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버스의 모습.
박장식
총선, 지선, 대선 등 여러 선거에서 교통 분야에 유독 공수표 공약이 많았다. 추진이 어려울 것을 알면서도 던지는 '지하화 공약'이 이번에 또 등장했다. 특히 '특정 도로, 철도 전체를 지하화'하겠다는 공약이 나오는가 하면 지하화를 해두고 그 위에 공공용지나 공원을 개발하겠다는 공약도 나왔다.
지난 총선에 이어 이번에도 비현실적인 지하화 예산을 제시하면서 '이 정도 안이면 지하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후보는 여야를 구분하지 않고 널렸다. 또한 새로운 교통망이 절실한 소외지역으로 향해야 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이미 교통 인프라가 갖춰진 지역을 위해 쓰인다는 문제점도 있다.
현실과 맞지 않는 공약이나 정책도 문제다. 최근 한 후보는 서울 시내버스로 700대에 달하는 2층버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층버스는 승하차 시간이 짧은 일반 시내버스에 적합치 않다. 이미 청라국제도시와 세종특별자치시에서의 실증으로 도입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또 다른 후보는 2030년까지 서울 도심에서 내연기관 차량 운행 금지와 나아가 디젤차 퇴출 공약을 냈다. 하지만 2021년 현재도 내연기관 자동차가 출시되는 것은 물론 시내버스로 천연가스버스, 디젤 마을버스가 출고되고 있다. 통상 시내버스의 내구연한이 11년 정도인데 공약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현재 추진이 상당 부분 진행되어 '삽만 뜨면' 되는 정책을 공약으로 내놓는 것 역시 문제다. 한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운 5호선 길동-둔촌동 구간 직결화, 9호선의 오륜동-고덕동 연장선 등은 이미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착공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노선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이 공수표 공약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정책의 개선도 필요하다
교통 정책의 개선도 과제라 할 수 있다. 현재의 실정에 맞지 않는 정책, 그리고 개선이 충분히 필요한 정책이 적지 않다. 특히 교통의 패러다임이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는 시점에서 낡은 정책을 살피고 개선하려는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서울과 부산은 시내버스의 총 대수를 조절하는 '버스 총량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의 시내버스는 총 7800여 대, 부산은 2500여 대 이상 운행할 수 없다. 특히 서울은 경기도, 인천광역시 등에서 출입하는 버스에 대해서도 제한을 걸고 있다.
이러한 버스 총량제를 실시하는 이유는 준공영제에 따른 세금 부담을 덜고 버스로 인해 생겨나는 교통 유발효과를 감소하기 위해서이다. 두 도시는 한술 더 떠 시내버스를 순수 감차하는 업체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는 등 시내버스의 대수를 줄이려 하고 있다. 명분은 '도시철도 노선의 증가'이다.
하지만 이로 인한 불편이 적지 않다. 특정 지역에 인구가 늘어 버스를 늘리려면 반대로 다른 지역의 버스를 축소하거나 폐선해야 한다. 교통량의 증가와 감소에 따른 유기적인 대응 역시 쉽지 않다. 이는 시민들이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을 기피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된다.
실제로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 1월 실시했던 조사에 따르면 부산시민 51%가 시내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부산경실련은 조사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피하는 원인으로 긴 배차 간격, 신속성과 정확성 감소 등을 꼽았다고 밝힌 만큼, 버스 총량제가 시내버스에 대해 결코 좋은 영향만을 주지 않음을 보여준 조사라 할 수 있다.
다른 도시와 함께 '커나가는' 중심도시로

▲ 동해선 전철의 모습. 부산의 광역전철망은 올해 울산, 내년 창원 등으로 이어진다. 넓어지는 광역교통망에 비해 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장식
서울과 부산의 교통에 있어 다른 지자체와의 유기적인 소통도 중요하다. 서울만 해도 수도권의 노른자위에 있어 인천, 경기와 서울을 오가는 철도, 버스 노선이 많은데다, 부산도 김해, 양산에 이어 하반기부터는 울산과 연결되는 도시철도 노선이 개통하는 등 점점 다른 지자체와 교류가 늘어나는 실정이다.
하지만 두 도시가 다른 도시와 함께 유기적으로 소통하기보다는 '각자도생'하거나 교통망 연결 문제로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달 9일 서울시는 서울 지하철을 서울 바깥으로 연장할 때 한 노선으로 직결되는 방식 대신 평면 환승 방식을 택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기저에는 주변 지자체와의 분담금 관련 논의가 깔려 있었지만 수도권 주민을 볼모로 잡고 협상 수단으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또한, 경기도 신규 택지 지역에서 서울로 향하는 버스 노선의 개통을 앞두고 서울시가 서울 유출입을 부결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반대로 서울 바깥을 운행하는 서울 시내버스가 충분한 대체 노선 협의 없이 단축을 시도했다가 반발에 휩싸이는 경우도 많다. 새로운 서울시정에서는 지자체 간의 유기적인 소통을 통해 이러한 일이 없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부산 역시 도시권이 커지고 있는 데 비해 광역 환승 할인 혜택에 대한 대비가 부족한 상황이다. 올해 울산, 내년 창원과 장유가 부산에서 도시철도로 연결되어 부산과 울산, 경남의 삼각편대를 이루어야 한다. 새로운 부산시정에서 이러한 혜택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부산과 서울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거대 도시이다. 그런 거대도시의 혈관을 책임지는 것이 교통이고 막힐 염려가 있는 혈관에서 조금이나마 잘 통하도록 기여하는 것이 대중교통이다. 혈관이 몸의 어느 곳을 가리지 않고 향하듯 교통 역시 어느 곳을 가리지 않되 더욱 필요한 곳에 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지하철의 '역세권'을 넘어 시내버스의 정류장마저 집값을 뛰게 하는 요인이 되는 현실에서 지금까지의 두 거대도시의 시정이 교통을 '삶에 필요한 필수품'으로 인식하는지 아니면 부동산을 위한 '수단'으로 보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두 도시의 교통 정책은 이제 거대 도시에 맞는 품격을 보일 때다. 하지만 현재까지 나오고 있는 공약들은 그렇지 못해 보인다. 1년 남짓한 시장 임기이지만 그 너머를 보고 현실에 맞는 정책으로 바뀌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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