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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예능의 신세계, '우이혼'이 남긴 가능성과 한계

열린 결말로 막 내린 <우리 이혼했어요>, 올 가을 시즌2로 돌아와

21.02.16 13:31최종업데이트21.02.1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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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예능 <우리 이혼했어요>가 다섯 커플의 열린 결말을 보여주며 시즌 1의 막을 내렸다. 15일 방송된 최종회에서는 그동안 출연했던 이영하-선우은숙, 최고기-유깻잎, 박재훈-박혜영, 이하늘-박유선, 박세혁-김유민까지 각 커플의 후일담이 그려졌다.

출연 커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새로운 미래를 기약했다. 1호 커플이자 출연자중 최고령인 이영하-선우은숙은 유일하게 재결합 가능성을 암시했다. 이영하는 지인들의 반응을 빌려 재혼에 대한 의사를 넌지시 물었고, 선우은숙은 이에 긍정적인 답변을 남겼다.

선우은숙은 "첫 재회 때 당신과 내가 다르다는 걸 분명히 인지하고 사람 쉽게 안 바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마음이 편하고 다 내려놨다. 앞으로는 아이들을 떠나서 우리 둘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면 아마 나도 당신에 대한 오해가 다 없어질 것 같다"며 "오늘 이런 얘기를 들었으니까 나도 조금 더 깊게 마음을 열고 생각해 볼게"라며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은 첫 재회 장소였던 청평을 다시 찾으며 4개월 전과 달리 한층 가까워진 분위기로 따뜻한 포옹을 주고받으며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또다른 원년멤버인 최고기와 유깻잎은 최고기의 부친을 함께 만나 화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유커플은 부부 시절에 시댁과의 갈등이 불화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고, 최고기의 부친이 유깻잎을 비난하는 장면과 유깻잎이 전 시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모습을 드러내며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방송을 통하여 재회한 최고기의 부친은 전 며느리인 유깻잎에게 "그동안 오해가 있었다면 사과하겠다"라고 용기를 낸 마음을 전했고, 유깻잎을 따뜻하게 안아주며 그간의 앙금을 어느 정도 해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고기와 유깻잎은 딸인 솔잎이와 가족사진을 찍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두 사람은 비록 재결합은 아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아이의 부모이자 친구로서 최선을 다하자는 다짐을 남기고 훈훈하게 방송을 마무리했다.

'불편커플' 박재훈과 박혜영도 방송 초반에 비하여 훨씬 편안해진 모습을 보였다. 박혜영은 자신의 가게로 놀러온 지인들과의 대화를 통하여 전 남편과의 관계에 대해서 "서로 할 말만 하고 격식만 차렸던 사이라면 (방송 이후) 이제는 대화가 되는 사이가 됐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박재훈과 박혜영은 아이를 둘이나 둔 부부답지 않게 전혀 맞지않는 성향에, 서로에 대하여 아는 것도 별로 없는 모습으로 의아함을 자아낸 바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우이혼'에서의 만남을 통하여 진솔한 대화를 통하여 뒤늦게나마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고 거리감을 좁혀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박혜영은 자녀들 역시 최근 아빠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아이들의 행복지수가 높아졌다고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하늘과 박유선 커플은 서로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보여주면서도 막상 재결합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두 사람은 주변에서도 재결합에 대한 권유를 많이 듣는다고 밝혔다. 이하늘은 "너무 쉽게 이야기하더라. 꼭 그래야만(재결합) 하냐는 생각이 든다"고 고백했다. 박유선도 "이혼했다고 해서 보면 불법인가. 안 내키면 안 보는 건데, 나도 처음엔 안 보고 살 생각이었다. 그냥 마음가는대로인 거 같다"고 현재 두 사람의 관계를 정리했다. 남녀로서의 '애정'과 오래된 '익숙함' 사이의 어딘가에서 두 사람이 내린 현재의 결론은 일단은 '지금 이대로가 좋다'는 것이었다.

막내 커플인 박세혁과 김유민은 아들 민혁군과 세 가족이 오랜만에 함께하는 감동적인 시간을 가졌다. 민혁은 아빠와 약 2년 만의 만남에서 처음에는 '아저씨'라고 부르는 등 낯을 가리는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가까워지며 다정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짧은 결혼생활과 양가간의 갈등으로 감정의 골이 쌓여있던 두 사람은 젊은 커플답게 솔직한 대화로 빠르게 오해를 풀며 180도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줬다. 미래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박세혁-김유미의 한결 가까워진 분위기와 달달한 대화들은 앞으로의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게 했다.

'우이혼'은 방송가 최초로 이혼 부부들의 이야기를 다룬 리얼타임 드라마를 표방하며 첫 방영부터 높은 인기와 화제를 불러모았다. 일반적인 연애 예능이나 부부 예능과 달리, 사랑의 파국과 결말까지 직접 체험한 이혼부부들을 통하여 실제 연애와 부부관계의 애환을 솔직하게 담아내는 '진정성'이 인기비결이었다.

이혼은 과거에는 사회적 주홍글씨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개인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하나의 과정이자 선택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이혼'은 이혼 커플들이 결혼 생활 중에는 미처 드러내지 못했던 서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대화, 객관적인 거리두기를 통하여 바라본 서로의 모습을 통하여 조금씩 상대를 이해하고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과정을 담아냈다.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세대와 성향을 아우르는 각 커플간의 가슴아픈 사정, 남모를 사연들이 하나둘씩 공개될 때마다 많은 이들은 실제로도 우리네 연애와 결혼생활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이기에 더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부담스러울 수 있는 개인사-가정사를 속속들이 공개하는 것을 감수하면서 열린 마음으로 출연해준 커플들의 용기 덕분에, 프로그램의 기획취지였던 시대에 맞춰 변화된 이혼의 정의를 새롭게 그려내는 것이 가능했다.

시청률과 화제성도 뜨거웠다. 최근 일시적으로 하락세를 띄기도 했지만 15일 방송된 최종 13회는 닐슨코리아 기준 수도권 시청률 8.3%, 분당 최고 시청률은 10.0%까지 치솟으며 높은 성적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방영 이후에도 출연커플들의 이름이 온라인 인기 검색어로 떠오를만큼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아쉬운 부분은 프로그램이 거듭하면서 이혼부부의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모색한다는 본래의 취지가 퇴색하고 갈수록 재결합을 유도하는 분위기로 방향이 변질되었다는 점이다. 이영하-선우은숙처럼 재결합 가능성을 스스로 언급하면서 공감대를 얻은 커플도 있지만, 각자 자연스러운 선택의 문제일뿐 애초에 그것이 프로그램의 본래 목적은 아니었다.

특히 두 사람 사이에 자녀가 있는 커플일수록 이런 분위기가 더 강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하늘이나 유깻잎, 박혜영처럼 재결합 가능성에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은 출연자들도 많다. "(남녀관계에 있어서)이분법보다는 0과 1 사이에 0.5도 있다"는 이하늘의 발언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무런 내밀한 가정사를 공개해야하는 방송이다보니 일부 출연자들이 방송에서 비쳐진 몇몇 모습만 놓고 지나친 악플에 노출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최고기의 재결합 제안을 거부한 유깻잎이나, 첫회에서 전 며느리인 유깻잎을 비난하는 발언을 했던 최고기의 부친 등은 엄청난 악플세례에 시달리며 마음고생을 해야했다. 선우은숙이 과거 한 여자동료 때문에 이영하와 갈등이 깊어졌다는 사실을 공개한 이후, 시청자들 사이에서 해당 인물이 누구인지를 놓고 추측성 루머들이 속출하기도 했다.

일부 출연자의 자격 논란도 아쉬운 대목이다. 그동안 개인사를 둘러싼 구설수가 많았던 전 쇼트트랙 선수 김동성은 이혼한 전부인이 아닌 재혼을 앞둔 새 연인과 동반 출연하여 논란의 중심에 섰다. 프로그램 특성상 이혼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김동성의 이야기는 전 부인쪽의 입장이 배제된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과 해명의 무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김동성의 출연은 특별편 한회차로 종료됐지만 여론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커플마다 이야기의 진행도가 각자 다른 상황에서 다소 급하게 종영하게 된 모양새도 아쉽다. 이영하-선우은숙, 최고기-유깻잎처럼 4개월간 충분히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하여 감정의 변화를 세밀하게 보여준 커플들도 있지만, 뒤늦게 합류한 박재훈-박혜영, 박세혁-김유민 등은 뭔가 이야기를 중간에 하다만듯한 모양새가 된 것도 사실이다.

'우이혼'은 시즌1을 마감하고 재정비를 거쳐 가을쯤에 시즌2로 돌아올 예정이다. 로맨스 관찰예능의 새로운 가능성과 문제점을 동시에 보여줬다고 평가받는 '우이혼'이 과연 어떤 커플들과 새로운 이야기를 가지고 다시 돌아올지 주목된다.
우리이혼했어요 커플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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