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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용두사미'... 무리뉴는 지금 악몽을 꾸고 있다

[주장] 위기의 무리뉴호, 3일 사이 우승컵 2개 날려

21.02.14 12:17최종업데이트21.02.14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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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뉴 2년차의 신화는 더 이상 없었다. 주제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 홋스퍼의 하락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토트넘은 14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와의 2020~202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4라운드 경기에서 0-3으로 완패했다. 맨시티(승점 53)는 리그 11연승 행진을 질주하며 선두를 굳건히 지켰고, 토트넘(승점 36)은 10승 6무 7패에 그치며 9위까지 추락했다. 두 팀의 승점차는 무려 17점차까지 벌어졌다.

토트넘은 시즌 초반 손흥민과 해리 케인의 원투펀치를 앞세워 선두권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다. 리그컵(카라바오컵)에서는 결승까지 진출했고 유로파리그(32강)와 잉글랜드 축구협회컵(FA컵,16강)에서도 살아남으며 승승장구했다. 2007-08시즌 리그컵(당시는 칼링컵) 우승을 끝으로 트로피와 인연이 없었던 토트넘으로서는 모처럼 우승에 도전할 절호의 기회로 여겨졌다. 첼시-레알 마리드-인터밀란 등 유럽 명문클럽들을 이끌며 항상 부임 2년차에 우승을 비롯한 최고의 성적을 거뒀던 '무리뉴 감독의 2년차 징크스'가 재조명받기도 했다.

하지만 새해들어 무리뉴호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토트넘은 최근 6경기에서 무려 5패를 당했다. 불과 몇주전까지만해도 올시즌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우승 가능성을 남겨놓았다는게 무리뉴 감독의 위안이었지만, 최근 4일 사이에만 벌써 2개의 우승컵이 벌써 날아갔다.

지난 11일 열린 FA컵 16강전에서는 에버턴과 연장까지 난타전 끝에 4-5로 패하며 올시즌 첫 공식대회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FA컵의 아쉬움이 치유되기도 전에 이번엔 맨시티에게 일격을 당하며 리그 우승의 꿈마저 사실상 멀어졌다. 리그가 15경기만 남겨둔 가운데 17점차는 현실적으로 따라잡기 어려운 격차다.

지난 2019-20시즌 6위에 그치며 4위까지 주어지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놓쳤던 토트넘은, 현재의 순위라면 유로파리그까지 포함한 다음 시즌 유럽클럽대항전 진출권을 아예 놓칠수 있는 위기다. 다행히 한 경기를 더 치른 4위 리버풀(40점)과의 격차는 아직 크지 않아 반등의 가능성은 열려있지만, 최근 토트넘의 경기력과 분위기로는 반전을 기대하기 쉽지않아보인다.

토트넘은 시즌 초반 통했던 무리뉴 감독의 실리축구가 갈수록 한계를 드러내며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기에서 상대에게 중원싸움과 점유율에서 주도권을 내주며 졸전을 거듭하고 있다. 손흥민과 케인의 득점포가 터지지 않는 날은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6경기동안 토트넘이 유일하게 승리했던 웨스트브롬전에서도 손흥민-케인이 나란히 2골을 합작했지만, 나머지 경기에서는 케인이 부상으로 결장하거나 손흥민이 봉쇄당하며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맨시티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양상이었다. 토트넘은 경기 초반부터 맨시티의 강력한 압박과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녔다. 올시즌 첫 맞대결에서 토트넘의 견고한 수비와 손흥민을 앞세운 역습에 일격을 당했던 맨시티지만 두 번은 당하지 않았다. 맨시티는 전반 24분 일카이 귄도간이 얻은 페널티킥을 로드리가 성공시켰고, 후반 4분과 20분에는 귄도간이 직접 멀티골을 터뜨리며 승기를 굳혔다. 맨시티를 상대로 통산 6골을 넣으며 강한 모습을 보였던 손흥민도 동료들의 지원을 받지못하는 상황에서는 할수 있는 것이 없었다.

토트넘에게 맨시티전 완패가 더 찜찜한 이유는 다가오는 4월 26일에 열릴 카라바오컵 결승에서 맨시티를 또다시 만나야하기 때문이다. 리그컵은 토트넘이 올시즌 우승을 노릴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대회로 꼽힌다. 하지만 상대인 맨시티는 2017-2018시즌부터 최근 3년 연속 리그컵 우승을 차지하며 대회 4연패에 도전하고 있는 절대강자다. 토트넘은 이번 리그 경기에서 세르히오 아게로-가브리엘 제주스 등 핵심 공격진이 부상과 부진에 허덕이며 정상전력이 아닌 맨시티를 상대로 베스트멤버를 모두 투입하고도 일방적으로 완패했다.

토트넘의 우승에 도전하는 또다른 대회인 유로파리그는 우승팀에게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전권이라는 혜택도 주어진다. 그러나 유로파리그도 AC밀란-아약스-맨유-아스널 등 챔스 수준에 못지않은 강호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어서 토트넘이 쉽게 우승을 장담할 수 있는 대회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토트넘의 경쟁력 자체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토트넘은 케인과 손흥민에게만 의존하는 단조로운 공격패턴이 이미 상대팀들에게 충분히 분석당한데다, 믿었던 수비에서마저도 최근 심각한 균열을 드러내고 있다. 에버턴과의 FA컵 경기에서 이어 맨시티전까지 2경기 8실점이라는 참사는 무리뉴의 팀과는 어울리지 않는 기록이다.

무리뉴 감독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뒤를 이어 2019년 11월 20일 토트넘의 지휘봉을 잡은 이래 지금까지 공식전 73경기를 치렀고 38승 15무 20패를 기록중이다. 이중 무실점 경기는 19차례에 불과하다. 이는 2003년 이후 무리뉴 감독이 지휘봉을 맡았던 팀중 가장 낮은 클린시트 비율(26%)이다. 또한 리그만 놓고보면 총 25실점으로 전체 6위에 그치고 있다.

무리뉴 감독은 최근 단조로운 전술과 팀성적 부진에 이어 주축 선수들과의 불화설까지 거론되며 사면초가에 몰려있다. 맨시티전에서는 경기가 패색이 짙어지자 그동안 줄곧 외면해왔던 델레 알리와 가레스 베일까지 투입할만큼 다급해진 모습을 보였지만 이미 오랫동안 경기를 제대로 소화하지못하며 실전감각이 떨어진 두 선수는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만일 올시즌 토트넘이 지난해에 이어 리그 톱4 재진입에 실패하거나, 또다시 무관에 그칠 경우 상황은 악화될수 있다. 소속팀과 아직 재계약을 맺지않은 손흥민이나, 오래전부터 빅클럽들의 관심을 받고있는 케인 같은 주축 선수들의 이적설이 다시 불을 붙이게 될수 있다.

무리뉴 감독의 입지도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무리뉴 감독은 최근 레알 마드리드-첼시-맨유 등에서 잇달아 성적부진으로 쫓겨나며 '우승청부사', '스페셜 원'으로 불리던 위상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 토트넘에서도 비슷한 패턴으로 몰락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무리뉴 감독이 올시즌을 무사히 마치지 못하고 경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갈수록 '용두사미'가 되어가고 있는 무리뉴 2년차의 토트넘은 과연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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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홋스퍼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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