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히토는 쿠바다!
이희동
박물관을 한 바퀴 둘러본 뒤 휴게소에서 잠시 쉬는 사이 매점에서 쿠바에서의 첫 모히토를 시켰다. 그 뒤로 거의 매 끼니마다 모히토를 마실 줄 알았으면 굳이 시키지 않았을 테지만 그때만 해도 쿠바 여행 내내 술을 마실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이 했던 유명한 대사 "모히토에서 몰디브 한 잔 해야지"의 바로 그 모히토는 어떤 맛일까? 여행을 가서야 알았지만 모히토는 쿠바의 술이라고 했고, 헤밍웨이 역시 모히토를 즐겼다고 하던데 과연 그 맛은?
그러나 모히토를 시켜 마시는데 있어 맛보다 더 눈길이 가는 것은 모히토를 만드는 모습이었다. 직원은 빈 잔에 시럽을 따르고 설탕을 넣은 뒤, 애플민트를 잔 안에 가득 넣고 나무막대로 으깨었다. 거기에다 쿠바의 럼주 아바나 클럽을 따른 뒤 얼음까지 넣으면 끝. 그 익숙한 손놀림에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드디어 모히토 한 모금. 상큼하고 맛있었다. 달짝지근한 맛을 럼주가 지그시 누르고 있었다. 생각보다 럼주 맛이 세진 않았지만, 계속 홀짝거리고 마시다가는 '뿅' 하고 가버릴 만큼의 도수였다. 그런데 이걸 쿠바 사람들은 시도 때도 없이 마신다고? 그건 적도 가까이 위치한 쿠바의 숙명인 것도 같았다. 이렇게 더우니 술이 들어갈 수밖에.
모히토에 집중해서 열심히 마시고 있는데 문득 내가 빨고 있던 빨대에 눈이 갔다. 어째 이미 쓴 것 같은 빨대. 설마? 그랬다. 쿠바에서는 빨대를 재사용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모든 물자가 부족한 쿠바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여긴 쿠바니까.
실제로 여행을 하면서 나는 빨대를 씻는 사람을 여럿 볼 수 있었다. 같은 맥락으로 쿠바 식당에 가면 직원이 손님에게 음식 다 먹었냐며 무안할 정도로 접시를 빨리 치우는데 이 역시 접시가 부족해서 벌어지는 현상이었다. 쿠바는 모든 물자가 부족했다.

▲ 모히토를 만드는 바텐더의 손길
이희동
<노인과 바다>의 꼬히마르 해변
모히토를 다 마신 후 우리가 향한 곳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배경이 되었던 꼬히마르 해변이었다. 가는 도중 헤밍웨이의 단골 술집 겸 식당이라는 '라 테라사'에 들르고자 했으나 그곳은 공사 중이었다. 아마도 더 많은 관광객을 받기 위함일 것 같았는데, 헤밍웨이의 흔적을 보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이런 확장이 기꺼울지는 미지수였다. 물론 사람들이 원래의 모습을 모르니 상관없겠지만.
<노인과 바다>의 실제 배경이자, <노인과 바다> 영화의 첫 장면에도 나왔다는 꼬히마르 해변은 꽤 볼 만했다. 눈이 시리게 펼쳐져 있는 파란 바다와 아주 오래된 꼬히마르 성이 앙상블을 이루고 있었다. 그 앞에는 헤밍웨이의 흉상이 세워져 있었는데, 헤밍웨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꼬히마르 마을 사람들이 그들의 고기잡이배에서 쓰던 프로펠러를 녹여서 만든 것이라고 했다. 이들에게 헤밍웨이는 매우 소중한 사람이었던 듯했다.
▲ <노인과 바다>의 배경 꼬히마르 해변
이희동
꼬히마르 성을 배경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던 일행 중 몇 명이 성 앞에 앉아 있는 쿠바인들에게 함께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었다. 순간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과연 우리는 그들에게 이런 실례를 해도 되는 것인가. 만약 어느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내게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면 나는 괜찮다고 할 것인가. 어쩌면 이는 우리가 쿠바를 타자화해서 소비하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우월의식에 기반을 둔.
그러나 저러나 쿠바인들은 흔쾌히 승낙했고, 사진을 찍은 뒤에는 당당하게 돈을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몇몇 사람들은 당황했지만, 그것은 정당한 행위였다. 엄연히 초상권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물론 많은 쿠바인들이 여행객의 이런 행동에 길들여진다는 사실이 비극이긴 했지만, 어쨌든 그렇게라도 그들의 삶이 나아질 수 있다면 어쩌면 윈윈일지도 모른다.
가이드의 재촉에 우리는 다시 버스에 올랐고,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 헤밍웨이의 흉상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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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원이, 2026년에는 서울시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20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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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히토 먹을 때 쓰던 빨대, 이곳에선 재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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