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내동물원, 카페 등에서 조류, 파충류 등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김예린
나의 지나친 상상일까? 수백 마리의 어류, 포유류, 파충류 등은 이미 전국의 각종 실내동물원, 수족관, 지역 축제 등에 돈벌이로 이용되다 죽음을 맞았다. 전문가들은 동물체험, 먹이 주기 등 반인도적, 반교육적인 문제점과 더불어 사람과 동물 접촉 위험성을 언론을 통해 알려왔다.
"산천어가 17개 양식장에서 대거 운송하면서 굉장히 스트레스에 시달립니다. 거기서 실제로 많이 죽기도 하고요. 행사장 내 맨손 잡기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가두리 조그마한 곳에 여러 마리를 얕은 물에 풀어, 사람들이 집단으로 달려들어 마구 잡는 상황이에요. 어떤 때는 미끄러워서 잡기 힘드니까 아가미에 손을 넣어서 피가 줄줄 나오기도 하고. 이런 일들이 그 자리에서 매일 발생합니다. (중략) 이것만으로도 반 생태적, 반교육적, 반인도적이라고 하기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2019년 1월 18일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인터뷰)
아이들은 비단 어린이집 특별활동뿐 아니라, 부모 손에 이끌려 동물 체험 행사에 참여한다. 문화센터, 캠핑장, 동물원, 지역 축제 등 장소는 다양하다. 언론 보도를 접하기 전, 나 또한 아이의 즐거움을 위해 아이 손을 잡고 동물 체험 행사에 직접 데리고 간 엄마였다.
가족과 함께 찾은 캠핑장 한쪽에서 도마뱀, 뱀, 거북이, 앵무새, 타란툴라 등이 아이 수십 명의 손길을 받아야 했다. 다시 생각해보면, 나의 '무지함'이 내 아이를 동물에게 폭력을 가하는 '가해자'로 만들었다. 특별활동 선호도 조사 안내문 한쪽, 쓰다만 글을 이어 적었다.
"선생님. 오감 수업 중 동물 교감 프로그램은 불편합니다. 첫째, 동물이 단순히 아이들의 호기심 해소와 재미를 위해 동원됩니다. 둘째, 코로나19로 인수 감염병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시기에 동물을 직접 접촉하는 프로그램이 꼭 필요할까요.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이 걱정됩니다. 아이들이 동물을 만지고 즐기기보다,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다음 날. 오감 수업을 진행하는 업체 답변이 돌아왔다.
"이미 정해진 프로그램입니다. 동물 교감 프로그램은 석 달에 한 번밖에 진행되지 않습니다. 수업 특성상 특정 프로그램만 뺄 수 없습니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어머니 의견을 반영해 아이들이 동물을 손으로 만지기보다, 눈으로 보기만 하도록 진행하겠습니다"고 덧붙였다.
학부모 다수가 선택한 오감 수업은 이번 학기 특별활동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오감 수업을 즐기는 아이들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볼 내 아이가 떠올라, '내 아이만 오감 수업에서 빼주세요'라고 용기 있게 말하지 못했다. '동물을 만지지 않고 눈으로 보기만 하겠다'는 어린이집 관계자의 말에, 나의 불편한 마음과 합의하고 말았다.
안내문 한쪽에 미처 쓰지 못한 한 문장을 여기에 쓴다.
"이제라도 사람과 동물 간 거리두기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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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시골기자이자 두 아이 엄마. 막연히 글 쓰는 일을 하고 싶었다.시간이 쌓여 글짓는 사람이 됐다. '엄마'가 아닌 '김예린' 이름 석자로 숨쉬기 위해, 아이들이 잠들 때 짬짬이 글을 짓고, 쌓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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