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y are issued regardless of immigration status," 이민 신분에 관계없이 개인납세자번호를 부여받을 수 있음을 안내하고 있다.
미국연방국세청
이 번호를 신청하는 것은 이민법이나 노동법에 저촉되지 않으며 이로 인해 불이익을 당하거나 관계 당국에 통보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미등록 체류자라도 소득세 보고를 해야 할 처지에 있는 사람이나 그 배우자 및 자녀는 이 번호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미국 내 미등록 체류자들이 개인납세자번호를 갖고 세금 보고를 하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향후 영주권이나 노동허가증을 이민국에 신청할 때 세무보고서가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실례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18일, 2021년 1월 1일 기준으로 1100만 미등록자들에게 5년 뒤 영주권 신청 자격을, 8년 경과 후 시민권 부여 기회를 주도록 하는 이민법안을 공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신원 조사에 응하고, 세금납부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이때 세금납부를 증명할 방법이 개인납세자번호입니다.
또한, 향후 실제로 사회보장번호를 받고난 후 개인납세 실적이 있으면 은퇴 후 사회보장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개인납세자번호를 갖고 5년간 사회보장 세금을 납부한 후 사회보장번호를 받았다면 그 사회보장번호로 5년만 더 사회보장 세금을 납부하면 사회보장혜택을 받을 자격이 됩니다.
이처럼 미국은 미등록 체류자라도 개인납세자번호를 부여받은 후 사업장을 개설해서 사업을 할 수도 있고,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일정 기한이 지나면 영주권 신청도 가능합니다. 이러한 개인납세자번호는 바이든 표 이민개혁법안에서 보듯이 미등록자 합법화 논의에서 사회적 공감대 마련을 위한 근거가 됩니다.
반면 대한민국은 출입국법과 세법이 엄연히 다릅니다. 세무 당국은 징수 자체를 하려 들지 않습니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미등록자들이 세금 납부를 희망하면 수납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세금을 걷어보면 이들이 얼마나 한국 경제에 기여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자료는 또한 미등록자 합법화 논의가 있을 때, 시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법과 질서 확립을 정체성으로 하는 정부 당국에도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 근거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개인납세자번호를 부여하는 것은 미등록자의 인권보호를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미국처럼 미등록자에 대한 정보수집과 단속의 근거가 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안전장치를 만들어놓고 시행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정부 당국은 지금부터라도 미등록자에게 납세자번호를 부여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이주를 막기보다 통제할 시스템을 마련해야
미국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멕시코와 국경 통제 갈등을 겪을 정도로 이민자 유입이 많은데, 바이든은 이민자들에게 적대적이었던 트럼프 전 행정부의 이민정책을 폐기했습니다. 이민자 친화적인 정책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미국자유인권협회에 따르면 미 전역에 약 1980만 명의 '필수' 이민 노동자가 있다고 합니다. 그 중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의료 및 의료 종사자인 이민자의 수는 170만 명이고, 2만 7천 명의 서류 미비자 추방유예제도 수혜자가 의사, 간호사, 구급대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적인 이유 등으로 인해 미국은 일시적 혹은 영주권 신청을 허락하는 사실상 합법화를 병행하며 다양한 이민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당일인 1월 20일 서류미비자(미등록) 청소년 추방유예제도(DACA)를 유지·강화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서류미비 청소년 추방유예제도(DACA)는 이민법상 합법적인 지위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 미등록자 해법의 한 예로 참고할 만합니다. 이 제도는 어려서 부모를 따라 미국에 제도적 혹은 비제도적 입국 후 미등록으로 남은 서류 미비자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이주를 막으려는 게 아니라 철저히 국익을 바탕으로 이주를 통제하고자 하는 정책들입니다. 미등록 이민자들은 매년 연방 정부에 수십억 달러를 세금으로 납부하고 있고, 앞으로도 필수라고 미국 정부가 인식하고 있습니다.
초저출산 국가인 대한민국은 국경 통제로 막을 수 없는 이민자 유입이라면 일정 부분 통제 가능한 선에서 미래를 예견하고 정책을 집행하는 개인납세자번호 등의 도입이 필요합니다. 미등록자 단속과 강제 추방에 따른 예산 낭비와 미등록자 증가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실질적 합법화 논의는 시작되어야 합니다.
미등록자에게 개인납세자번호 신청을 허락하는 것은 시민 공감대 마련을 위한 단초가 될 것입니다. 국세청장님께 공개 질의합니다. 미등록자도 세금 납부가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그 방법과 절차를 알려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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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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