비하 발언을 했다. (관련 기사 : 도쿄올림픽 수장의 여성비하... "정말 무식" 세계적 분노로)

그의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며 비난 여론이 일자, 모리 회장은 이튿날 기자회견을 열어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사퇴 요구를 거부하고, 기자들의 질문에도 불쾌감을 드러내며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오히려 더 거센 역풍을 맞았다.

올림픽 개막을 5개월 앞두고 조직위원회 회장을 바꾸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모리 회장을 두둔하며 여론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유력 언론이 일제히 성명과 사설을 통해 모리 회장의 사임을 촉구한 데다가 해외 언론도 이번 사태를 주목하며 모리 회장은 갈수록 궁지에 몰렸다. 

더구나 모리 회장의 발언에 항의하는 도쿄올림픽 자원봉사자와 성화 봉송 주자들의 사퇴가 속출하고, 올림픽 후원사들도 불만의 목소리를 내자 IOC도 입장을 바꿔 "모리 회장의 발언은  완전히 부적절하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망언 제조기' 모리 회장, 또 하나의 '흑역사' 

일본 총리를 지낸 모리 회장은 일본 스포츠 행정을 총괄하는 문부과학상, 일본럭비협회 회장 등을 역임하는 등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진 스포츠 전문가로서 지난 2014년부터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을 맡아왔다.

그러나 정치인 시절에도 "일본은 천황을 중심으로 한 신의 나라", "자녀를 한 명도 낳지 않는 여성에게 국가 세금을 쓰는 것은 의아한 일" 등의 비상식적 발언으로 여러 차례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올림픽 개최지인 도쿄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사임을 만류하는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판단이 너무 늦은 것 같다"라며 "비판 여론이 더 거세지기 전에 사임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 패럴림픽에 일본 남자 육상 대표로 출전하는 이타니 슌스케는 "조직위원회 회장이 다양성을 추구하는 올림픽·패럴림픽의 이념에 반하는 발언을 한 것이 안타깝다"라며 "이번에는 여성 차별에 관한 것이지만, 더 나아가 장애인 차별로 이어질까 걱정된다"라고 지적했다. 

모리 회장의 사퇴를 요구했던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후쿠야마 테츠로 간사장은 "모리 회장의 발언 때문에 일본 사회가 양성평등을 추구하는 노력까지 의심받고 있다"라며 "앞으로 일본이 어떻게 대응해나갈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후임에 가와부치 전 축구협회장 유력... "최선 다하겠다"
 

가와부치 사부로 전 일본축구협회 회장의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직 수락 의사를 전하는 NHK 갈무리. ⓒ NHK

 
모리 회장의 후임으로는 가와부치 사부로(84) 전 일본축구협회 회장이 나서기로 했다. 이날 모리 회장은 사의를 굳힌 뒤 가와부치 전 회장을 직접 만나 후임이 되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축구 국가대표 공격수 출신이자 일본프로축구 'J리그' 출범을 이끌었던 가와부치 전 회장은 기자들에게 "만약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이 된다면 인생의 마지막 중책으로 여기고,성공적인 대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수락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올림픽 개최 여부조차 확실하지 않다"라며 "과학적인 검증을 통해 방역 대책을 마련해서 국민을 납득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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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 국제올림픽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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