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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상간녀와 친구가 된 그녀

[하성태의 사이드뷰] '코로나 19 시대' 설 연휴에 보면 좋을 콘텐츠들

21.02.12 10:29최종업데이트21.02.1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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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선명절'이라니. 줌이니, 각종 영상통화로 세배를 하는 명절이라니. 코로나19가 21세기 설 풍속을 이리 바꿔 놓을지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누군들 세뱃돈이 스마트폰 뱅킹으로 오가는 세상을 기대했겠는가.

물론 그 와중에도 꾸역꾸역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려 고향을 찾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고, 또 누군가는 그렇게 가족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라며 쓸쓸해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또 세상 독한 'K-시월드'와의 전쟁을 벌이며 '가사노동'에 시달리고 있을 며느리도 있을 테고, 또 누군가는 가족을 부양하고 삶을 지탱하기 위해 일터를 지키고 있을 것이다. 많이도 바뀐 것 같지만 또 더디게 바뀌는 세상.

그 중 가장 빠르게 바뀌는 세상이 콘텐츠 생태계일 것이다. 코로나19를 피한 한국영화 화제작들은 극장가에서 실종되다 시피했다. 대신 <백두산>, <반도>, <강철비2: 정상회담>, <#살아있다>, <결백>, <오케이마담> 등 2020년 흥행작들이 지상파 TV를 점령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익 감소를 어떻게든 메우려는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다.

그런 전략이 TV를 떠난 시청자들을 붙잡는 데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시청자들 중 상당수가 가족들이 두런두런 앉아 명절 영화를 시청하는 고전적인 시청 패턴을 포기한 지 오래고, 이번 '랜선명절'이 그런 패턴을 가속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코로나19 시대 설 연휴에 어울리는, 다채로운 플랫폼으로 만나는 맞춤형 콘텐츠들을. 생각하기도 '싫은 연휴 끝, 출근 시작'까지 아직 시간은 많다.

'집콕'하는 집사들 위한 <고양이 집사>(넷플릭스)

배우 임수정의 내레이션을 듣고 있는 것만으로 '귀호강'인데, 본론으로 '눈호강'까지 시켜 준다. 한 번 보곤 도저히 발길을 뗄 수 없는 '길냥이'들이 우리를 유혹한다. <고양이 집사>는 역시나 '집사'인 제작진들이 애정을 가지고 관찰한 '어찌하여 사람들은 '길냥이'들과 사랑에 빠졌는가'를 다룬 '웰메이드' 다큐다.

화면 속 '냥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다큐이자, 인간과 동물, 그리고 공존에 대해 성찰하고 사유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명절 연휴, 남편이 징글맞은 부인들을 위한 <와이우먼 킬>(왓챠 플레이)

 

<와이우먼 킬>(왓챠 플레이) 한 장면. ⓒ CBS All Access

 
누군가 한 명은 분명히 죽였다. 다른 사람도 아닌 자기 남편을 죽였다. 1963년의 아이를 원하는 현모양처 베스, 1984년의 사교계 여왕 시몬, 2019년 똑 부러진 변호사 테일러. 시간을 가로질러 호화로운 주택을 공유하는 이 세 여자 중 분명 범인이 있다.

그런데 남편에게 이들이 실망할수록 이들의 인생도 이상하게 꼬여간다. 남편의 상간녀와 친구가 되고, '절친'의 고등학생 아들과 연애를 즐기고, 다자연애에 빠져든다. 그래서 범인은 누구인가. '미드' <위기의 주부들>의 작가와 영화 <500일의 썸머> 감독이 참여한 작품.

'K-시월드'에서 고군분투 중인 며느리들을 위한 <며느라기>(카카오M)

 

카카오TV 드라마 <며느라기>의 한 장면 ⓒ 카카오TV

 
회당 100만뷰, 누적 조회수 1700만뷰. 카카오TV 오리지널 드라마로 공개된 <며느라기>가 거둔 성적이다. 최초 무료 공개 후 건당 500원의 결제를 통해 시청할 수 있는 이 새로운 형식의 웹 드라마가 이 정도의 반향을 얻은 것은 어떤 의미인가.

추석엔 친정에, 설날엔 시가로 가겠다는 선언을 하는 민사린(박하선)에게 이 시대 2030 며느리들이, 아내들이 '격공'하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는가. '82년생 김지영' 세대의 며느리들에게, 세상의 민사린과 남편 무구영(권율)에게 다독임과 응원을 보내는 이 '진심 공감' 웹툰 원작의 웹드라마는 여러 의미로 2021년을 상징하는 콘텐츠로 남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투덜이'들을 위한 <욕의 품격> (넷플릭스)

참고 싶다. 강렬히 참고 싶다. 그게 좀처럼 쉽지 않다. 더군다나 명절 스트레스가 인내심을 시험한다. 이럴 때 욕이라도 한 번 시원하게 하고 싶다. 이런 분들을 위한 핑계가 여기 있다. 'F**K', 'Sh*t', 'D**k', 'Pu**y', 'B**ch', 'D**n'이란 욕의 탄생과 기원, 그리고 용법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고찰하는 <욕의 품격>은 세상에서 욕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콘텐츠다.

그게 전부 당신 탓이 아니었다. 세상이 원래 그렇게 생겨 먹었던 거다. 서양이나 우리나 그건 매한가지였다. 세상에 그 많은 미시사적 고찰 중 욕의 기원을 탐구하는 다큐라니, 넷플릭스도 참 대단하다. 거기에 오랜만에 만나는 니콜라스 케이지가 특유의 능글맞은 얼굴로 해설을 맞았다. 대신 욕해주는 콘텐츠, 신박하다.

노래방을 참았던 이들을 위한 <보헤미안 랩소디>(13일 sbs 방영)

눈치가 보였다. 게다가 영업시간도 제한됐다. 인생의 낙이 '코인' 노래방에서 목청껏 고음불가에 도전했던 이들은 코로나19 시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얼마나 무시무시했을까. 이런 이들에게 제격이다. <보헤미안 랩소디>와 함께 '집콕' 싱어롱 영화관을 만들어 보자.

지난 2018년 10월 개봉, 흥행 역주행을 통해 994만 관객을 동원, 싱어롱 상영을 유행시켰던 <보헤미안 랩소디>가 퀸과 프레디 머큐리를 '집콕' 영화관으로 소환했다. 누가 아는가. 옆집 사람과, 동네 주민들과 '위 윌 록 유'를 함께 '떼창'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줄.

트럼프와 미국이 한심해 보였던 이들을 위한 <데스 투 2020>(넷플릭스)

지난 한 해가 지독했던 이들은 이렇게 외칠 때다. '즐거웠고 다시는 보지 말자 2020!' 미국인들이 특히 그랬을 거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을 촉발시킨 백인 경찰들의 폭력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 대선에서 부린 뒤끝도 부족해 미 의사당 점거 폭동까지.

<데스 투 2020>은 '영드'에서 '미드'로 거듭난 <블랙미러>의 제작진이 바로 이 격동의 '2020년 미국'을 신랄하게 '뜯고 씹고 맛보는' 페이크 '다큐' 혹은 모큐멘터리다. 더불어 새뮤엘 L. 잭슨, 휴 그랜트 등이 출연, '민주주의 위기'를 맞은 미국(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영국)을 풍자하는 블랙 코미디이기도 하다. 초기 <블랙미러>의 그 씁쓸하기 짝이 없는 신랄함을 잊지 못하는 이들에게 '강추'한다.

'포스트 코로나19' 다룬 EBS 다큐프라임 <포스트 코로나> (EBS 다큐 유튜브 채널)

지상파와 케이블을 통틀어 코로나19에 대한 가장 사려 깊은, 그리고 긴 호흡의 다큐멘터리. 배우 유연석이 진행을 맡은 6부작 다큐로, 코로나19로 인해 변모한 국내 상황과 그에 직격탄을 맞은 노동자들과 약자들을 근심스런 시선으로 어루만지는 한편, 달라진 세계와 코로나 양극화 등의 화두를 깊이 있게, 다각도로 조명한다. 해외홍보문화원이 공동제작 했고, EBS 유튜브 채널 'EBS DocumFentary'에서 전편을 볼 수 있다.

'2020년의 드라마' 혹시 놓친 이들을 위한 <퀸스 갬빗> (넷플릭스)
 

넷플릭스 <퀸스 갬빗> 한 장면. ⓒ 넷플릭스

 
우아하고 기품 있다. 캐릭터의 매력과 드라마의 흡입력을 겸비했다. 기본적으론 천재 소녀의 성장담이지만, 그 안에 승부의 세계는 짜릿하고 1950~60년대란 시대적 배경 위로 전개되는 '인간' 관계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때때로 인간과 인간 관계에 대한 고찰과 공감이 공존한다. 무엇보다, 체스란 소재가 이렇게 매력적일 수 있다니! 

많은 평자들이 2020년의 드라마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비단 넷플릭스란 OTT 플랫폼에 국한된 평가가 아니었다. 배우 안야 테일러 조이를 촉망받는 신예에서 '이 시대의 배우' 반열에 올린 <퀸스 갬빗>은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의 가치를 증명한 7부작 미니시리즈로 '체스'를 소재로 한 가장 대중적인 콘텐츠로 기록될 전망이다.
명절 설연휴 콘텐츠 넷플릭스 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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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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