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모리 회장 사임... 도쿄올림픽 "자원봉사자들, 돌아와달라"

'여성 비하' 발언에 끝내 사임... 직접 후임 지명해 논란

21.02.13 08:28최종업데이트21.02.13 08:28
원고료로 응원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의 공식 사임을 보도하는 NHK 갈무리. ⓒ NHK

 
'여성 비하'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모리 요시로(83) 2020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이 끝내 물러났다.

일본 NHK에 따르면 모리 회장은 12일 열린 조직위위원회 이사·평의원 합동 회의에서 "오늘부로 회장직을 사임하려고 한다"라며 "내가 올림픽 준비에 방해가 되면 안 된다"라고 밝혔다. 

그는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올림픽·패럴림픽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시점에서 회장인 내가 불필요한 말을 했다"라며 "다만 여성을 멸시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자신의 발언이 '노해'(老害·노인의 민폐)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노인도 국가와 세계를 위해 노력해왔다"라며 "그런 지적은 매우 불쾌하다"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자원봉사자 수백 명 '항의 사퇴'... "돌아와달라"

앞서 모리 회장은 지난 3일 일본올림픽위원회(JOC) 평의원회에서 여성 이사 비율을 늘리는 목표에 대해 "여성은 말이 많아 회의가 오래 걸린다", "여성 이사를 늘린다면 발언 시간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등의 발언을 했다가 여성을 비하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모리 회장은 당초 사퇴를 거부했고, 올림픽 개막이 불과 5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일본 정부도 모리 회장을 두둔하고 나섰다.

하지만 일본 언론과 야권은 물론이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 후원사 등이 일제히 모리 회장의 발언을 비판하거나, 올림픽 자원봉사자 740여 명도 항의하는 뜻으로 사퇴하는 등 전방위 압박을 가하면서 결국 사임하고 말았다.

당초 모리 회장을 두둔했다가 후원사들의 불만이 쇄도하자 비판 입장으로 돌아섰던 IOC도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성명을 내고 "모리 회장의 사임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하고, 그렇게 하는 이유를 이해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모리 회장이 올림픽·패럴림픽을 위해 지난 수 년간 기여한 것에 감사를 전한다"라며 "IOC는 도쿄올림픽을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후임 회장과도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림픽 개최지 도쿄도의 고이케 유리코 지사는 모리 회장의 발언에 항의하며 사퇴한 자원봉사자들에게 "꼭 다시 함께하고 싶다"라고 복귀를 호소하기도 했다. 

물의 일으키고 물러나면서... 후임 지명했다가 또 논란 

그러나 모리 회장은 사임 의사를 굳힌 뒤 자신이 직접 후임자를 지명하면서 또 다른 논란을 불렀다. 그는 전날 가와부치 사부로(84) 전 일본축구협회 회장을 만나 조직위원회 회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가와부치 전 회장은 "인생의 마지막 중책으로 여기고, 성공적인 대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수락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모리 회장에게 조직위원회 고문으로 남아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모리 회장이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고 후임자를 지명하면서 '밀실 인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일본 유력 일간지 <요미우리신문>은 "혼란을 초래한 당사자가 밀실에서 후계자를 지명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라며 "후임 회장은 세계의 눈을 의식해 적절한 절차에 근거해 이뤄져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올림픽 후원을 맡은 한 기업 관계자도 "물의를 일으킨 사람이 후임을 지명하는 것이 사회적인 이해를 구할 수 있겠느냐"라며 "최대한 많은 후보자를 놓고 민의를 바탕으로 선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이 직접 후임으로 지명했다가 논란이 된 가와부치 사부로 전 일본축구협회 회장의 NHK 인터뷰 갈무리. ⓒ NHK

 
조직위원회 일각에서는 모리 회장이 여성 비하 발언으로 물러만 만큼, 여성을 차기 회장으로 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직위원회는 모리 회장의 후임을 선정하는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한 관계자는 "후임 회장 선임에 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전혀 없다"라며 "민주적이고 투명한 선임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와부치 전 회장은 일본 축구 국가대표 공격수 출신이자 일본프로축구 'J리그' 출범을 이끈 일본 스포츠계의 원로다. 그러나 평소 극우 성향을 드러내면서 평화와 통합을 추구하는 올림픽 정신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그는 2019년 12월 한국에서 논란이 된 역사서 <반일종족주의>가 나오자 트위터에 "일본으로서 매우 고마운 책"이라며 "당시 (일제의) 한국인에 대한 차별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기에 충분하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논란이 일자 결국 가와부치 전 회장도 거절 의사를 밝혔으며, 현지 언론에서는 여성인 하시모토 세이코 올림픽 담당상이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회견에서 "조직위원회는 독립된 법인이므로 회장 선임을 비롯해 모든 사안을 판단할 것"이라며 "다만 적절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국내외가 납득할 수 있도록 진행할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모리 요시로 가와부치 사부로 도쿄올림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